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영진공] 하얀 속살

은 2003년 12월 5일에 디바 프로덕션에서 출시된 작품으로 , , ,, , , , , , , , , , , , , , 등 수십편의 작품으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확립한 박정호 감독의 작품입니다.

박정호 감독의 작품을 보면 에로 비디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나 연출이 아니라 역시 배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전작 에서도 그랬듯 이번 작품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능청스러운 입담이 특기인 감독 본인과 발랄 명랑 상큼한 여배우와의 은밀하고도 야한 일대일 대화입니다.

에로 비디오라는 장르의 특성상 유료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부분은 화끈한 베드씬이겠지만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별 다르기 힘든 에로 비디오의 베드씬에 식상한 분들이라면 능청스러운 감독이 입담 하나로 발랄 명랑 상큼한 여배우의 숨겨진 면모를 하나 하나 벗겨 보여주는 과정에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감독은 전작 와 등의 작품으로 에로 비디오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려는 시도를 한 것 같습니다. 비디오의 배경이 되는 장소는 여관 + 한 곳으로 총 두 곳을 넘지 않고 배우는 남자 한명 여자 한명 + 감독 본인으로 총 세 명입니다.

이렇게 초저예산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관객들에게 볼거리 혹은 즐길 거리를 제공해 주기 위해선 최대한 배우들의 가식적인 연기 속에 감추어져 있는 심연을 파고 들어야 합니다.

배우들은 연기자이기 이전에 인간이고 관객은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 있으므로 그들을 파고 들어가면서 숨겨진 면모를 끄집어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볼거리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박정호 감독 특유의 작가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그의 작품은 사실 극영화라기 보다는 일종의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편입니다.

에로 비디오라는 장르의 특성상 한 인간이 갖고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 중에서 유독 에로틱한 면모만 집요하게 파고들어가려 한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러나 기존의 에로 비디오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한 인간을 알게 되는 것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이런 재미는 초호화 블록버스터 포르노와 극영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오로지 박정호 감독의 작품 속에서만 존재하는 재미이므로, 그는 산업화된 영상 업계에서 보기 드물게 개성적인 형식미를 창조한 작가주의 감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단점이 있다면 한 번 출연한 여배우는 두 번 다시 출연하기 힘들다는 점과 감독 본인이 코메디언을 능가하는 입담을 유지해야 하고 새로운 대화의 소재 그리고 레파토리를 계속해서 고안해 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일반적인 영화 감독의 업무 이상이 되므로 어지간히 부지런하게 궁리하고 연구하지 않으면 다음 작품이 시시해져 버린다는 것입니다.

결정적으로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인 여배우가 오픈 마인드하지 않고 마음의 문을 굳게 닫은 채 감독과의 대화에 가식적인 태도로 나온다면 작품의 재미 자체가 성립하지 않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배우의 성격 또한 박정호 감독의 작가주의 성립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도 와 마찬가지로 단편 세 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입니다.

오프닝 작품인 '맞바람'은 남자친구가 바람을 펴서 속상한 여자가 벤치에 홀로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남자 옆에 앉아 담배를 빌리며 애인이 있으면 자기랑 놀자고 하면서 시작합니다. 점잖은 인상의 벤치남 최경수는 이게 왠 떡이냐 싶으면서도 싫은 척하면서 따라가더니 역시 남자답게 섹스를 합니다.

에로 배우라는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게 상큼하고 맑은 눈동자의 소유자인 김은아의 시원 시원한 연기가 인상적입니다. 각본을 담당한 감독의 공이 크겠지만 김은아와 최경수 사이에 오고가는 유머러스한 대사에 야한 색정 보다는 유쾌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붉은항문'은 박정호 감독의 특기인 감독과 여배우와의 야하고도 은밀한 일대일 대화로만 이루어져 있는 작품입니다.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대화 내용에 맞게 여배우의 은밀한 부위를 구석 구석 살피며 온 몸을 자세히 관찰해 줍니다.

감독의 유머러스한 입담에 완전히 오픈 마인드된 여배우는 솔직 대담하게 자신의 숨겨진 면모를 하나 하나 끄집어내 관객들에게 보여줍니다. 가슴이 작다고 구박하는 감독에게 수줍은 미소를 날리는 여배우의 풋풋한 매력에 흠뻑 빠지지 않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스너프 필름이 뭔지 몰랐다가 감독의 설명을 들으며 경악하는 김은아의 표정에서 아무리 야한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한다고 해도 역시 그녀는 에로 배우이기 이전에 순진한 한 명의 여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얀속살'은 '맞바람'에서 점잖은 벤치남으로 등장했던 최경수와 침대에서 뒹구는 김은아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맞바람'에서 가식적인 연기를 했던 두 배우는 '하연속살'에서는 연기 따윈 집어 치우고 에로 배우 김은아와 최경수 그 자체로 카메라 앞에 서서 베드씬을 펼칩니다. 그들에게서 연기를 하는 등장인물이라는 느낌보다는 에로 배우들이 재미 삼아 에로 연기를 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영화적인 재미보다는 배우들의 인간적인 매력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자신의 온 몸을 애무하는 최경수에게 오빠 여자 친구한테도 이렇게 해 줘? 라고 천진난만하게 묻는 김은아의 맑은 눈동자가 인상적입니다.

전체적으로 영화적인 재미는 기대하기 힘들지만 끊임없이 구조조정을 하고 리모델링을 해서 어떻게든 저예산으로라도 뭔가를 만들어보려고 했던 절박하고도 필사적인 분위기에서 새로운 재미를 창조해 보려 했고 일정 부분에서는 성취를 해 낸 감독의 작가 정신에 지지를 보내고 싶어지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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