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버닝의 S다이어리] Sex 대화법

내가 제일 싫어하는 섹스가 있다면 바로 서로의 살이 닿는 소리와 숨소리만 방안 가득 터질 듯한 그런 조용한 섹스이다.

과거 신음 소리를 내는 것이 아직 익숙하지 않았을 때야 저런 섹스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얼마 후 나는 직감적으로 알게 되었다. 이른바 살색이 많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왜 그렇게 여자들이 신음 소리를 내는지를 말이다.

섹스는 몸과 몸이 만나서 나누는 대화이니 만큼, 몸에 있는 여러 다른 기능들도 섹스에 동참해야 한다. 입술과 가슴과 엉덩이, 그리고 성기만 섹스를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선 시각적으로는 불을 완전히 다 끄는 것 보다는 약간의 조명을 이용하는 게 좋다. 훤한 대낮처럼 불을 밝힐 것 까지는 없지만 완전한 암흑 속에서 섹스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시각적 자극을 느끼지 못하는 섹스가 된다. 단 주의할 점은 시각적 흥분은 쉽게 익숙해지고 질려버린다는 것.

시각적으로 여자들보다 훨씬 빨리 지겨움을 느끼는 남자들이 자신의 애인보다 훨씬 덜 예쁜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이유는 바로 이런 것 때문이다. 그들은 좀 더 예쁜 여자를 찾는 게 아니라 다른 여자를 찾는 것이다.

그리고 시각에 이은 또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청각이다. 여자들이 신음소리를 내는 이유는 신음이 절로 뱉어질 정도로 좋아서라기보다는 청각으로 상대와 자신을 자극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한 상대와 섹스를 오래 하다가 보면 결국에는 이 신음 소리도 그다지 자극적인 것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이제 말. 즉 대화이다.

대한민국 남자들이 섹스를 할 때 가장 많이 시도하는 대화는 딱 한가지이다. '좋아?' 이건 내가 여태까지 섹스를 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단 한번도 듣지 않은 적이 없을 정도로 보편화된 말이다. (다른 이들의 의견을 들어봐도 마찬가지다.)

물론 과거처럼 여자를 만족시켰느냐 그렇지 않았느냐를 척도삼아 섹스가 끝나고 난 다음에 묻는 촌스러움은 벗어났지만 어찌 되었건 섹스 도중에 그들은 저 말을 가장 많이 한다.

그렇다면 '좋아'이외에는 정말 적당한 말이 없을까? 물론 '좋아?'라는 말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말은 너무 바닥이 빨리 드러난다.

'좋아?'라고 남자는 간단하게 물었는데 여자가 남자를 흥분시킨답시고 '응. 너무 좋아. 특히 자기의 혀가 내 구석구석을 지나가면 까무러칠 것 같고 자기 페니스는 너무 크고 단단해서 미쳐버릴 것 같아.' 라고 길게 말할 수도 없다.

그저 약간의 신음과 함께 '응.' 혹은 약간 길게 '응. 너무 좋아' 정도의 답변이 전부이다. 이래가지고서는 섹스중의 대화라고 하기에도 민망하다.

섹스중의 대화는 현실에서의 대화와는 좀 다르다. 목소리도 다를뿐더러 그렇게 큰 소리로 하지 않아도 된다. 조금은 나른한 목소리로 그리고 작게 속삭이듯이 상대방의 귀에 숨결을 불어넣는 동시에 말을 하는 게 가장 좋다. 그럼 무슨 말을 이렇게 숨결과 함께 하느냐.

아마도 가장 좋은 것은 상대방에 관한 칭찬일 것이다. 당신의 피부는 너무 부드러워서 실크 같다. 당신의 성기는 따뜻해서 좋다. 당신의 가슴에 하루 종일 키스하고 싶다. 당신의 성기는 너무 단단하고 커서 나를 흥분 시킨다 등등. 찾으면 좋은 말들은 얼마든지 많다.

단 피해야 할 것은 명령조의 말들이나 좀 똑바로 하란 식의 말들. 자세를 바꾸는데 있어서 '허리 좀 틀어봐봐' 하고 신경질적으로 말을 한다거나 아니면 '좀 더 쌔게는 못 하는 거야?' 같은 힐책의 말들을 하느니 차라리 숨소리만 가득한 섹스가 몇 배는 더 나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음담패설과 섹시한 말의 구분이다. 예전에 나는 어떤 남자와 섹스를 하게 되었는데 그는 그야말로 음담패설의 대가였다. 혼자 마스터베이션을 하면서나 뱉어야 할 말들을 나에게 고스란히 해대는 것이었다.

성기를 지칭하는 말 중에서도 가장 천박스러운 말을 했고 '좀 더 벌려봐 찢어지게 벌려봐' '꽉 물어봐 쎄게 그렇지' (뭘 문다는 것은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같은 말을 듣고 있자니 내가 무슨 길거리 여자라도 된 기분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만 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똑같은 말을 해 줄 것을 요구하는 거였다.

결국 그와의 관계는 얼마가지 않아서 끝이 났다. 육체적으로는 만족스러웠지만 정신적으로는 거의 고문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물론 두 사람 다 음담패설을 즐긴다면 상관없겠지만 둘 중 한 사람이라도 이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면 시도하지 않으니만 못한 결과만 낳을 뿐이다.

섹스를 하고 싶다면 애인을 마주보고 눕지 말고 애인의 등 뒤에서 귀에 대고 부드럽게 속삭여보길 바란다. 오늘따라 널 무척 안고 싶다 던가 혹은 이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건 너라던가. 그러면 누구라도 금방 몸이 뜨거워져 오면서 섹스에 대한 열망이 간절해 질 것이다.

그리고 이런 대화로 시작된 섹스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만족스러움을 안겨 준다. 다른 자세, 다른 테크닉 혹은 다른 장소만이 섹스를 색다르게 해 주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그저 입 꾹 다물고 왕복 운동만 열심히 했다면 한번쯤은 섹스 도중의 대화법을 시도 해 보길 바란다. 아마 신음소리와는 또 다른 섹시한 느낌을 서로 주고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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