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시계 수입업체들 '짠물 경영'
5년 사이 매출 2~4배 증가했지만 기부액은 총 8억 2900만원 불과

패션뿐 아니라 명품시계 수입업체들도 한국사회에 대한 기부에 인색한 것으로 나타나 무조건적인 '명품 사랑'이 다시금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주요 백화점에 열린 명품 세일행사는 발디딜 틈을 찾기 힘들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스포츠한국 자료사진
연간 수천억원의 매출과 수백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명품시계 수입업체들이 기부에는 매우 인색한 이른바 '스크루지 경영'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6일 재벌 및 CEO,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국산 로만손을 포함한 일명 7대 명품 시계업체들의 2007년부터 5년간 실적과 기부금 내역을 조사한 결과 매출은 2~4배씩 늘었지만 같은 기간 기부금은 총 8억2,9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 참조

이들은 매년 수천억~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반면 기부금 규모는 고급 시계 1개 수준에 불과했다. 심지어 연간 시계 값의 10분의 1만 기부하는 곳도 있었으며, 일부 업체는 한 푼도 기부하지 않았다. 반면 국산업체인 로만손은 매출액 순위는 3위에 불과했지만 기부금 지출은 당당히 1위를 차지해 좋은 귀감이 됐다.

기부금 지출이 가장 많은 국산업체 로만손(3억6,200만원)을 제외할 경우 해외 명품브랜드 수입업체들의 5년간 기부금 평균은 업체당 1,50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이는 고급시계 1개 가격에 불과하다.

이번 조사에서는 업체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는 게 눈에 띄웠다. 까르띠에, IWC, 피아제 등을 수입하며 국내 1위 시계업체로 떠오른 리치몬트코리아는 2007년부터 5년간 기부금 총액은 900만원 밖에 되지 않았다. 2011년의 경우 기부금으로 단돈 150만원만 지출했다. 리치몬트코리아는 2011년 한 해 동안 3,359억원의 매출에 15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은커녕 영업이익과 비교해도 기부금이 0.01%도 되지 않았다.

스와치, 오메가, 브레게 등을 수입하는 업계 2위 스와치그룹코리아는 2007년부터 5년간 매출은 3.2배, 영업이익은 97% 증가했지만 기부금은 한푼도 내지 않았다. 이 업체의 2011년 매출은 1,500억원을 훌쩍 넘었다.

반면 국산업체인 로만손은 950억원의 매출에 5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2007년부터 5년간 기부금 총액은 7개 시계업체 중 가장 많은 3억6,000만원을 지출했다. 이는 7개 업체 기부금 총액의 43.6%에 해당한다.

시계가 아니더라도 해외명품 수입업체들은 기부금에 인색해 눈총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루이뷔통코리아, 구찌그룹코리아, 프라다코리아 등이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3개 업체가 2011년 기부한 금액은 매출액 대비 0.026%에 불과했다. 3개 회사의 매출액의 합은 1조446억원, 기부금 합은 2억6,700만원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들은 세계적으로 활발히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기부에 인색하다"며 "한국에서는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해도 소비자들이 자신의 제품을 무조건 살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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