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돈 갈취 '수유리파' 검거
서울 강북 일대서 유흥업소·사채사무실 운영
일본도·골프채 등으로 서민 협박 금품 뜯어내
사설마권·재개발 등 이권개입에 조직원 암투도

서울 강북 일대에서 서민들의 돈을 뜯어온 조직 폭력배가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조직 폭력배들은 인근 상인들을 상대로 고리의 사채놀이를 하거나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뜯어냈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지난 5일 유흥업소와 사채사무실 등을 운영하고 인근 상인에게 협박·금품갈취를 일삼아온 혐의(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상 범죄단체 구성 등)로 폭력조직 수유리파 부두목 김모(48)씨 등 7명을 구속하고 조직원 유모(35)씨 등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월 강북구 수유동에서 피부관리실을 운영하는 김모(47 여)씨를 협박해 2,000만원을 가로채는 등 지난 3월까지 11명을 대상으로 총 21회에 걸쳐 2억여원의 금품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유리파의 결성은 20여년 전인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5월 구속된 총두목 최기학씨를 중심으로 강북구 수유동과 번동 일대를 무대로 조직됐다. 당초에는 조직원이 40~50명 수준이었으나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해 조직을 키워 2000년께에는 이태원파, 상계파와 함께 경찰의 특별경계 조폭으로 부상했다. 특히 수유동, 번동 일대를 무대로 속칭 '마떼기(사설마권 발매)', 도박, 재개발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해 자금을 확보했으며 1996년 여름에는 모 재개발조합의 선거에 개입해 유세장을 점거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세력을 어느 정도 키운 뒤에는 일대 유흥업소, 영세상인, 노점상 등을 상대로 숱하게 금품을 뜯었다고 한다.

10여년간 이태원파, 상계파와 함께 서울의 3대 토착 조폭 세력으로 악명을 떨치던 수유리파는 2000년 검찰의 조직폭력배 특별 단속으로 최씨 등 간부급 조직원들이 구속되면서 와해의 길로 들어섰다. 당시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된 수유리파 중간보스들이 2006년부터 하나 둘 씩 형기를 마치고 나오면서 조직 재정비에 나섰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수유리파는 유명무실한 상태였다.

조직 정비에 가장 적극적인 이가 최기학씨를 추종하는 부두목 김모씨다. 그는 주변 상인들로부터 갈취한 돈으로 조직을 키워 1990년대의 검은 영광을 되찾으려는 꿈을 꾸었으나, 느슨해진 조직폭력배 내부가 늘 그렇듯 기존 조직을 뒤엎으려는 반대파가 나타났다. 김모씨는 최기학씨를 중심으로 과거의 적통성을 잇자는 편이었는데, 반대편은 이번에 새로 조직을 결성하자고 맞섰던 것이다. '한지붕 두가족'처럼 아슬아슬하던 수유리파는 사사건건 갈등을 빚었다. 문제는 엉뚱한 데서 터졌다. 새 조직 결성의 주축 인물인 B씨(45)가 2006년 6월 뜻하지 않게 경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조직 내부 정보를 흘린 것이다.

B씨가 자신을 몰아내려한다고 생각한 김모씨는 복수를 결심했지만 B씨가 경찰조사 끝에 구속수감 되는 바람에 '피의 복수'는 없던 일로 끝났다. B씨가 교도소에 가 있는 사이 김모씨는 최기학씨와 조직을 본격적으로 재건하고, 2008년에는 세력을 다른 지역 조폭들이 무시못할 정도로 키웠다. 그런데 경쟁자인 B씨가 지난 2월 4년만에 출소하자 그는 휘하 조직원들을 동원, B씨를 살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경찰이 수유리파의 살인계획을 미리 눈치 채고 김모씨 등을 서둘러 구속함으로써 피의 보복은 막았으나 또 다른 불씨를 남겼다.

경찰이 이번에 김모씨를 포함해 7명을 구속하고 조직원 12명을 검거하면서 출소한 B씨가 조직을 추스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김모씨는 상당 기간 세상과 격리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지난해 12월 옛 조직원인 A(48)씨를 흉기로 살해하려 공모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나 살인공모 등의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모씨와 그 일당은 일본도(刀)와 골프채, 야구방망이 등으로 주변 상인들을 협박해 왔다. 경찰은 이들이 사용한 흉기를 증거물로 압수하고 도주한 조직원 10여명을 출국금지한 상태에서 뒤쫓고 있다. 수유동 일대에서 유흥업소와 사채사무실, 불법오락실 등을 운영하면서 자금을 만들고 조직을 키우면서 수유파의 부활을 꿈꿔온 그들은 이제 꿈을 접을 수밖에 없게 됐다.

수유리파와 별도로 강북에서 암약하던 다른 조직폭력배들도 검찰에 의해 일망타진됐다. 서울지검 강력부(박영수 부장검사)는 지난달 28일 상계파와 이태원파 등을 적발, 이태원파 두목 서인범(40)씨 등 조직원과 비호세력 30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태원파는 지난 1997년부터 이태원을 근거지로 무허가 나이트클럽 알함브라 등 유흥업소 6곳을 운영해온 기업형 폭력조직이라고 한다, 그동안 유흥업소 운영에 재건축, 빌딩 운영 등에 개입, 연간 14억원의 세금을 포탈하고 채무자로 부터 5억 원대의 빌라를 갈취하는 등 폭력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상계파도 된서리를 맞았다. 상계파는 1993년 두목 김남현씨가 구속되면서 조직이 와해됐으나 이번에 구속된 중간간부 손종국씨 등 조직원 26명이 1997~98년에 조직을 재건했다. 이들은 지난 1월 일수채무자를 협박, '신장.안구 기증서약서'를 강제로 받아내는가 하면 인근 폭력조직의 지원요청에 흉기로 무장한 조직원들을 원정 폭력에 동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상계파는 일본 야쿠자식 행동강령과 잔인한 폭력을 내세워 세를 확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폭력배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조폭과 일부 경찰관과의 유착관계도 드러났다. 검찰 조사결과 용산경찰서 교통계 유모(34) 경장은 이태원파 두목 서씨로부터 3,500만원을 무이자로 빌려 사채업을 하면서 서씨에게 그 대가로 사채채무자의 차적 조회 내용 등을 불법제공했다. 또 수유리파를 비호한 서울 북부경찰서 강력반 박모(32), 황모(31) 경장은 부두목 이천일(구속)씨 등으로부터 각각 5,000여만원, 1,000여만원의 뇌물과 향응을 제공받는 등 폭력조직과 유착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스포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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