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기자가 본 '사건 25시'] ● 주부 성매매 실태
무료대화방 광고보고 호기심 전화 '화근'
동료 주부와 어울리며 죄책감도 사라져
대부분 중산층…쉽게 번돈 유흥비 탕진

지난해 12월 어느 평일의 오전 9시. 남편의 출근과 아들의 등교가 끝난 시각. 가족들이 모르는 주부 A(48)씨의 또 다른 일상이 시작된다. '은밀한 성인 대화방'으로 알려진 060-XXX-XXXX로 전화를 걸어 미지의 남성들과 "결혼한 지 15년 됐는데 요즘 들어 부쩍 외로움을 느낀다"거나 "남편과의 잠자리에 만족을 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대화를 하며 노골적으로 성 매매를 유도한다. 이윽고 대화를 나눈 40대 후반 남성과 이틀 뒤 교외의 모텔에서 만나기로 한다. 물론 만남의 조건으로 10만원을 받기로 약속했다.

오후 3시. A씨는 집을 나선다. 어제 통화를 한 50대 남성과 경기도 일산 유흥가의 한 모텔에서 오후 3시 30분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모텔까지 가는데 30분, 남성과 만나는데 걸리는 1시간 등을 감안하면 서둘러야 한다. 교사인 남편이 퇴근하는 오후 6시까지는 돌아와야 한다.

쉽게 유흥비 마련 위해 성 매매

주부 A씨가 남편과 아들이 집을 비운 동안 나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이유는 뭘까. 흔히 생각하는 생활고는 절대 아니다. A씨는 안정된 직장을 가진 남편과 함께 수도권에서 100㎡정도의 중형급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A씨가 돈을 받고 외간 남자를 만나게 된 건 2007년 12월 초순부터다. 잡지를 보다 우연히 눈에 띈 '여성 무료 대화방' 광고를 보고 호기심에 전화를 한 게 화근이 됐다. 자신의 고민을 들어주던 상대방 남성의 성 매매 제안을 받아들였고, 큰 노력 없이 10만원을 벌었다.

이를 계기로 A씨는 '쉽게 돈을 벌어 인생을 즐기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몸을 팔아 번 돈으로 헬스클럽, 수영장 등의 회원권을 끊었고 친구들과의 술 자리에서 선심을 쓰기도 했다.

다른 여성과 집단 성 행위도

A씨가 더욱 깊은 비행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것은 지난해 여름. A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성을 사줄 남성과 만나기로 한 일산 유흥가의 한 모텔에 들어갔다가 화들짝 놀랐다. 30대 주부 B씨가 먼저 와 있었던 것. 남성은 약속한 10만원에 5만원을 더 얹어 줄 테니 집단 성 행위를 하자고 제안했다. A씨는 몇 번이나 망설였지만 B씨까지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통에 결국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렇게 만난 주부 B씨를 통해 060 대화방에서 활동하는 주부들의 모임까지 참석하게 됐다. A, B씨를 포함한 주부 14명은 한 두 달에 한 번씩 일산 일대 찜질방에서 만나 화투를 치거나 술을 마시기도 했다.

여성들은 '온 몸에 문신을 한 남성을 만나 두려웠다'거나 '어디 모텔이 새로 문을 열었는데 시설이 최고급이다', '환상을 품고 나온 남성에게 나이가 많다며 퇴짜를 맞았다'는 등의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몸을 파는 생활에 익숙해지고 동료 주부까지 만나면서 A씨는 어느덧 죄책감도 느끼지 않게 됐다. 주부 14명 가운데 K(36)씨는 동생(32)과 함께 성 매매를 하고 있었고, 나머지 주부들도 남편과 자녀 몰래 비행을 저지르는 것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이들은 모두 일산, 고양, 파주 등 경기 북부지역에 사는 중산층 주부들로 형편이 어려워 생활비나 자녀 학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몸을 파는 사람은 없었다. 단순히 인생을 즐기기 위해 유일한 자산인 몸을 내놓은 것이었다. 일주일에 평균 2~3회, 한 달에 10여회 성 매매를 하면서 100여만원을 벌었다. 그러나 모두 유흥비로 탕진해 돈을 모으지 못했다.

경찰에 붙잡힌 주부 매춘단… 일당 14명중 친자매도 포함

주부들의 탈선은 오래 가지 못했다. 060 대화방을 이용해 남성들을 유혹한 뒤 성 매매를 유도하는 주부들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 수사에 나선 경찰에 덜미가 잡힌 것이다.

주부 매춘단을 검거한 서울 은평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성매수 남성으로 위장한 수사관에 의해 지난달 14일 일산 유흥가의 한 모텔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이후 A씨에게 "다른 여성들이 지금이라도 나쁜 짓을 그만둘 수 있도록 연락처를 말하라"며 자백을 종용했다.

A씨는 완강히 거부했으나 경찰이 휴대폰 통화내역을 제시하며 '일일이 통화해 확인하면 모든 게 밝혀진다'고 압박하자, 결국 일당을 모두 털어 놓았다.

덜미 잡히자 "가족에게 알리면 죽어 버리겠다

경찰은 A씨로부터 확보한 다른 13명 주부의 집을 지난달 19일 급습, 7명을 붙잡아 경찰로 연행했다. 또 급습 당시 집에 없었던 주부 7명에게도 출두 통보를 해 스스로 경찰서에 나와 조사를 받도록 했다.

경찰에 덜미가 잡힌 주부 대부분은 울부짖으며 '가족들에게 알리면 죽어버리겠다'는 등 극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남편이나 자녀 혹은 친척에게 알리지 않는 등 극도의 보안 속에 관련 조사를 벌여 왔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14명 가운데 두 명이 친자매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처음에는 두 자매가 '서로 모르는 사람'이라고 부인했으나, "본적이 같고 이름과 생김새까지 비슷한데도 형제가 아니냐"는 수사관의 다그침에 결국 자매임을 시인했다. 이들 자매는 경찰서 사무실에서 "우리는 이제 어떻게 얼굴을 들고 사느냐"며 통곡했다.

경찰은 주부의 몸을 산 남성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경찰은 이들 주부들이 각각 월 평균 10명 내외의 남성과 성 매매를 했고,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성 매매를 해온 점으로 미뤄 주부들의 성을 산 남성이 1,000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주부들의 통화내역 등을 조회해 성을 산 사실이 확인될 경우 관련 남성들을 추가로 입건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 관계자는 "수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경기가 어려워지는 바람에 아이들 학원비나 반찬 값을 마련하기 위한 '생계형' 성 매매로 추정했지만 결론은 달랐다"면서 "쉽게 돈을 벌어 즐기고 살겠다는 해이한 도덕의식이 중산층 주부들 사이에서도 팽배해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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