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영진공] 코드네임 나비 미션2 - 아름다운 표적

'코드네임 나비 미션2 - 아름다운 표적'은 2003년 3월에 출시된 '코드네임 나비 미션1 - 죽음의 립스틱'의 속편입니다. 일편과 마찬가지로 한국과 일본 양국의 비디오 시장을 목표로 해서 만들어진 야심찬 기획의 블록 버스터급 v-cinema입니다.

일편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에로 비디오에서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고예산의 장면들이 이어집니다. 에로 비디오에서 이 정도 스케일을 시도하고 보여주려 한다는 점에서는 고마운 일이고 어떤 의미에선 감동적이기까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영화 외적인 감동이고 이 감동이 영화 그 자체의 감동으로 발전되지는 않아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물론 에로 비디오 장르의 영화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하는 것 일수도 있겠지만 코드네임 나비 미션 씨리즈에 일반 에로 비디오와 같은 평가 기준을 들이 대는 것은 이 영화에 대한 예의가 아니므로 일반 영화와 같은 기준으로 평가해 보겠습니다.

일단 이 영화를 보면서 말초적인 자극 이상의 영화적인 감동을 느끼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에로 비디오의 필수 요소인 베드씬의 퀄리티는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지만 등장인물들은 지나칠 정도로 진지하고 기본 줄거리도 정통 첩보 스릴러 장르에서 한 치도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야기 자체가 너무나도 올드하고 에피소드들은 장르에 충실한, 말 그대로 오리지널 자체라 아무런 현실감도 느껴지지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시나리오의 퀄리티만을 보자면 로버트 맥기가 '시나리오, 어떻게 쓸것인가'에서 언급한 상업적인 성공을 보장하는 유형의 나쁜 시나리오 장르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상업적인 성공을 보장하는 유형의 나쁜 시나리오

주인공이 현재의 인류 문화를 영원히 끝장내 버릴 수 있는 어떤 것을 소유하게 되는데 그 현재의 인류 문화를 영원히 끝장내 버릴 수 있는 어떤 것은 매우 자그마한 물건이다. 그 물건을 소유한 주인공은 수십 명이 넘는 등장 인물들의 추적 대상이 되는데 하나 같이 이 주인공을 죽이려 하고 있다.

자동차 추격전, 총격전, 탈출, 폭발 장면이 이어지며 무언가를 부수거나 사람이 죽는 장면이 아닐 경우엔 주인공이 이중 삼중의 신분을 지닌 추적자들 중에 누구를 믿어야 할지 찾아내려 애쓰는, 아무런 움직임 없이 대사로 가득 찬 장면에 할애되고 있다.

코드네임 나비 미션2의 기본 줄거리도 상업적인 성공을 보장하는 유형의 나쁜 시나리오와 비슷합니다.

일편에 등장했던 킬러 나비가 또 다시 한국으로 건너 와 비밀리에 세균 병기를 개발해 어둠의 세계에서 군림하려고 하는 제약 회사 사장을 암살하려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전형적인 007 첩보 영화 스타일의 이야기이고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조직 내의 배신자가 나타나고 전세계적인 규모의 막강한 상대 조직과의 스파이 전쟁이 시작됩니다.

일반 첩보 영화와 다른 점은 거대한 폭발과 자동차 추격씬 그리고 액션씬이 차지해야 할 분량을 남녀 배우의 끈적끈적한 베드씬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아무런 이유 없이 베드씬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르적 재미를 주기 위해서는 영화 내에 존재하는 리듬이 중요한 법인데 지나칠 정도로 긴 베드씬 때문에 리듬이 끊긴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코드네임 나비 씨리즈의 최종 목적은 정통 첩보 스릴러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장르적인 재미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정통 첩보 스릴러 장르를 에로 비디오 형식으로 재현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에로 비디오 스타일의 베드씬이 러닝 타임의 반 정도를 차지하게 되고, 총도 제대로 잡지 못하며 한국말 발음조차 어색한 일본인 여자 킬러가 나오는 어정쩡한 액션씬이 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정말 킬러 나비의 총 잡는 자세는 언제 봐도 너무나 어색합니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 스텝들도 많았을 텐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던 걸까요?

킬러 나비를 연기하는 방식도 조금은 안타까웠습니다. 그녀의 연기 자체는 진지하고 깔끔하지만 영화 내내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별 다른 노력 없이 모든 걸 깔끔하게 해결합니다. 한 마디로 그녀는 킬러라기 보다는 킬러를 연기하는 일본 에로 배우로 느껴집니다.

결국 남는 건 베드씬입니다. 암살 대상의 딸로 등장하는 여배우와 한국 내 여자 조직원들의 베드씬은 나무랄 나위 없이 훌륭하지만 일편과 마찬가지로 킬러 나비의 베드씬은 거의 볼 수 없고 한국 여자 배우들의 베드씬만 줄창 보게 되는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 본 기사는 반짝반짝 연애통신(www.yonae.com )에서 제공합니다. 퍼가실 때는 출처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