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씨(36)는 몇 년 전부터 갑자기 이갈이 습관이 생겼다. 처음에는 피곤한 날에 한정해 자면서 이를 갈았지만 점점 심해져서 아내에게 잔소리를 들을 정도가 됐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는 턱관절이 뻐근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입이 잘 벌어지지 않는 느낌까지 들기 시작해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턱관절 장애’였다.

이갈이는 본인은 잘 모르지만 자면서 윗니와 아랫니를 강한 힘으로 가는 습관을 뜻한다. 그런데 이처럼 이를 갈게 되면 장기적으로 턱관절에 무리를 주게 된다.

물론 이갈이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턱관절 장애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갈이를 하면 턱이 불편해 지거나 턱관절 장애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성진 미소라인치과 원장은 “심한 이갈이가 장기간 지속되면 송곳니 절단마모가 심해진다”며 “이는 아래턱의 턱운동을 제어하는 송곳니의 유도기능이 상실돼 턱운동 시 점점 어금니 쪽에 많은 교합간섭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교합간섭은 이갈이나 이악물기를 심화시키고, 턱근육의 과도한 긴장 및 수축을 유발한다”며 “턱관절 과두를 거상 및 압박하며 결과적으로 턱관절디스크가 전내방으로 빠지게 돼 턱관절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턱관절 장애가 생기면 두통, 어깨결림, 뒷머리, 목땡김, 안면비대칭, 턱소리, 교합이상, 개방교합(오픈바이트) 등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턱관절 장애의 치료는 먼저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치아의 배열에 따른 교합관계, 턱관절 질환을 악화시키는 병적인 상황 파악, 악관절 마모과 기형 여부의 파악 등 다양한 각도에서의 검사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원인에 맞는 치료계획이 세워지는데, 일반적으로는 잠을 잘 때 입안에 장착하는 스플린트가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 장치는 턱관절과 교합을 안정시키고, 얼굴 및 머리와 목 부위의 근육을 이완시키고, 치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스플린트는 이갈이를 치료하는데도 효과적이다.

스플린트 요법으로 안정되면 재발방지나 치아의 미세한 부분까지 잘 물릴 수 있도록 하는 교합치료와 턱관절 장애 습관을 개선하기 위한 행동조절요법이 추가로 이어진다.

정 원장은 “이갈이는 본인의 치아에도 상당한 무리를 줄 뿐 아니라 동거인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며 “가능하면 이갈이를 시작하는 시점에 적절한 치료를 치과에서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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