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영진공] 대학가에서 만드는 에로단편영화

는 한국의 뉴 코리안 에로 비디오의 시작이 될 수도 있었을 작품입니다.

이필립, 장민기, 박선욱, 이강림, 봉만대 등의 감독들이 무슨 부인 바람났네 류의 제목 패러디와 중년 직전의 부인들에만 매달리던 에로 비디오 업계의 관행을 뒤엎고 충무로 극영화와 비교해도 그다지 밀리지 않을 만큼의 퀄리티를 가진 작품들을 들고 나와 시장을 업그레이드 시켰다면, 의 감독들은 충무로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수준 그 이상의 예술적인 잠재력이 풍부한 작품을 만들어 냈습니다.

만약 이 단편의 감독들이 계속해서 이 정도의 퀄리티를 가진 작품을 만들어 냈다면 한국의 에로 비디오 시장은 일본의 로망 포르노 전성 시대 부럽지 않을 정도로 발전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헐리웃 문화 혁명에 비견될 만큼의 한국형 에로 비디오 혁명의 가능성 그 자체였죠.

라는 제목에서 암시하듯 이 영화의 감독들은 대학에서 영화 연출을 공부한 학생들이었습니다.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들과 헐리웃 뉴 아메리칸 씨네마 세대 감독들의 영화를 공부하며 연출을 배운 이들은 2000년대 초반 에로 비디오 산업이 전성기를 맞이하며 문이 활짝 열리자, 자신들의 영화적 이상을 영상화 시키기 위해 춤을 추며(?) 비디오 시장에 뛰어 들었습니다.

머릿 속에는 고다르와 마틴 스콜세지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자의식의 노예가 되어 말도 안 되는 영화를 만들진 않았고 철저하게 에로 비디오 시장의 분위기와 트렌트를 연구한 후 자신들의 영화적 비전을 한국적 현실에 잘 접목시켜 냈습니다.


'A양 비디오 유출 사건'(정진만 감독)은 반짝반짝 연애통신 섹스 비디오가 유출되어 물의를 일으키던 시대 분위기를 반영한 작품입니다. 인기 톱스타 최미나는 3년전 전 애인과 찍었던 섹스비디오가 유출되면서 곤경에 처하게 되고 비디오 유출로 인하여 자신의 인생이 망쳐진 것에 대한 복수를 위해 그를 죽여 버리려고 합니다.

영화는 평범하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지 않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절묘하게 교차 편집시키며 한 연인이 행복의 절정에서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져 들어가는 과정을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처절하게 묘사해 냅니다.

연출 스타일도 범상치 않습니다. 보통 에로 비디오는 초저예산이라는 이유 때문에 이야기의 스케일 자체도 포기해 버리기 쉬운 데, 이들은 저예산이라는 약점을 세련된 연출 기법으로 극복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기자 회견 장면이나 호텔의 격투 장면은 감정을 이입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이 단편집 중 가장 탁월한 영화적 퀄리티를 가진 작품입니다.

단란했던 한 연인이 서로에 대한 증오심으로 인해 파멸해가는 과정이, 최미나의 현재 매니저에 의해 로미오와 줄리엣에 비견될만한 비극으로 재탄생하는 엔딩부의 치밀한 반전도 에로 비디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설정은 아닙니다.

▲ 스틸 컷

'섹스로봇 라라' (이성수 감독)은 섹스로봇 라라에 대한 충격적 스토리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설정을 패러디한 작품으로 가까운 미래에 라라로 불리는 섹스전용 로봇을 개발한 후 직접 실험 하기 위해 집에 라라를 데려다 놓은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로봇인 라라는 자신의 남자에 대한 애정으로 인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다 결국 남자를 사랑하게 되고 비극이 시작됩니다.

이 단편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연출 기법도 이야기 구성도 아닌 섹스 로봇 역의 유하영입니다. 슈퍼 A급의 몸매와 귀여운 외모 그리고 영혼의 내면을 끌어내는 출중한 연기력을 갖춘 그녀는 주인에게 버림 받는 불쌍한 섹스 로봇을 실감나게 연기해 내며 영화를 보는 남성 관객들의 정액과 눈물을 동시에 흘러 내리게 만드는데 성공합니다.

그녀는 이후 일본 V씨네마 제작사와 한,일 합작으로 제작된 영화에 주요 조연으로 출연하며 일본 진출까지 하게 됩니다. 현재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고 계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최진철 감독)은 1989년 미국 인디 영화계와 전 세계 예술 영화계를 지각 변동시켰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데뷔작 에서 제목만 빌려온 작품입니다. 영화는 사랑, 욕정, 질투 그리고 남녀간의 신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생리 중에는 섹스를 하지 않으려는 남자친구를 둔 여인은 남자의 질투를 유발하기 위해 밤늦은 시간에 낯선 남자와 술을 마십니다. 남자는 뒤늦게 욕정에 불타는 여인을 홀로 내버려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전화를 걸지만 그녀는 이미 낯선 남자와의 섹스에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남자는 질투심에 온몸에 전율을 느끼며 새벽 거리로 뛰쳐나갑니다.

앞서 소개드린 두 편의 단편과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다소 퀄리티가 떨어지는게 사실이지만 에로 비디오에서 잘 시도하지 않는 야외 로케 장면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몇년 전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는 한국 에로 비디오계에 일본의 로망 포르노에 버금가는 혁명이 시작될 것만 같은 희망에 전율과 떨림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감독들의 재능과 열정도 에로 비디오 시장 자체의 몰락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나 봅니다. 만약 에로 비디오 업계의 전성기가 3~4년만 더 지속되었더라면 1960년대의 미국의 히피 영화학도들이 헐리웃 문화 혁명을 일으켰듯이 한국형 에로 혁명을 일으켰을 것입니다.

p.s. 의 감독님들은 현재 충무로 극영화계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 본 기사는 반짝반짝 연애통신(www.yonae.com )에서 제공합니다. 퍼가실 때는 출처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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