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과 서양 문화가 함께 공존하는 터키는 가깝고도 먼 나라다.

한국 전쟁에 참전했던 인연으로 '형제 국가'란 인식이 강한 면에선 친근하지만 지리적으론 너무 멀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땅이다. 그런 때문일까. 시나브로 유구한 역사 속에 수많은 문화 유산을 지닌 '터키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신선함으로 다가오곤 한다.

터키를 대표하는 남녀 작가의 장편 소설이 동시에 출간됐다.

터키의 대표적인 문학상인 오르한 케말 소설상을 수상한 무라트 툰젤의 '이난나-사랑의 여신'과 지난해 터키 도서관협회로부터 '가장 많이 읽힌 작가상'을 받은 자난 탄의'내 이름은 피라예'가 한국 독자가 만난다.

'오스만 제국은 영토의 크기와 인구 수, 문명의 깊이나 공헌도에서 로마 제국을 뛰어 넘는 세계 최대의 제국이었다. 소설 '이난나'는 오스만 제국 말기의 내밀한 사회 변화를 경험하게 하고, 우리에게 생소한 이슬람, 유목, 터키라는 문화 요소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일부다처, 계층적 위계, 다종교 갈등의 상황에서 삶을 헤쳐 가는 이슬람 여성들의 인간적 투쟁과 지혜가 독자를 감동시킨다.'

무라트 툰젤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이희수 교수의 추천사에서 알 수 있듯이 터키는 분명 우리에게 생경한 문화와 역사 환경을 지닌 국가지만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무라트 툰젤은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르한 파묵과 함께'터키의 국민 작가'로 불린다. 툰젤은 번성한 문명을 가졌던 19세기 오스만 왕조에 대한 호기심과 존경심으로 소설을 쓰게 됐다고 말한다. 수메르족 신화에서 가장 강열한 힘을 지닌 전쟁의 여신이자 사랑의 여신인 '이난나'를 통해 터키인의 삶을 비춰보려 했다.

'내 이름은 피라예'도 사회가, 가족이, 자신이 쳐놓은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어 갈등하는 주인공 피라예의 삶을 섬세하게 따라가는 작품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투쟁하는 여성을 통해 산다는 것, 인내한다는 것, 일한다는 것, 기쁨의 기회를 절대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자난 탄은 앙카라 출신으로 아동 소설과 수필로 출발해 터기 최대 언론사인 '예니아시르'의 칼럼리스트로 활동했었다. 800만 터키 독자가 읽고, 미국과 중국 등 세계 각국으로 판권이 팔린 '내 이름은 피라예'는 대중적 인기를 업고 현재 드라마로 제작 중이다.

두 작가는 똑같이 한국전쟁에 대한 유년의 기억을 갖고 있다. 툰젤은 할머니를 통해 군우리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터키 용사들의 이야기를 자주 들었고, 탄은 육군 장교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외삼촌으로부터 한국을 알게 됐다.

새로운 것을 아는 것은 늘 즐거운 일이다. 이난나=오은경 옮김, 1만3,500원, 아시아 / 내 이름은 피라예=김현수 옮김, 1만3,000원 라이프맵

자난 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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