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로당 예술싸롱] SM in Art - 살로메, 펨돔의 원형

나쁜 여자, 살로메

살로메는 서구에서 나쁜 여자의 상징으로서 절대적인 위상을 지켜온 인물이다. 최고의 악녀를 기리는 예술작품은 다양하게 제작되었고, 미술작품에서 차지하고 있는 입지도 상당하다.

많은 화가들은 '남자의 목을 자르는 악녀'의 이미지를 표현했는데, 살로메와 유디트가 대표적인 소재라 할 수 있다. 허나 유디트는 나라를 구하고자 적장의 목을 벤 영웅인 반면, 살로메는 관능으로 남자를 조종하는 전형적인 요부로서 보다 성적인 이미지에 적합했다. (하지만 이 상반된 성격의 두 여인 도상이 하나로 합쳐진 경우도 있다.)

그림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나쁜 여자 살로메에 관해 알아보자. 그녀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에 관해 말이다.

그녀에 관한 성경의 기록

그녀는 성경에서 '헤로디아의 딸'로 등장한다. 마르코의 복음서(마가복음)는 세례자 요한의 죽음에 대해 이렇게 전하고 있다.

이 헤로데(아기 예수를 죽이려 했던 헤롯왕의 아들 헤롯 안티바스)는 일찌기 사람을 시켜 요한을 잡아 결박하여 옥에 가둔 일이 있었다. 그것은 헤로데가 동생 필립보(빌립)의 아내 헤로디아와 결혼하였다고 해서 요한이 헤로데에게 '동생의 아내를 데리고 사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하고 누차 간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헤로디아는 요한에게 원한을 품고 그를 죽이려고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것은 헤로데가 요한을 의롭고 거룩한 사람으로 알고 그를 두려워하여 보호해 주었을뿐만 아니라 그가 간할 때마다 속으로는 몹시 괴로와하면서도 그것을 기꺼이 들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침 헤로디아에게 좋은 기회가 왔다. 헤로데왕이 생일을 맞아 고관들과 무관들과 갈릴래아(갈릴리)의 요인들을 청하여 잔치를 베풀었는데 그 자리에 헤로디아의 딸이 나와서 춤을 추어 헤로데와 그의 손님들을 매우 기쁘게 해 주었다.

그러자 왕은 그 소녀에게 '네 소원을 말해 보아라. 무엇이든지 들어 주마' 하고는 '네가 청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주겠다. 내 왕국의 반이라도 주겠다' 하고 맹세하였던 것이다.

소녀가 나가서 제 어미에게 '무엇을 청할까요?' 하고 의논하자 그 어미는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달라고 하여라' 하고 시켰다. 그러자 소녀는 급히 왕에게 돌아 와 '지금 곧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서 가져다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다.

왕은 마음이 몹시 괴로왔지만 이미 맹세한 바도 있고 또 손님들이 보는 앞이어서 그 청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왕은 곧 경비병 하나를 보내며 요한의 목을 베어 오라고 명령하였다. 경비병이 감옥으로 가서 요한의 목을 베어 쟁반에 담아다가 소녀에게 건네자 소녀는 다시 그것을 제 어미에게 갖다 주었다.

-공동번역 성서 마르코의 복음서(6:17-29), 괄호 안의 내용은 임의로 추가

▲ [살로메] 티치아노(Titian) ca.1515

여기서 왕을 유혹하여 세례요한의 목을 베게 한 '헤로디아의 딸'이 바로 후대에 살로메라는 이름으로 전해진 악녀이다. 성서에서 그녀의 이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대의 역사학자 요제프스의 [유대 고사기(古事記)]에 살로메라고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살로메'라는 이름은 '샬롬', '살람'과 같은 의미로 '평화, 평안, 안녕' 등을 의미한다. 성경에는 예수의 핵심제자였던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 복된 여인 살로메도 등장하는데, 당시 '살로메'라는 이름은 흔한 여자의 이름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마리아라는 이름이 흔했기 때문에, 예수의 죽음을 지켰던 막달라 마리아가 창녀와 혼동되는 것처럼 말이다.)

예술작품에서 살로메

살로메의 악녀성에 성적인 강한 욕망이 더해져 팜므파탈의 이미지를 굳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작품은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이다.

당대의 유미주의자 오스카 와일드는 살로메가 세례요한의 목을 바랬던 이유를 그에 대한 연모의 감정으로 재구성했다. 살로메가 세례요한을 사모하였으나, 요한은 그녀를 거부하며 '창녀의 딸, 소돔의 창녀'라는 폭언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살로메는 세례요한을 전적으로 소유하고 파멸시키기 위해, 아버지 헤롯왕 앞에서 일곱 장의 베일을 두르고 관능적인 춤을 추었다. 오스카 와일드에 따르면 살로메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어머니의 사주를 받아 요한을 제거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구가 좌절하였기 때문에 분노로 요한을 죽인 것이다.

남자를 이용하고 남자를 파멸시키는, 치명적인 유혹의 여인 팜므파탈의 이미지는 19세기 말 병적인 징후로 보일만큼 널리 유행했다. 나쁜 여자에게 매료된 예술가는 무수히 많지만, 그 중 모로(Moreau, Gustave, 1826-1898)의 작품에 표현된 살로메를 감상해보자.

▲ 살로메의 '일곱 베일의 춤' 헤롯왕은 석상과 같은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는 어차피 살로메에 의해 조종당하는 남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 살로메가 얻은 세례요한의 목. 이로써 그는 온전히 그녀의 것이 되었는가? 그녀는 만족하는가?

▲ 세례요한의 현현. 살로메는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모로의 그림 속에서 살로메는 교태롭지만, 온전히 요한을 소유하는 존재로 보이지 않는다. 그의 작품에서 살로메와 요한은 육과 영의 대결 구도에 있는 듯 싶고, 우리는 영적인 존재의 승리를 예감하거나 기대하게 될지도 모른다. 모로의 개인사를 들먹이는 것보다 효과적인 다른 방법은, 살로메를 표현한 다른 방식을 보는 것이다.

위험하고 병적인 팜므파탈의 징후는 특히 아르누보(art nouveau) 작가들을 매료시켰는데, 그 중 비어즐리(Beardsley, Aubrey Vincent, 1872-1898)의 몇몇 작품을 통해 살로메를 살펴보고자 한다.

동시대 펨돔의 원형, 살로메

나쁜 여자 살로메는 남자를 파멸시키며 쾌락을 얻고, 파멸하는 남자는 그녀를 피할 수 없다. 치명적인 유혹의 사슬, 19세기 말의 데카당(decadent, 퇴폐)적 요소에서 동시대 매저키즘의 시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학적 성욕의 경우 직접적이든 관음적이든 많은 역사적 징후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피학적 성욕은 19세기 말 이전에 뚜렷하게 드러나는 표상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근거로 새디즘이 보다 원초적이고 매저키즘은 보다 모던한 심리상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피학적 쾌락은 고대의 많은 종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카니발의 채찍질!)

필자의 또다른 의문 중 하나는, 어째서 종교가 영적인 승화의 의미로 제공했던 '육체에 대한 학대' 서비스를 더 이상 제공하지 않게 되었는지의 문제이다. 이성과 신학의 승리라고 속단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 생각한다. 어쨌든

다음 편에는 19세기 말을 기점으로 유행하는 팜므파탈의 이미지와 남성들의 매저키즘에 관해 보다 자세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어째서 욕구의 주체는 남성인가?라고 물으면 대답은 욕구의 표현은 (권력을 가진) 남성에게만 허락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사족: 시오노 나나미는 [살로메 유모 이야기]를 통해 살로메를 악녀가 아닌 효녀로 묘사하기도 했지만, 이런 전복이 흥미로울 수 있는 까닭은 역시 악녀의 이미지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악녀적 성향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살로메는 충분히 재해석되어야 할 캐릭터임에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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