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특통신] 섹스 나누기, 섹스 자원봉사

by 활기찬 미쓰리

장애인을 위한 섹스 자원봉사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요약하자면 장애인에게도 성욕이 있고 현실적으로 이를 해소하기 너무 어려우므로 장애인을 위한 섹스자원봉사를 조직하자는 내용이었다. (국내에서 조직하자고 주장한 것도 아니고, 외국에는 그런 거 있다던데... 라는 식으로 뉘앙스만 풍겼다.)

정말 괜찮은 생각인 것 같아서 덧글을 남기려고 했다. 그런데 기사에 달린 악플은 봐줄수없는 지경이었다. 욕설에 성인광고에.. 장애인에 대한 비판과 뜬금없는 종교싸움에 군대문제까지 난장판이었다..

('노인들을 위한 섹스 자원봉사를 조직하라. 탱탱한년들 거시기 빨게.' 라는 글도 있었는데... -_-;; 그런 건 노인단체에서 알아서 한다, 이 초딩색퀴야.)

장애인을 위한 섹스자원봉사가 일종의 성매매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점은 물론 심각하게 고려해 볼 문제이다. 하지만, 누가 그런 자원봉사를 하겠어? 아무도 안 할 건데. 라는 식의 글이 너무 많았다. 그런 글에 반박하려다 말고... 솔직히 그 악플러들이 너무 무서워서.. 여기다 쓴다. 나는 장애인을 위한 섹스 자원봉사 하고 싶다.

접특생활 3년차.. 기간으로 2년이 좀 넘는다.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을 대충 세어보면 적어도 3~40명 정도 되는 것 같다. 많다면 많은 수고 적다면 적은 수고.. 사실 몇 명이랑 잤느냐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여기서 만난 남자와의 섹스는 거의 수락했다. 거리가 너무 멀지 않고, 그 사람이 나와 섹스하고 싶어한다면. 거의 아무런 조건도 걸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너무 쌀쌀맞은 성격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글쎄... 한동안 오크 논쟁이 있었다. 여기서 노는 여자들은 다 갈 곳 없는, 남자에 굶주린, 그런 여자들이라는 이야기 말이다. 단언컨데, 나는 오크 아니다. 그런대로 괜찮은 축에 속한다는 말이다. ^^;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내가 오크가 아닐까 걱정했던 적이 있다. 어떤 남자에게도 사랑받지 못할까봐 두려워서 누구하고나 막 섹스하고 다녔던 적도 있다. 언제나 공허했고 두려웠고 자신이 없었다. 관계를 맺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면 덜컥 겁이 났다. 그 사람이 나의 이런 모습을 안다면 나를 더 사랑해주지 않을까봐, 아니 심지어 나를 경멸할까봐 겁이 나서 내가 도리어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피했다.

이건 정말 악순환이었다..... 외로우니까 아무 남자나 만나고 아무 남자나 만나니까 더 외로워지고.. 누구에게도 정 붙이지 못하고.... 그런 상황.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때, 그 어릴 때, 오르가즘이 뭔지도 몰랐다. 암껏도 모르면서 섹스만 하고다녔다. (하하하하;; 부끄러우니까 크게 웃자!)

그러던 중에 만났던 한모씨, 지금까지도 너무 감사한다. (당신 이 글 보면 웃겠다. ㅋㅋ) 그 사람은 내가 접특에서 만났던 남자들 중에 가장 근사했다. 접특을 떠나서 이제까지 개인적으로 만나 본 모든 남자들 중에 제일 멋있었다!

이렇게 잘 생기고 이렇게 매너 좋고 이렇게 똑똑한 남자를, 감히 내가, 만나다니... 이래도 되는걸까 하는 묘한 죄책감도 들고, 한편으로 이거 제비족 같은 거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미안;;)

그런 사람이 나와 섹스를 하겠다고 하는데 얼마나 황송했는지 모른다. 너무 황송한 나머지 횡설수설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었다. '여자가 자겠다고 하면 아무하고나 자는 거지? 남자는 다 그렇지?'라는 식으로 억지부리면서 괜히 화를 냈었는데, 그 사람은 '어떤 남자도 아무하고나 자지는 않아.'라고 대답했었다.

내가 막 불안해하는 걸 눈치챘는지 그 사람은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너는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다.' 라는 내용의 말이었다. 어쩌면 직접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이 말은 기억난다. '넌 참 좋은 여자야.'

어쨌든 그 사람은 나에게 굉장히 잘 대해 주었다. 섹스를 잘 한다는 건 삽입하고 두시간 반동안 발기를 유지한다든지 상대의 성감대를 기가막히게 잘 알아고 건드린다든지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은 내가 정말 좋은 여자라는 느낌이 들게 해주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과제물을 쓰려고 를 보게 되었다. 영화의 대사 중에는 주인공 파니가 '나는 강하다. 나는 아름답다. 나는 사랑하고 사랑받는다. 나는 사랑하고 사랑받는다.'고 하는데, 이 말은 이후로 무슨 주문처럼 나를 따라다녔다. 나는 내가 충분히 강하고 충분히 아름답다고 믿기로 했고 사랑하고 사랑받기로 결심했다.

돌이켜 생각하면, 만약 한모씨가 그 날 나를 거절했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갑자기 일이 생겼다는 둥 하는 이유로 나를 거절하고(사실 거절도 아니다, 나는 감히 들이대지도 못했으니까) 그냥 가버렸다면, 그랬다면 과연 내가 파니핑크의 저 대사를 기억할 수 있었을까?

나는 그 사람과의 섹스를 통해서 굉장한 자신감을 얻었다. 거절당하지 않았다, 성적인 매력이 인정받았다,라는 사실이 나에게는 마치 존재가치의 인정과 같은 것이었다. (너무 거창한가?) 어쨌든 섹스라는 행위는 그 자체가 좋다기 보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교류하는 것이 좋은 게 아닐까...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모든 사람을 인정하고 수락하기로 결심했다. 어떻게 보면 거창하고 정치적인 행동일지도 모른다만, 어쨌든 섹스를 통해서 개인들이 소통하고, 개인의 자존심이 회복되고 그러면 세상이 더 평화로워 질 것이다.

그리고 섹스가 만약 세상을 나은 곳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도구라면 나는 그렇게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쾌락과 열정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모두가 따듯하게 만족스럽게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다.

물론 가장 순수한 섹스는 섹스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섹스일 것이다. 그것이 옳은지의 여부는 논외로 하고, 실제로 대부분의 섹스는 그렇게 순수하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사랑하기 때문에' 섹스하고, 어떤 사람들은 '정욕을 못 참아서' 섹스하고, 어떤 사람들은 '외로워서' 섹스하고,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심심해서' 섹스하기도 한다.

더 말하자면 어떤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섹스하고, 어떤 사람들은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섹스하고, 어떤 사람들은 '백수생활 삼년째인 애인이 너무 불쌍해서' 섹스한다. 정말, 대부분의 섹스는 섹스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순수한 섹스가 아니다.

그렇다면 여기에 '상대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 섹스한다는 이야기가 하나쯤 들어간다고 해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나와 섹스했던 사람들이 행복하길 바랬고, 만족스럽길 바랬다. (이렇게 쓰고 나니 무슨 성직자같다. 노노, 아닙니다, 평범한 직딩이에요. ^^;;;)

나를 조금만 낮추고 내가 조금만 더 부지런하게 해주면 대부분은 만족했고 행복했다. 또, 내가 상대에게 그렇게 해주면 대부분은 나에게도 그렇게 해주었다. 내가 바지런하게 오럴을 해주면 상대도 성실하게 커니를 해주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물론 비상식적인 인간도 있긴 하더라 -_-;)

물론 나도 성적 취향이란 게 있다. 남자면 무조건 좋아~도 아니고, 그 모든 남자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배설구 같은 곳은 더군다나 아니란 말이다. -_-;;

굳이 원칙을 말하자면, 일단 만난 날은 별 일 없으면 섹스를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그 사람에게 최선을 다 한다. 왜냐면 내가 그 관계에서, 그 불확실한 순간의 관계에서, 최대한의 만족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후에 괜찮으면 다시 연락을 하고, 별로였다고 생각하면 아주 완곡하게 다음 만남을 거절한다. (이 과정에서, 상대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려고 얼마나 고심하는지, 정말 모를거다. ㅠㅠ;)

뭐 여튼,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하고싶은 이야기는 이거였다.

나는 장애인과 섹스봉사 해보고 싶다. 봉사정신이 투철해서도 아니고(대학졸업 후 한 번도 안 했음), 내가 섹스를 엄청 잘하는 테크니션-_-;; 이라서도 아니고, 내가 섹스에 미친 색정광이라서도 아니다. 특이한 경험을 기대하는 건 더더군다나 아니다! 다만 내가 생각하기에 섹스를, 그 따듯함을 나누는 일이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나랑 잤던 적이 있는 남자에게 이야기 했던 적이 있는데 그는 화를 냈었다. 왜 화를 내냐고 물어봤더니 남자들끼리의 이상한 경쟁심리가 발동해서 내가 장애인과 같은, 동정의 대상인가 하는 느낌이 들어 불쾌했다고 하더라.

그에게도 이렇게 대답했었는데, 그 사람은 물론 장애인이 아니지만, 장애인과 다르지 않은 사람이다. 나도 그렇고, 그도 그렇고, 우리 모두, 성욕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왜 그러니?'라고 물으면 나는 '왜 그러면 안되니?'라고 묻겠다. 그리고 굳이 나의 도덕성에 대해 변명해야 한다면.. 이 글이 변명이 될 수 있을까?

* 본 기사는 반짝반짝 연애통신(www.yonae.com )에서 제공합니다. 퍼가실 때는 출처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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