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도에 팔려간 한 장애인의 악몽같은 1개월

정신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이모(25)씨는 지난 1월 사람을 구한다는 생활정보지를 보고 부산 서구의 모 수산업체를 찾아갔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이씨에게 월 200만~400만원의 소득을 보장한다는 광고문구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좋은 일자리를 소개시켜 준다는 김모(34)씨 등의 꾐에 빠져 함께 간 곳은 전남 목포.

여관에 숙소를 마련해 주고 술대접에 이어 윤락녀를 소개시켜 줄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씨는 '정말 좋은 일자리를 얻게 되는구나'하는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그 기대가 악몽으로 바뀌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김씨는 이씨에게 술값이 무려 500만원이나 나왔다며 덤터기를 씌워 인근 낙도의 선주에게 팔아 넘겼다.

물론 김씨는 선주에게 선불금 명목으로 이씨의 외상값까지 받아 챙겼다.

이어 이씨가 힘든 선상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3일만에 배를 못타겠다고 하자 이번에는 같은 수법으로 다시 200만원의 빚을 지워 인근 김양식장에 넘겼다.

이씨가 3일만에 다시 돌아오자 또 200만원의 빚을 지게 해 선원으로 팔아 넘기는 등 김씨 일당은 1개월 동안 무려 5차례나 낙도의 열악한 일자리로 팔아 넘겼다.

1개월 동안 이씨는 돈 한 푼 받지 못한 반면 김씨 등 일당은 소개비와 외상값 명목으로 1천300만원을 받아 챙긴 것이다.

이씨 가족의 신고로 부산해양경찰서에 20일 구속된 김씨 등 일당 5명은 비슷한 수법으로 지난 2005년부터 최근까지 5명의 장애인을 포함, 총 443명의 '사회적 약자'를 낙도의 열악한 근무지로 소개하고 10억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 등은 1인당 소개비 90만원을 받은 것 외에도 외상 술값 등의 명목으로 구직자들을 갈취했으며, 이들의 소개로 낙도에 들어간 사람들은 힘들게 일하고도 겨우 월 100만원 안팎의 수입을 올리는데 거쳤다고 해경은 밝혔다.

해경은 이씨와 같이 아무것도 모르고 낙도에 끌려간 장애인들이 더 있을 것으로보고 장애인 실종자 가족 및 장애인 단체의 협조를 받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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