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먼지·누수 자국 등 착각 십상…해충 눈에 안 띄어도 흔적 남겨
집안 구석구석 거뭇거뭇 알갱이…바퀴벌레의 분변·껍질일 가능성
방치 땐 천식·식중독 등 질병 유발…서식 늘기 전 선제 퇴치가 위생첩경

냉장고 고무 패킹에 군데군데 끼어 있는 바퀴벌레 흔적.
우리 집에 내가 모르는 뭔가가 살고 있다면? 정말이지 불쾌하다. 그 '뭔가'가 가족의 건강을 노리는 해충이라면? 당연히 용납할 수 없다. 그런데 해충이 보이면야 당장 약을 치거나 잡아버리거나 하겠지만, 여간 해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같이 살고 있는지 아닌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놈들은 흔적을 남긴다. 그걸 포착하면 어떤 해충이 살고 있는지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해충 흔적은 워낙 작아 먼지자국이나 곰팡이 등으로 오인하기 쉽다. 그렇게 무심코 지나치는 동안 해충은 집안에서 서식지를 점점 넓혀간다. 그 전에 손을 써야 한다. 어떤 게 해충의 흔적인지 빨리 알아채는 게 우선이다.

구석구석 거뭇거뭇한 알갱이

집안 구석구석 모서리에 간혹 거뭇거뭇한 작은 알갱이가 보일 때가 있다. 무심코 냉장고 문을 열다 여닫는 부위의 고무패킹에서, 정수기 같은 가전제품을 닦다 안쪽에서 찌든 때 같은 자국을 발견하기도 한다. 곰팡이나 먼지로 생각해 걸레나 휴지로 닦아내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게 바로 바퀴벌레의 분변이나 바퀴벌레가 탈피하면서 내놓는 껍질일 수 있다. 자주 보이거나 양이 많으면 집안에 바퀴벌레가 드나들지 않나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바퀴벌레 분변에는 살모넬라 같은 세균이 들어 있다. 분변이 묻은 음식을 먹거나 분변이 마른 뒤 부서져 먼지와 함께 호흡기로 들어가면 알레르기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좀더 민감한 사람에게는 피부 트러블이 생기기도 한다. 지난해 미국에선 아토피피부염을 앓는 아이가 바퀴벌레와 함께 생활하면 약 50%가 천식 증상을, 30%가 비염 증상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평소 잘 보이지 않아 바퀴벌레가 쉽게 드나드는 통로는 부엌 싱크대 아래 주름관이 바닥 하수구로 연결되는 부분과 화장실 바닥 하수구, 욕조, 양변기 등의 틈새다. 이런 곳은 쿠킹호일이나 가정용 실리콘을 이용해 막아주는 게 좋다. 은행잎이나 붕산을 바퀴벌레 이동경로에 놓는 집도 있는데, 큰 효과를 보긴 어렵다. 은행잎이 바퀴벌레가 싫어하는 물질을 내놓긴 하지만 효과는 2주 정도뿐이고, 붕산을 먹은 바퀴벌레가 사라지고 나면 다시 먹지 않은 바퀴벌레가 나타난다. 붕산은 사람이 먹거나 들이마시면 탈수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어린 아이가 있는 집에선 가급적 쓰지 않는 게 좋다.

천정 얼룩은 다 누수? NO!

살다 보면 간혹 천정에 얼룩이 생길 때가 있다. 어디서 물이 새나 생각해 심해지면 수리하면 되겠지 하고 미뤄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쥐의 오줌도 비슷한 얼룩을 남긴다. 쥐는 직접 사람을 물거나 음식에 접촉해 병균을 사람에게 옮긴다. 쥐의 몸 속에서 증식한 병균이 배설물을 통해 쥐의 몸 밖으로 나와 사람에게 옮겨가기도 한다. 쥐 배설물 때문에 생기는 대표적인 병이 식중독과 렙토스피라증이다. 쥐의 오줌이 공기 중에 떠다니다 사람 호흡기에 들어가면 신증후군출혈열을 일으킬 수 있다. 지난 8월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1년 동기 대비 렙토스피라증은 33%, 신증후군출혈열은 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에서 쥐를 쫓을 때 흔히 담배꽁초를 이용한다. 꽁초를 많이 모아 약한 불에 흐늘흐늘해지도록 삶은 물을 쥐의 이동경로에 발라두는 방법이다. 수분이 마르면서 쥐가 싫어하는 냄새가 나 3개월 정도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인 퇴치를 위해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벽면에 생긴 줄무늬 얼룩이나 가구 연결고리, 천장, 문짝 근처에 떨어진 고운 톱밥 같은 가루는 개미가 이동하거나 갉아먹은 흔적일 가능성이 높다. 처음 보면 목재가 오래 돼 나무가루가 떨어져 나온 정도로 여기고 지나칠 수 있다. 개미 역시 병균을 옮기며 사람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분비물이 호흡기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한다. 개미에게 물린 부위를 자주 긁으면 손톱에 있는 세균 때문에 추가 감염될 위험이 있다. 신문지나 박스는 개미가 좋아하는 서식처이므로 실외에 보관하고, 집안에서 개미 서식지를 발견하면 개미가 싫어하는 석유를 한두 방을 떨어뜨려 놓는 것도 방법이다.

뭉친 밀가루, 먼지 떨어진 카펫

오래 보관해두는 식품이나 옷, 이불 등에 생기는 해충도 골칫거리다. 예를 들어 저장곡물이나 밀가루 속에서 작은 알갱이가 발견되면 주부들은 대부분 가루가 뭉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저장곡물을 해치는 저곡해충 유충의 배설물일 수 있다. 또 쌀통이나 저장식품에 거미줄 같은 게 생겨 있으면 화랑곡나방이 있나 의심해봐야 한다. 화랑곡나방의 유충은 실처럼 생긴 분비물을 토해내는 습성이 있다. 이럴 땐 곡물을 햇볕에 말리거나 냉동실에 3일 정도 보관하고, 요리할 때는 촘촘한 거름망으로 거른 다음 사용하는 게 좋다. 니트나 면류 옷에 갑작스럽게 구멍이 생겼다면 좀이, 카펫이나 모피코트 근처에 먼지처럼 보이는 가루가 떨어져 있다면 수시렁이가 있다는 증거다.

화단에 키우는 식물의 가지와 잎 사이에 거미줄 같은 게 쳐 있거나 흰 가루가 덮인 듯 보이면 응애를 의심해야 한다. 응애는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간혹 동식물의 병원균을 옮기는 종류도 있다. 200㎖ 우유에 백설탕 두 숟가락을 넣어 녹인 뒤 뿌려주면 응애를 없애는데 효과가 있다. 건조할 때 잎에 고루 물을 뿌려주면 잘 생기지 않는다.

생활환경위생기업 세스코의 위생해충기술연구소 관계자는 "가정집이나 요식업장 등에서 해충의 흔적을 제대로 몰라 방치하다 수백, 수천 마리로 늘었을 때 알아채는 경우가 많다"며 "작은 흔적이라도 전문가에게 진단 받고 알맞게 대처해야 빨리 퇴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스코가 지난 6월부터 전국 635가구를 무료진단 한 결과 10가구 중 9가구에서 해충 흔적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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