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세상]

"이 기사 어디까지 믿어도 됩니까?"

손님이 와서 집 근처의 커피전문점에 갔더니 안면이 있는 여자 종업원이 나를 기다린 사람처럼 아주 반갑게 인사하고선 질문은 좀 퉁명스럽게 하며 신문을 보여 준다. 신문을 보니까 나도 깜짝 놀랄 소식이 있었다.

얼마 전에 자살한 유명한 탤런트의 누나가 최근에 내림굿을 받고 무속인이 되었다는 기사였다. 가톨릭 집안이어서 신이 내린 것을 몰랐는데 최근에 알게 되었고, 자세한 것은 케이블TV서 방송한다는 것이었다. 주인공이 유명한 사람의 누나라는 것 외에는 기사도 짤막했고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특별히 이상한 것은 없는데 뭐가 궁금하지.”

“동생의 사망 직전 모습을 봤다는 것 말입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신의 딸이 되면 초현실적인 것도 보이지요. 진짜로 무당이 되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내가 한참 동안 설명해도 도무지 못 믿겠다고 한다. 나의 능력을 총동원하여 아무리 쉽게 설명해도 설득은 쉽지 않았다. 내가 난처한 표정을 짓자 옆에 있는 손님이 거들어 주었다.

손님이 자신은 무속을 공부하는 교수라고 소개한 뒤 설명을 했다. 설명의 내용은 조금 전까지 내가 했던 별로 다른 게 없었다. 조리 있게 설득하는 말솜씨와 교수라는 직책이 주는 공신력이 그렇게 만드는 것 같았다.

조금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지만 교수가 또 한명에게 무속의 참모습을 잘 이해시켜 주어 고마웠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초현실적인 것을 남에게 설득시키기가 그만큼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편 내가 종업원에게 스타의 누나가 진짜로 무당이 되었다면 사실이라고 한 것은 애동제자의 신통력은 아주 영험하다는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다. 애동제자는 새롭게 신명을 모시는 제자라는 뜻이다. 쉽게 말하면 초보 무당인 셈이다.

초보무당은 굿을 진행하는 테크닉은 많이 부족하지만 신통력만은 아주 센 사람이 많다. 그래서 제대로 된 애동제가가 개업하면 제일 먼저 달려가는 사람이 현업 무속인들이다. 애동제자를 무당이라고 하지 않는 것은 수습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