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브컬처탐방] 로망포르노 15회

미조구치 겐지와 오즈 야스지로

치골과 치골이 맞부딪치고 근육이 흔들리며 허리를 마구 돌려 대는 남우(男優)의 등짝은 땀으로 번들거린다. 여배우의 에로틱한 신음 소리가 촬영장에 메아리치며 희디흰 허벅지가 출렁거린다.

현장의 최고 권력자인 감독들은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 일반인들의 상식을 초월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었다. 그들 자신이 만들어내는 드라마를 초월한 파란만장의 인생 드라마를 소개 하고자 한다.

일본 영화계의 대표적 감독인 미조구치 겐지(溝口建二)는 로케지에서 후배들과 함께 목욕탕에 가면 자신의 등에 난 상처를 보여주며 '이 정도는 돼야 여자를 그릴 수가 있는 거야.'라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1925년 5월 니카츠의 촬영소에서 [빨간 석양 아래서]를 찍고 있을 때 동거하고 있던 잇쵸 사유리와의 사랑 싸움 끝에 입은 칼자국 이었다. 사건은 신문 등에도 보도되었고 미조구치는 감독직에서 ?겨나기 까지 한다. 잇쵸 사유리를 ?아 상경하지만 결국 둘은 헤어지고 마는데 이때가 미조구치, 27세 때의 일이었다.

그 후 약 10년 뒤. 영화는 토키시대. [浪華悲歌], [祗園の姉妹], [愛苑峽] 등의 주옥같은 작품을 찍어낸 그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게이샤가 된 누이의 밑에서 성장하고, 염색직공에서 영화계로 뛰어든 입지전적 인물로도 존경받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는 여자의 슬픔, 남자와 여자의 애증을 그린 작품이 많은데 미조구치 자신의 경험에서 많은 영감과 묘사의 방식을 찾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의 정실 부인인 미조구치 치에코가 말년에 정신 질환을 앓게 된 것도 미조구치의 분방한 삶의 방식 때문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하지만 여배우 다나카 기누요(田中絹代)와 정을 나누었던 일은 누구나 아는 일이었다.

미조구치보다도 세계에 이름을 먼저 알린 오즈 야스지로(小津 安二郞) 감독의 경우에는 언제나 소시민의 삶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감독이었지만 일단 술을 마시면 긴자(銀座)의 바의 카운터에 올라가 알몸으로 춤을 추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고 한다.

고누마 마사루와 후지타 도시야

나중에 니카츠 로망포르노의 명감독이 되는 고누마 마사루(小沼勝)가 니카츠에 처음 입사하자, 선배이자 감독인 니시카와 카즈히로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술은 마셔라! 그러나 도박은 하지마라! 여자와는 많이 사랑해라!' 물론 니시카와는 신인 조감독들에게 모두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고누마는 이 충고를 너무나 충실히 지켰으며 로망포르노를 만드는데 지대한 도움이 되었다고 술회한다.

한편으로는 고누마는 촬영 현장에서 가장 무서운 감독으로도 유명했다. 미조구치와 오즈가 그랬던 것처럼. 고누마 감독은 74년 카타기리 유우코와 2번째 결혼을 한다. 첫 번째 결혼으로 니카츠 내부에서 이런 저런 말이 많아지자 일단 헤어졌다가 다시 결혼 한 것이다.

후지타 도시야(藤田敏八)는 감독으로 승진 하자마자 겁도 없이 주로 선배 감독 부인들과 연애를 했는데 니카츠 내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후지타의 경우에는 그가 동경대 학생이던 시절부터 그런 삶을 살았고, 평생 일관해 온 그의 삶의 방식이었다고 한다. 후배 조감독들의 집에 가서는 후배가 잠깐 화장실에 간 틈을 이용해 후배의 부인에게 키스를 하기도 했다고. 잘못하면 살인을 부를 짓이다.

오타큐선 전철 안에서 알게 된 젊은 여자는 얼마 뒤 미혼모가 되었고 잡지에 수기를 발표한 사건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후지타의 부인으로 아카자 미요(赤座美代)가 알려져 있지만 이것은 재혼이었다. 후지타가 조감독이던 시절, 후배들이 집에 가보면 언제나 다른 부인(?)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쿠마시로 타츠미(神代辰己) 등의 다른 감독들도 당연히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후지타가 1997년 8월 죽음을 맞이했을 때, 세 번째 결혼을 하게 된다. 만년의 뒷바라지를 해준 여성과의 죽은 뒤의 결혼이었다. 이 자리에는 첫 번째 부인과 두 번째 부인이 동석했다. 후지타식의 행복이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Q감독'으로 스포츠지에 구설수에 오른 충무로의 이단아, 모감독도 여성편력과 관련된 악소문이 많다. 영화감독은 작품으로만 평가 받아야 한다. 여자를 사귀는 수와 스스로 겪어야 하는 마음 고생은 정비례하기 때문에 죄 값은 스스로 충분히 치르기 때문이다.

타다미 네 장반 외설적 정사

1978년에는 46작품이 발표 되었다. 하야시 이사오 감독의 [더 콜걸], [단지처 둘만의 밤], [음절해녀 우즈쿠], [투명인간 범해라!] 등과 니시무라 쇼고로 감독의 [나비의 뼈], 후지이 카츠히코 감독의 [타다미 네 장반 외설적 정사], 고누마 마사루 감독의 [때로는 창부처럼]등의 작품이 개봉 된 것이 1978년이다.

타다미 네 장반 시리즈의 하나인 [타다미 네 장반 외설적 정사]는 후지이 카츠히코 감독이 바톤을 이어받았다. 청순한 이미지의 시마 이즈미(志摩いずみ)의 세 번째 작품으로 그녀의 색기어린 신음 소리와 가녀린 몸매가 주는 보호 본능이 남성팬들을 자극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스와핑물'이라고 볼 수 있는 이 작품의 줄거리는 엘리트 회사원의 아내가 무료한 일상에서 탈피하고자 다도회에 다니면서 변모해 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다카코는 뉴욕으로 출장을 떠나는 남편을 위해 구두를 남편의 회사까지 가지고 간다. 돌아오는 도중 다도 선생인 레이코와 우연히 만나고 그날 밤, 다카코는 레이코의 집을 방문해 그 곳에서 하룻밤을 묵는다. 다도회 도중 선원들이 나타나 다도회에 참여한 한 여인을 윤간하기 시작하는데 사람들은 묵묵히 차만 마실 뿐 아무 일 없다는 듯 바라보기만 한다.

그리고 모두가 떠난 다도회장에서 레이코가 다카코를 애무하기 시작한다. 다음 날 돌아가려는 다카코에게 매주 화요일 비밀 다도회가 열린다는 것을 알려준다. 1주일 후 남편이 돌아오지만 회사일로 바쁜 남편의 눈을 피해 다시 레이코의 다도회에 참여하는 다카코. 이번에는 불량스러워 보이는 야쿠자들이 다카코를 범한다.

그 후, 다카코는 남편의 눈을 속여 다도회에 계속 참여하게 된다. 어느 날, 다카코는 다도회에서 남편 회사의 부장을 알게 된다. 남편 이마니시는 부장의 빽으로 승진한다.

하지만 다카코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여기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레이코의 집을 방문한다. 이마니시는 거기서 다카코와 자기의 상사인 부장이 서로 안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망연히 바라보는 이마니시에게 레이코가 다가온다. 모든 것을 알게 된 이마니시는 레이코와 격렬한 섹스를 나눈다.

부부이면서 서로 다른 사람을 안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마치 지옥도를 바라보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투명인간 범해라!

사극 전문인 하야시 이사오 감독의 현대 코믹물로써 투명 인간을 다룬 소프트 SF인 [투명인간 범해라!]는 역시 시마 이즈미가 주연을 맡았다.

대학 연구실에 근무하는 잇페이는 기가 센 마누라 모모코보다는 그녀의 동생, 즉 처제 마치코를 몰래 사랑하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 잇페이는 연구실에서 우연히 투명인간이 되는 약을 발명하는데 마침 그때 여장부로 유명한 구로가와 교수가 부임해 온다. 그녀에게 대들었다는 이유로 잇페이는 곧 실험실에서 짤리고 만다.

열 받은 김에 투명약을 마신 잇페이는 평소에 흠모하고 있던 처제 마치코의 방에 들어가 마치코의 팬티 냄새를 맡고 여탕에 잠입한다. 마침 여탕에 마치코가 들어오고 발기한 잇페이는 엉뚱한 중년 부인을 범하기 시작하는 잇페이.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보이지 않고 혼자서 몸부림을 치는 중년 부인을 보고 손님들은 모두 난리가 난다.

잇페이의 즐거움은 계속되는데 결국 마치코도 범하고, 점점 쾌락의 정도가 상승한다. 마침내 자신을 업신여기던 마누라 모모코와 구로가와 교수도 범해버린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치코는 실수로 잇페이가 남겨 놓은 투명약을 엎지르고 당황해서 물을 섞어 양을 채워둔다. 그런데 그 사실을 모르고 약을 마신 잇페이는 학술 회의에 참여해 발표 중인 구로가와 교수를 골탕먹이려고 음탕한 장난을 친다.

발표 중인 구로가와 교수가 발가벗겨지고 학자들은 여교수의 알몸을 구경한다. 게다가 잇페이가 구로가와 몸에 올라타 섹스를 시작하는데 남자를 몰랐던 구로가와는 그 맛을 처음 알고 쾌락에 떨어져 포효한다. 그러나 약 기운이 떨어져 잇페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모든 것이 드러났다. 처녀인 마치코는 잇페이 덕분에 섹스의 공포감을 잊고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모모코도 투명인간 때의 잇페이의 남자다운 섹스를 기억하고, 잇페이를 다시 보게 된다. 또, 구로가와도 섹스의 맛을 알고 동료 학자와 사랑에 빠지니 그야말로 모두가 해피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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