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잡는영화] 켄 파크(Ken Park,2002)

오늘 소개할 영화는 래리 클락, 에드워드 레이크만 감독의 공동 연출작 [켄 파크(Ken Park,2002)]이다.

2002년 베니스 영화제에 월드 프리미어로 소개된 이 영화는 미국과 프랑스, 네덜란드가 공동 투자한 작품으로 소재의 선정성과 충격적 영상으로 영화제 기간 중 가장 큰 화제를 몰고 온 작품이었다.

적나라한 섹스 신과 잔인한 살인 장면 등으로 관객의 야유와 갈채를 동시에 받은 작품, 좋게 표현하자면 관객들에게 가장 적극적인 반응을 얻었던 2002 베니스 영화제 최고의 문제작이었던 것이다.

Ken Park는 거꾸로 읽으면 '쓰레기(Crap Nek)' 란 의미를 가진 한 소년의 별명이다.

영화는 켄 파크가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유유히 등장한 후 느닷없이 권총자살하는 장면으로 시작되고, 그의 죽음 후 친구들의 이야기로 전개 된다.

숀은 평범한 미국의 중산층 가정의 소년으로 등장인물 중 가장 안정된 가정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학교를 빠지면서 여자친구의 엄마랑 섹스를 즐기는 평범치 않은 십대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스케이트 보드 타기를 즐기는 클로드는 마초기질이 다분한 백수 새아버지에게 게이로 몰리며 따귀를 맞고 스케이트 보드를 잃는다. 새아버지는 클로드가 남성다움을 찾기를 원해서라고 변명하지만, 한밤중 술에 취한 상태로 클로드의 팬티를 내리고 성추행을 하려고 한다.

피치스는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독실한 신자인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아버지가 어머니의 묘지에 가는 동안 남자친구와 섹스를 즐기던 피치스는 그 광경을 아버지에게 들키게 되었다.

그러자 자랄수록 아내와 닮아가던 딸에게 집착하고 있던 아버지는 아내의 웨딩드레스를 피치스에게 입히며, 그럼으로써 다시 순결하게 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언제까지 자신의 곁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는 근친상간적 사랑을 보인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테이트는 스스로 목을 조르고, 테니스 선수의 기합소리를 들으며 자위를 하며, 언제나 분노에 사로잡혀 있다. 그리고 가까운 대상에게 그것을 표출하던 그는 노크를 하지 않는 할머니와 낱말 맞추기 게임에서 억지를 부리는 할아버지를 결국 살해하고 만다.

이렇듯 제대로 된 등장인물이 하나도 없는 [켄 파크]는 위와 같은 내용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며, 자극의 수위를 낮추기 위해 화면을 가리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남녀의 성기나 실제 자위행위를 그대로 보여주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십대가 주인공이라는 점인데, 배우들 역시 실제 십대들을 데려다 찍어 그 화제가 되었다.

이런 문제작을 찍은 감독 래리 클락은 데뷔부터 계속 십대 청소년의 육체와 생각을 주제로 영화를 찍어왔다. 1995년 선댄스 영화제와 칸느 영화제에 소개된 첫 장편영화인 [Kids]는 미국 십대의 삐뚤어진 성도덕과 섹스에 대한 집착등을 그렸고 [Another day in paradise]에서는 어른들에 의해 섹스와 마약에 빠지는 십대들을 그려낸다.

언제나 과격한 표현 방식으로 십대영화를 만들어온 그에게 변태 성욕자, 청소년 포르노 제작자라는 비판이 쏟아져왔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래리 클락은 자신의 작품에서 표현수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나의 다른 영화에서 여성들의 정면 누드를 여러 번 보여주었고 당신은 그 영화에 R등급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아는 여성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남자의 성기를 보기를 원한다. 그것이 가장 섹시하다. 당신은 여성들의 벗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왜 남자들의 모습은 그렇게 보여주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이 영화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모든 여성들을 위해 남자의 성기는 존재한다.'

영화의 종반부로 진행이 되면서 숀, 클로드, 피치스는 함께 섹스를 한다. 친구였던 세 명이 몸을 섞는 모습은 은밀한 쾌감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지나온 슬픈 과거와 다가올 모호한 미래를 표현한다.

그들은 아직 십대며 확실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는 불안정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삶이란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막 하기 시작한 그 아이들은 현실에서 혼돈을 느꼈으며 그저 회피하려 한다.

섹스 도중 나눈 천국의 섬에 대한 이야기-그곳의 사람들은 하루 종일 섹스를 하는 게 삶의 전부며 모두가 어울려 다툼이 없다는 그런 꿈같은 이야기-를 하며 삶을 마주보는 것을 포기하고 섹스를 통해 도망치려 하는 자신들을 깨달은 것이다. 막 껍질을 깨고 세상을 자각한 그들은 삶 이란 도통 알 수가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켄 파크는 왜 자살을 한 걸까? 핫도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켄 파크는 매일 핫도그를 굽는다.

매일매일 핫도그 같은 나날들. 그러다 여자친구가 임신을 했다는 걸 알게 된다. 어떻게 할거냐는 켄 파크의 말에 그녀는 아기를 낳을 거라 이야기하며, 켄 파크에게 '네 엄마가 너를 유산시키지 않아서 기쁘지 않니?'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 대답으로 캔 파크는 자살을 선택했다.

십대문화를 다루기 위해 오십이 넘은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한 래리 클락은 모든 작품에서 언제나 찬사와 야유를 동시에 받았다. 이번 [켄 파크]에서는 안정된 화면과 절제된 사운드로 역겹고도 깔끔한 작품을 뽑아냈다.

가스파 노에의 [돌이킬 수 없는]은 논쟁과 동시에 대단한 졸작이라는 평가를 대체로 받았지만, 래리 클락의 [켄 파크]는 논쟁을 붙이면서도 찬반양론으로 갈라졌다고 한다. 매우 하드하지만 한번은 들여다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온오未蔓岵?소재부터 남성의 발기와 사정까지 적나라게 보여주는 이 영화가 단순히 막 나가는 십대영화가 아닌, 그들의 삶의 비명을 다룬 다큐멘터리에 가깝다는 점을 인지하면 조금 더 관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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