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특통신] 상심하지 마시라

간만에 당 수뇌부의 간절한 바람이 통했던 것일까.

게시판마다 염장성 짙은 접선 후기와 고백들이 줄을 잇고, 피를 토하는 듯한 애절한 외로움의 호소가 끓어 넘친다.

겨드랑이 사이를 파고드는 차가운 바람에 반비례하여 게시판은 되래 뜨거워지니 참으로 명랑사회가 눈앞으로 다가오는 듯한 아름다운 광경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그러나 접선이건, 명랑이건 인간 관계에 쉬운게 어디 있을까. 의도하지 않은 오해와 상처로 방 구석에 처박혀 소주병을 파트너 삼아 시간을 죽이고 있는 당원들을 위해 명랑 도전기와 담담한 회고기 한편씩을 올린다.

찬 바람에 가슴 시려들 말고 다시금 불타는 의지를 발기시키시라.

내 생애 첫 번째 원나잇스탠드(2005/10/12)

by 자작나무

여기 오는 이들 대부분 그러하듯이
나 역시 딴지일보에서 흘러들어왔다.
칼럼을 읽다 게시판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로그인을 하고
접선 특위에 들어섰다.

이게 꼭 한 달 전의 일이다.
그 뒤로 난 세 번 정도 로그인을 했고
그 중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나의 프로필을 읽고
'저도 그 책 세번이나 읽었는데 참 감동적이죠?'
'님이 말씀하신 이상형이 꼭 제 얘기 같은데요.'
'바야흐로 가을하늘이 어쩌고 저쩌고..'
등등의 쪽지는 (그들에겐 미안하지만) 씹었다.

단순 담백하게
'안녕하세요?'
그럼 답장을 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사실 이런 식의 첫 쪽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채팅이란 것을 해 본지 어언 5년이 흘렀는데,ㅋ
한 남자와 무수한 쪽지를 주고 받고 전화통화를 하다보니
새내기시절, 그 때로 몸이 두둥실 뜨는듯, 오묘하고 신기하고 재밌드라..

근데 통화가 한참 무르익을 즈음.
이 남자 난데없이, 아니 어쩌면 결국, 그말을 던졌다.
'만나서 서로 맘에 들면 잘 수 있어요?'
지금껏 사귀던 사람과만 섹스를 해왔던 나는
?m나잇에 대한 오픈마인드가 덜 되어 있는,
아니 전혀 체계가 잡히지 않은 사람이다.

호기심이 밀려왔다.
내가 사귄 과거의 남자들도 나말고 딴 여자와 잠자리를 한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5년된 여자친구가 있다는 이 남자처럼.

도대체 그런 남자의 심리는 도대체 뭘까.
더,, 나아가,,
내 자신이 궁금해졌다.

안된다고 생각하는 평소 지론은
나의 어떤 출생의 배경과 사회적 배경에서 연유된 결론일까.ㅋ

과감히 나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에게 외쳤다.
나도 당신이 마음에 들면 같이 자겠노라고.

막상 약속날짜가 되고 약속장소로 나가는 길
내 마음은 폭격을 맞은 듯 요동쳤다.

아쒸, 괜한 짓 하는 거 아냐
내가 미쳤어 미쳤어
심장이 두근두근거리고,
머리 끝 부터 발끝 혈관이 터질 거 같았다.

그리고, 만났다.

..

그리고, 아침에 그와 침대에서 함께 눈을 떴다.

그가 특별히 멋있었던 거 아니고
그가 특별히 내 취향이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같이 있는 시간이 지루하진 않았고
한없이 무난한 남자였다.

그래서
어쩌면 그는 희생양이었다.
내 생애 처음 원나잇 스탠드의 대상.

그리고 나는 이제 내 자신에 대해, 그날밤에 대해 결론을 내렸다.
'너는 아직 원나잇으로 섹스의 즐거움에 빠지기는 어렵겠다.
다만, 몸을 맞대고 같은 침대에서 잠들 누군가가 필요했구나.
그만큼 외로운가보다. 불쌍한 것.'

나만 그런지는 몰라도
여자가 적어도 오르가즘을 느끼려면,
그 사람과 세번은 넘게 섹스를 해봐야 하는 거 아닐까.
몸이 익숙해지고 귓가의 속삭임 등이 있어야 몽환 상태로 빠질 수 있는데
원나잇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오르가즘이 아니더라도 부딪힘, 쓰다듬어 주기, 안아주기,
하나되기만으로 충분하다면,
그런 의미는 상관없어질 수 있다.

외로운 현대인들은 그래서 밤이 되면 늑대 여우의 탈을 쓰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제 원나잇도 조만간 현대생활백서에 들어갈 날이 올 것인가.


앞으로 어쩔 생각이냐고?
딱 두 번만 더 해보고, 계속 할지 말지 결론낼 생각이다.
인생은 삼세판이다.

고찰2..(2005/10/14)

by 잔다르크

섹스에 관하여..

몇명의 남자친구도 있었고
결혼까지 생각한 사람과 3-4년의 동거도 해봤지만
아직도 내게 있어서 섹스는 어렵다.

첫사랑과 처음 했을땐 그냥 막막하게 눈물이 났었던 것 같았다.
처녀성의 상실에 대한??

아니 그것도 아니었던
의미모를 눈물이 흘렀다는..
감수성 예민한 열여덟살이었으니 그 의미를 이제 와 어찌 알랴.

어떤 남자는 술을 마신 것 처럼 몽롱해질 정도로 섹스를 참 잘했었고
또 어떤남자는 섹스 전 전희가 훌륭했으며
다른 남자는 깊은 잠에 빠져있던 날 강간(?)해
다음날 꿈인지 헷갈릴정도로 이기적이었던 남자도 있었드랬다.

손에 닿을듯 아슬아슬한 오르가즘의 경계에서
끝을 넘고자 남자친구의 눈밑에 다크서클이 생기게 괴롭힌 적도 있었고.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고 적극적으로 뎀벼 색녀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
그렇게 이십대 초반의 나는 섹스를 참 좋아했었던것 같다.

이제 서른을 바라보는 지금은..
의미없는 욕구해소를 위한 섹스는 언제나 끝난 뒤에 후회가 남는다.
이젠 욕구조차 생기지 않지만 술에 취해서 분위기에 취해서
그렇게 끝장을 본 후엔 항상 몇일을 감기처럼 앓는다.

늘 가슴이 비어있던 내게 섹스를 한 남자는 이제 다른 의미의 남자였다.
그리고 함께한 대부분의 남자들도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잠깐도 아닌 1-2년씩은 사랑했으니 말이다.
깊어지려는 사랑의 촉매제 역할을 했었던게 섹스였다.

무덤덤한 가슴으로 몇 번 만난 남자가 어느날 다르게 보일때
그때 분위기에 취해 섹스를 하게 된다면 그사람에게
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 사람의 감정이야 어떻든 이미 난 그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으니..

하지만 모든 남자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는 걸 알았을때
난 이미 만신창이 상태였다.
끝도 없는 불면과 알콜중독 정신적 공황상태..
미친년처럼 밤거리를 쏘다닐때도 있었고 몇일밤을 울기도 햇었더랬다..

그런 시행 착오를 여러번 겪으면서
그가 사랑한다는 확신을 보여준 후 섹스를 해야한다는걸 배웠다.
내가 덜 상처받고 아프지 않기 위해선 그렇게 해야한다는 것을..

난 만만한 여자가 아니라는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접선남들에게 말한다. '난 섹스를 좋아하지 않아요'라고..
지들이야 어찌 생각하건 말이다..

섹스 자체는 이제 즐겁지 않다.

손을 잡거나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그의 힘찬 심장 박동 소리를
듣는 다던가 하는..
그런 작은 스킨쉽만 하고 싶다.

그의 학력이나 지성이나 외모보다
그의 큰 손 안의 따뜻함이 생각나고 그립다.

* 본 기사는 반짝반짝 연애통신(www.yonae.com )에서 제공합니다. 퍼가실 때는 출처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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