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냉장고·가스레인지 등 파손 잇따라
냉장고 문짝 교체에만 수십만원 들기도
보상 규정 없어 소비자 불만 목소리 높아

냉장고나 가스레인지 등 가전제품의 강화유리가 깨지는 사고가 빈발하면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한대형 가전 쇼핑몰.(이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계 없음)
가전제품에 사용된 강화유리가 깨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외부 충격 없이 갑자기 깨지는 일도 빈번하지만 보상의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고발센터 등에 접수된 가전제품 강화유리 파손 피해는 21건이었다. 제품별로는 냉장고나 김치냉장고 파손이 14건으로 전체의 67%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가스레인지ㆍ오븐(6건, 28%), 드럼세탁기(1건, 5%) 순이었다.

특히 지난해 전체 파손 가운데 62%에 달하는 13건은 외부 충격 없이 갑자기 깨졌다. 이는 '크고 작은 충격에 의한 파손'(8건, 38%)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강화유리가 저절로 깨지는 현상은 열처리 후 급속 냉각해 표면을 압축하는 제조공정에서 불순물이 들어갈 때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부분 원인 불명이나 이용자 과실로 처리된다. 충격으로 깨졌을 때도 명확한 충격 강도 기준이 없어 소비자와 제조사가 책임 소재를 놓고 갈등을 빚는다.

깨진 강화유리에 손가락을 다치는 등 상해 사고까지 발생하고 있지만 보상규정이 없어 소비자가 비싼 수리비와 치료비 등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강화유리는 일반 유리보다 3~10배 강하고 외관이 아름다워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제품 업체들이 냉장고, 세탁기, 가스레인지 등 마감재로 활용한다. 가격은 국외 디자이너 등 손길을 거친 탓에 일반 제품보다 20~30% 비싸다.

이 때문에 강화 유리 파손 때 비용 부담이 만만찮다. 문짝 전체를 교체해야 하는 냉장고는 30만~50만원이 든다. 컨슈머리서치 관계자는 "강화유리 파손 사고가 생기면 대부분 제조사는 사용자 과실로 간주해 유상 수리만 권한다"면서 "이용자 과실로 유상 수리를 하면 제품값의 최대 30~40%를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화유리는 그동안 식기나 냄비 뚜껑, 욕실 부스 등에서 가끔 깨지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강화유리가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폭넓게 사용되면서 피해 범위가 넓어졌다.

한국소비자원은 강화 유리 사고가 늘어나자 '욕실 강화유리' 기준을 만들어달라고 국토교통부에 건의했지만 아직 아무런 조치가 없는 실정이다.

가전업체는 강화유리 파손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마땅한 기준이 없다며 보상은 외면한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냉장고 강화유리 파손은 보상받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리 비용도 만만치 않아 불만 고객이 많다. 대책을 논의했으나 묘책을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