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브컬처탐방] 로망포르노 제13회

전통모럴의 한계

70년대 후반 들어 일본 사회에서는 기존의 전통적인 성 모럴의 한계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에브노말 섹스'에 대해 관대해지는 풍조가 퍼져 나갔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동성애' 와 '새디즘 매저키즘(SM)'등이다.

이러한 풍조에 힘입어 남성팬이 90%이상을 차지하는 니카츠의 로망포르노는 '남성이 여성에게 학대를 가하는' 장르의 작품이 많아지는 필연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니카츠의 SM로망 포르노, 아니 일본의 SM을 논하려면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인물이 있는데, 소설가 단 오니로쿠(團傀六) 다. 또, 니카츠의 SM전담 배우라고 할 수 있는 다니 나오미를 빼놓을 수는 없다. 니카츠의 SM 자체가 다니 나오미, 미야시타 준코 등의 '제 2세대 여배우'들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드, 단 오니로쿠

작가 단 오니로쿠의 출현은 니카츠 뿐만 아니라 일본에 SM문화 자체를 성장 시킨 기폭제가 되었다. 그를 일본의 사드 백작이라고 칭해 조금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경제효과'로 그를 평가하자면 아마도 수 조원의 단위가 아닐까. 영화, 소설, 사진, 풍속업, 그 외 다양한 산업과 성 모럴자체에 그 충격파가 전해졌으니 말이다.

로망포르노 총 50여 편의 SM명작을 낳아 해외에서도 그 평판이 자자했으며, , , 등의 오늘날까지도 사랑 받는 명작들이 그의 전설이 아직도 살아있다는 증거들인 것이다. (단 오니로쿠씨의 공식 홈페이지 : http://www.oni6.com/)

1931년 4월 일본 사가현(滋賀縣)의 영화관 주인인 아버지와 여배우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의 본명은 쿠로이와 사치히코(黑岩幸彦). 명문 관서학원대 법학부에 재학중이던 학생시절 현상금을 탈 목적으로 쓴 소설이 '문예춘추'에 당선되어 얼떨결에 문단 데뷔를 하게 된다.

그 뒤 순수문학을 지향한 '숙명의 벽(宿命の壁)'을 출판하지만 대실패, 그 후 도박과 섹스를 섞은 대중소설 '대혈(大穴)'을 발표했는데 이것이 제목 그대로 영화화되는,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리게 되어 졸지에 술집의 경영자가 된다.

그러나 인생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사기를 당해 막대한 손해를 보고 그 손해를 만회하고자 선물(先物)에 손을 댄 것이 그로키 펀치가 되어, 드디어는 빈털털이로 낙향하고 만다.

빚더미에 올라앉은 그는 자신의 특기이던 주식, 선물을 등장시킨 기업소설을 더 이상 쓸 수가 없었고, 성적인 망상과 가학적인 관능소설을 쓰기 시작하는데 하나마키 쿄타료(花卷京太良)라는 필명으로 연재 한, 일본 SM의 시조 이 바로 그것이다.

이 성공을 바탕으로 시골에서 영어 선생을 하던 그는 새로운 각오로 상경하여 '소화 6년생의 남자가 SM의 오니(鬼,도깨비, 귀신, 악다귀처럼 그것에만 매달린다는 뜻으로도 쓰임)가 되겠다는 각오로 단 '오니로쿠(團 鬼六)'라고 스스로를 칭하며 소설뿐만 아니라, 영화, 사진집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갔으며 오늘 날에는 만화, 애니메이션의 분야에 까지 그 이름을 떨치고 있다.

그의 작품에 출연한 많은 배우들을 '뭔가에 홀리듯' 매저키스트를 연기하게 만드는 묘한 재주를 지녔던 단 오니로쿠는 최근에 한 인터뷰에서 옛날의 비법을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답변했다도 한다.

다니 나오미(谷ナオミ),시마 이즈미(志麻 いづみ), 아사부키 아츠코(麻吹淳子), 다카쿠라 미키(高倉美貴) 등의 당대의 니카츠 대표급 배우들은 실제로는 매조키스트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때문에 밧줄로 묶고, 공중에 거꾸로 매달고 하는 SM에 출연하길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

하지만 그들을 만나서 설득을 하는 거지, SM이라고 해서 특별히 이상한 짓을 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한 꺼풀 벗겨 놓으면, 그 다음은 스스로 벗게 되어 있어 여자란...

그런데 지나치게 이상한 것을 요구하는 경우는 대개 감독들인데, 예를 들면 알몸이 된 여배우를 거꾸로 매달고 '그 곳' 에다가 장미를 한 송이 꼽는다거나... 그런데 이미 공중에 매달린 여배우들은 정말 매조키스트가 된 듯 순순히 감독의 요구에 응 한다는거야. 참 묘한 일이지?

니카츠의 촬영장에서는 여배우들에게 인간의 본성 속에 녹아있는 매조키스트적인 요소를 끌어낸 것이 아닐까? 그것이 사실이라면 교묘한 연출진의 솜씨도 솜씨지만 고도의 집중을 보인 여배우들의 직업정신도 평가할 만한 것이 아닌가.

현재도 버라이어티 쇼등 각종 TV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정력적인 활동을 보이고 있는 단 오니로쿠는 일본의 서브컬쳐, B급 문화계의 거장으로 영원히 기억 될 것이다.

다니 나오미

SM이 영화의 소재로 등장한 것은 핑크 영화가 먼저였다. 경험이 풍부한 다니 나오미, 미야시타 준코 등이 핑크계에서 니카츠로 스카우트 되면서 로망포르노도 활기를 띠었다.

'다니 나오미'라는 이름은 단 오니로쿠의 소설에도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 19세때 단씨와 만나 총 35편의 영화에 주연 내지 조연으로 출연한다. 그녀는 쿠우슈 출신으로 사투리가 아주 심했다고 한다. 제작진의 염려와는 달리 흰피부와 글래머러스한 육체로 눈깜짝할 사이에 스타대열에 오른다.

그렇게 시작된 니카츠의 SM 영화는 제1세대 다니 나오미 (谷ナオミ)와 미야시타 쥰코 (宮下順子)를 거쳐, 신인 여배우들도 통과의례처럼 SM 한 두 작품은 찍고 넘어가는 것이 의례로 되어갔다.

그 뒤를 이은 다카쿠라 미키(高倉美貴), 아사부키 아츠코(麻吹淳子), 그리고 제3세대라고 할 수 있는 시마 이즈미(志麻いづみ), 마츠카와 나미(松川ナミ) 등으로 이어졌으며 현대 일본의 포르노에서는 빠트릴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장르의 하나가 되었다.

1979년 은퇴하지만 진짜 그녀의 인생은 은퇴 후에 시작 되었다. 그녀는 은퇴 후 곧 결혼을 하는데 불행한 교통사고가 기다리고 있었다. 3년이라는 긴 시간을 병석에서 누워서 보내야 했다.

투병 끝에 이혼을 하고 고급 클럽을 운영하는 등 폭넓은 사업을 펼치는데, 투병 기간동안 그녀를 보살펴준 의사, 이혼소송을 맡았던 변호사 등과의 교류도 팬과 여배우로써의 관계로 계속되었다고 한다.

20년 만에 단 씨와 재회하여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이제, 남자와의 인연은 영원히 끊었어요.' 그녀는 그런 결심을 문신으로 새겼다. 그녀의 등에는 사쿠라 문신이 있다. 그 사쿠라 문신은 그녀의 은퇴작이 된 영화에서 맡은 배역의 등에 있던 바로 그 문신이었다.

그녀는 다시 컴백했고 최근작으로는 2000년 로망포르노 30주년 기념작 이 있다.

꽃과 뱀

74년 6월 22일에 개봉한은 니카츠 SM물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고누마 마사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고누마 감독은 니카츠 감독중에서도 샌님중의 샌님 감독으로 유명했다.

의 스토리를 대략 소개 하면 다음과 같다. 돈 많은 노(老)사장이 젊은 부인을 재취하나 이 젊은 색시가 버릇도 없고 자신의 요구도 제대로 들어 주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자신의 부하직원 중 새디스트적 성향이 있다고 판단되는 젊은 사원을 골라 젊은 부인을 '벌주라'고 한다.

가학과 피학의 행위로 성적 쾌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私刑'으로 의 행위였기에 후세의 평론가들은 을 본격 SM물이 아닌 걸로 평가하는 사람이 많다.

을 본 단 오니로쿠는 격노해서 'SM의 S도 모르면서 영화를 찍었다'며 격노했고 SM에 생소한 니카츠의 젊은 감독들은 그의 자택이 있는 요코하마에 들락거리며 특강을 들어야 했다. 그렇게 해서 한결 보완 된 작품이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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