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조사] 아사카와 란(RAN ASAKAWA)

월요일... 나의 하루는 느끼기에 그리 길지도 혹은 짧지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월요일 회의만 투타임이다. 오전과 오후 각 한 번씩만의 회의로도 시간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흘렀다.

오후 6시 30분... 봐라! 벌써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퇴근시간이다. 잠깐 남로당을 들어가 본다. www.namrodan... 이런, 갑자기 인터넷이 끊겼다. 그냥 일찍 집으로 가라는 얘긴가보다.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고, 이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종이신문 하나를 챙겨들고 나왔다.

아직은 가을이라는 계절인데 바람이 차고 공기가 차다. 외투도 걸치지 않아 그런지 몸이 춥다. 감기라도 걸릴 것 같다. 서둘러 지하철역으로 내려가 개찰구를 통과한다. 마침 또로로로... 하는 신호음이 들린다. 열차가 도착하고 문이 열린다. 서둘러 열차에 오르니 그래도 훈훈한 온기가 몸을 감싼다. 후~ 살만하다.

챙겨온 신문을 편다.

신문 아래로 보이는 검고 긴 머리의 여인은 마치 김완선과 같은 눈을 가졌다. 어쩌면 천년호가 사람으로 변했을지도 모를 인상의 여자. 그녀는 왠지 유혹적이고 매우 헤퍼보이기도 하다.

눈을 신문으로 옮기니 약간 현기증이 난다. 두통도 느껴진다. 바람이 너무 찼나? 잠시 신문을 내리고 머리를 들고 눈을 감는다. 그래도 두통이 가시지 않는다.

고개를 돌리며 눈을 뜨니 앞의 고혹녀가 나를 바라본다. 똑바로 내눈을 바라보는 여자의 또렷한 아이라인의 눈동자에 아찔한 현기증을 느낀다. 점점 그녀의 얼굴이 가까워진다. 그러면서 아득하게 주위가 어두워진다. 난.. 난.. 쓰러지고 있는 것인가? 머리가 아파온다.


란 : 이봐, 이봐요! 이제 그만 일어나란 말이야요!

나 : 에구구... 머리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뭐야 왜 내가 묶여있는 거지?

란 : 내가 묶었지. 당신은 내 품으로 쓰러졌고...

나 : 앗 그러고 보니 넌 아까 그여자? 내가 왜 당신 품으로 쓰러졌지? 그럼 빨리 119나 부를 것이지... 여긴 어디고 날 왜 묶은 거야?

란 : 난 당신이 남로당에 진상조사를 쓰는 사람이란 걸 알고 있지. 근데 말야... 왜 맨날, 아니 매주 서양 여자들만 조사하는 거지? 독자들도 다양한 여자들을 원하는데 말이야.

나 : 그, 그야... 내가 다른 여자들은 잘 모르니깐...

란 : 서양여자들을 잘 아는 것도 아니잖아!

나 : 그도 그렇지만... 내 취향이 또... 서양 글래머쪽이라...

란 : 언제까지 당신 취향만 고집하고 있을 건가? 독자들의 니즈를 수용할 줄도 알아야지.

나 : 나도 그럴 생각이긴 하지.. 그나저나 당신은 누구요? 내게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란 : 난 아사카와 란. 일본 AV 계의 여왕이랄 수 있는 몸이시지.

▲ 이것은 나의 작품

나 : ?... 잘 모르겠는데?

란 : 그래? 그렇다면... 내가 누구인지 똑똑히 알려주지. 잘 듣고 다음 번엔 내 기사를 써달라구. 난 말야 1980년 9월 4일생 처녀자리라구. 키는 158센치, 34D컵에 23-33의 신체 사이즈. 혈액형은 O형이야. 카나카와현이 고향이야.

나 : 근데 있잖아 내가 머리가 무지 아프거든?

란 : 내 얘기나 계속 들어봐. 난 2002년에 기네스북에 세계신기록을 신청해놨어. 그해 무려 212편의 성인비디오에 출연을 했거든. 게다가 일본의 메이저리거 마쓰이 히데키가 바로 내 팬이라구! 내가 이상형이라길래 내 누드 사진을 보내준 적이 있지.

나 : 이봐, 나한테 보낸 것도 아닌데... 뭐 살이돈이나 펭잘 같은 거 없냐? 아니면 좀 벗든가... 그럼 들 아프겠네... ㅜ.ㅜ;;;

란 : 벗는 건 뭐 별로 문제는 안되고... 냐, 이쯤 벗으면 되겠냐? 계속 할게. 난 전문대를 다녔는데 도중에 그만두었어. 그래서 일을 하긴 해야겠는데, 학력이 딸리니 정규회사에 들어가 오피스 레이디가 되기는 어려웠지. 그러다 스트립 무대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버는 돈이 얼마 안되는 거야.

그러던 중 아는 사람이 비디오에 출연을 하게되었는데 그쪽에도 나같은 애들이 많대. 그래서 기획사 모델로 시작해서 AV업계로 진출하게 되었지. 초기엔 란 무토(Ran Muto)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도 했어. 인디즈 쪽에선 날 따라온 걸이 없었다구.

나 : 몽땅 벗으면 두통 같은 거는 잊을 수 있을 것 같아... 근데 인디즈는 뭐냐? 뭐 밴드생활이라도 했냐?

란 : 에... 그게 말이지. 일본에서는 AV비디오가 비디오윤리협회의 심사를 받게되어 있는데 여기의 심사를 받지 않는 비디오를 말하지. 그래서 렌탈은 안되고 성인대상으로 판매만 가능해. 일반 AV에 비해 모자이크가 덜 심하거든. 볼 만하지. 장르적으로도 여러 가지 시도를 많이 해서 매니아적이고 어찌 보면 변태적이기도 하지.

나 : 아... 그런 것이로구나.

란 : 내 어린 시절 얘기해줄까? 난 중학교 때 학교를 옮긴 적이 있는데, 좀 얌전한 성격이라 친구가 별로 없었어. 그러다 육상부 생활을 하면서 친구들이 생겼지. 남자친구도 있었는데 집안이 엄격한 편이라 그애와는 깊은 관계까지 가지는 못했어. 그때는 내가 참 순진했지. 남자랑 자면 무조건 임신하는 줄만 알았으니깐...

나 : 그럼 언제 첫경험을 한 거야? 살이 참 좋아보이는군. 좀 눌러봐도 좋아?

란 : 17살 때.. 근데 그리 오래 사귀진 못했어. 어떻게 사귀다 보면 내 친구랑 잘 되던가, 아니면 이미 짝 있는 남자랑 만나던가... 난 아무래도 연애에는 운이 없나봐.

나 : 왜 그러지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요즘 말로 참 착하구만...

란 : 몸매는 뭐 그렇지만 내 얼굴이 예쁜 건 아니지... 뭐랄까 약간 바보스럽다고나 할까? 난 얼굴에 콤플렉스가 있어.

나 : 뭐 나도 예의상 그랬지만 내 취향은 아냐. 하지만 너같은 스타일을 백치미라고 하지. 묘한 매력이 있어. 충분히 인상적이야.

란 : 흠... 그래도 난 내 얼굴이 그리 맘에 들지 않는 걸...

나 : 원래부터 섹스하는 걸 즐겼나? 아까 듣기론 집도 완고하고 남자경험도 비교적 없었던 것 같고...

란 : 비밀인데... 사실 작품속에서 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즐기고는 있어. 그리고 또 원래 섹스를 좋아하기도 하고... 왜 당신은 싫어?

나 : ㅡ.ㅡ;;; 누가 싫대... 좋대면 줄래? 영화 찍을 때는 어떤 기분일까?

란 : 남자배우가 카메라를 들고 찍으면서 하는 경우가 있는데, 하다가 앵글을 바꾸고 그럼 참 기분이 웃겨. 한참 막 할 때는 참 기분이 좋거든, 근데 갑자기 앵글 바꾼다고 쑥 빼버리면 무지 서운하고 허전하지... 생각해 보라구 뭔가 꽉 들어찬 게 왔다 갔다 하다가 갑자기 쑥 빠져 버렸을 때의 황당함이란... 어쩔 때는 막 빨리 넣어달라고 내 속에서 아우성이야. ^ ㅡ^ 흐흐흐...

나 : 지금은 뭐 넣고 싶지 않냐? 나는 좀 넣고 싶은데...

란 : 왜? 머리 아프다며 입에 약 좀 넣어줄까? 나도 머리가 아파올라 그러네...

나 : 남자친구는 있냐?

란 : 글세... 아직은 없는 걸.

나 : 남자친구도 없는데 뭐 좀 넣고 싶구 그러지 않냐?

란 : 글세... 당신 것보다는 장난감이 더 낫겠는 걸...

나 : 근데 많은 사람들이 니가 AV 영화나 잡지에 나오고 했던 것을 알아보지 않냐?

란 : 그야 물론 그렇지. 하지만 부모님은 모르시는 거 같아.

나 : 뭐이야? 그럼 부모님이 아시게 되면 어떡하냐...

란 : 뭐, 할 수 없지. 나도 이미 어른이고, 내가 선택해서 한 일인 걸. 혼나도 할 수 없고, 이미 엎지러진 물이잖아?

나 : 이 일을 하기 전엔 AV업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했지?

란 : 글쎄... 전혀 생각도 못했지. 내가 어떻게 카메라 앞에서 옷을 홀라당 벗고, 거시기를 물고 넣고 할 생각을 했겠어. 내 선택이고 지금이니깐 좋게 생각하는 거지.

나 : 아까 첫경험은 17살에 했다고 했고, 그럼 본격적인 섹스는 언제가 첨이야?

란 : 19살 때 어떤 회사원이랑 러브호텔에서. 첨엔 쑥스러워서 따로 샤워했는데, 침대에선 키스로 시작해서 양손으로 내 양 가슴을 문지르고 하드니 내 온몸 구석구석을 훑드라구... 뭐 끝까지 갔지. 근데 좀 아팠어.

나 : 그랬군... 얼마나 하니깐 아픈 게 즐거움으로 바뀌드나?

란 : 글쎄... 한 열번쯤?

나 : 그럼 여태 영화말고 개인적으로 몇 번쯤이나 했을까?

란 : 음... 뭐 그런 걸 일일이 세어보나? 100번은 넘겠지?

나 : AV배우가 되어서 좋은 점이나 재미있는 일은?

란 : 음... 굉장히 다양한 경우의 섹스를 해본다는 것이 참 재미있는 일이지.

나 : 레즈비언 씬은 어떤가?

란 : 아... 내 취향은 아니야. 별로 하고 싶지않아.

나 : 그래.. 현재는 뭐 하고 있는가? 그리고 아까부터 너무 가리고 있는 거 아닌가? 설마 부끄러워서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

란 : 뭐 이미 업계에서 할만 한 거는 다했고, 나도 미래를 위해 준비를 해야 하잖아? 작년에 은퇴를 했고, 지금 뭐하는지 구체적으로 당신한테 알려주고 싶지는 않아. 뭐 현재는 당신이랑 얘기하고 있잖아. 아이 그리고 벗고 있으려니 몸이 추워지네. 감기 걸리겠어.

나 : 그럼 일루와바바바... 내 몸으로 후끈하게 해줄게.

란 : 안되겠다. 이제 할 얘기도 없는데 옷 입어야지... 당신도 이제 집에나 가. 어쨌든 이렇게라도 내 인터뷰를 해줘서 고마워, 땡큐!

나 : 아니 저런, 안돼! 이봐 이대로 날 보내면... 독자들이 너무 아쉽잖아. 차라리 밧줄로 고문이라도 해줘바.... 아아아... 갑자기 다시 머리가 아파와...


그녀의 하얀 속살이 점점 가려지면서 또다시 주위가 아득히 어두워진다. 정말 갑자기 참을 수 없는 두통이 밀려왔다. 그리고 난 의식을 잃었다.

아저씨! 아저씨! 인나세요! 여기 종점이거든요. 내리세요!

뭐냐? 이 녹색모자를 쓴 청년은? 그리고 여기는 어디냐? 종점이라니...

너,... 누구냐? 전철 공익이냐? 진정 종점이냐? 아직 막차 있냐?

* 본 기사는 반짝반짝 연애통신(www.yonae.com )에서 제공합니다. 퍼가실 때는 출처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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