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동화] A Lizard

1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라고 도마뱀은 마른 침을 꼴깍 삼키며 고백하였습니다. 그러자 꼬리가 고개를 끄덕이듯 그 끝을 살랑거렸습니다.

'나도 니가 좋아'

도마뱀과 그의 꼬리는 그렇게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였습니다.

2

도마뱀은 언제나 고개를 뒤로 돌린 채 기어 다녔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사랑하는 꼬리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으니까요.

덕분에 돌부리에 걸려 뒤집어지거나, 나무에 부딪히는 일이 잦았지만 도마뱀은 고개를 뒤로 돌린 채 기어 다니는 일을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그 부드럽게 찰랑이는 꼬리의 자태를 한시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도마뱀은 꼬리를 사랑하고 있었으니까요.

꼬리는 늘 자신을 바라보느라 여기저기에 걸려 뒤집어 지기 바쁜 도마뱀이 걱정되었지만, 굳이 앞을 보고 기어가라고 도마뱀을 채근하지는 않았습니다. 둘은 한 몸으로 이어져 있었기에 꼬리는 자신을 향한 도마뱀의 마음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항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꼬리 역시 도마뱀의 얼굴을 늘 바라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3

칠흑 같은 밤이 오자 도마뱀은 나무 아래 떨어져 있는 널따란 오동잎 밑으로 기어들어갔습니다. 그리고는 스스로 몸을 뒤집은 후 머리와 꼬리가 닿을 수 있게 동그랗게 몸을 말았습니다.

도마뱀은 두 갈래로 갈라진 얇은 혀를 날름거리며 꼬리 끝을 살짝살짝 핥았습니다. 꼬리는 부끄럽다는 듯 몸을 뒤로 빼려했지만 도마뱀은 허리에 힘을 주어 꼬리가 몸을 펴려는 것을 막았습니다.

도마뱀의 완강한 힘에 밀려 꼬리는 다시 그 미끈한 몸통을 구부려 도마뱀의 얼굴 쪽을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자 도마뱀은 만족한 듯 다시 혀를 내밀어 이번에는 꼬리의 밑동에서부터 위쪽으로 천천히 전신을 핥기 시작했습니다.

점액질 가득한 도마뱀의 혀가 전신을 척척하게 적시자 꼬리는 경직되어 있던 몸의 긴장이 한순간에 풀어져버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다 도마뱀의 혀가 마치 바짝 날이 선 나이프처럼 날카롭게 한 지점을 후벼 팔 때면 다시 근육 세포가 강하게 밀집되면서 그 조임이 묘한 쾌감으로 변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근육이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는 사이 꼬리는 자신도 모르게 점차 몸을 움직여 도마뱀의 턱 밑을 부드럽게 쓰다듬게 되었습니다.

도마뱀은 기분 좋다는 듯 그 감촉을 가만히 느끼다가 한 순간, 마치 곤충을 낚아채듯 강렬하고 빠른 기세로 꼬리 끝을 입안에 넣었습니다. 놀란 꼬리는 황급히 몸을 빼려고 했지만 도마뱀은 그럴수록 입에 힘을 주어 꼬리를 더욱 강하게 빨아들였습니다. 꼬리는 어떻게 서든 몸을 뒤로 빼려했지만 도마뱀은 단호한 의지로 꼬리를 물고 있는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입안의 혀를 이용하여 꼬리 끝 부분을 강렬하게 핥았습니다. 몸통이 꽉 조여 올수록, 꼬리 끝이 점액질에 젖어 갈수록 꼬리는 몸 전체가 나른하게 펴져가면서 한 지점을 향해 맹렬히 집중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싫지 않은 감각이었습니다.

해서 꼬리는 이내 저항을 멈추고 몸을 움직여 더욱 깊이 입안에 꼬리를 집어넣었습니다. 그러자 도마뱀은 만족한 듯 입을 동그랗게 오므린 후 머리를 상하로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꼬리는 질척한 점액질로 범벅이 되었습니다.

'너무 젖었어...'

'좋아...'

입 안 가득 꼬리를 물고 있던 도마뱀이 웅얼거리듯 대답하였습니다.

4

'만약에 우리가 헤어지면?'

꼬리는 흘러 지나가 듯, 그러나 오래 생각해온 듯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주어 도마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럴 리 없어. 우리는 이미 한 몸이잖아.'

'그래도 만약에 우리가 헤어지면?'

'만약 따위는 없어! 니가 없는 세상 같은 데서 살고 싶지 않단 말이야!'

그 때였습니다. 고개를 돌린 채 기어가던 도마뱀은 앞에서 탁하고 무언가와 부딪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차피 삐져나와 있는 나무뿌리에 또 얼굴을 갖다 박은 거겠지 라고 생각하며 도마뱀은 고개를 앞으로 돌려 정면을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앞에는 거대한 고양이 한 마리가 호기심에 가득 찬 얼굴로 도마뱀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놀란 도마뱀은 최대한 빨리 몸을 돌려 도망가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고양이의 앞발이 도마뱀의 꼬리를 누르고 말았습니다. 도마뱀은 있는 힘껏 고양이의 앞발에서 몸을 빼려고 했지만 힘을 주면 힘을 줄수록 고양이의 날카로운 발톱이 꼬리 안쪽으로 깊숙이 박혀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아파...'

꼬리가 고통스러운 듯 신음하였습니다. 다급해진 도마뱀은 미친 듯이 몸부림치며 어떻게든 고양이로부터 벗어나고자 했습니다. 고양이는 그런 도마뱀의 모습이 재미있는 듯 입맛을 다시며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순간 팽팽하던 고무줄이 끊어지듯 꼬리는 찰라의 파열음을 내며 도마뱀으로부터 끊겨져 나가고 말았습니다. 그 반탄력으로 도마뱀은 몇 미터 앞까지 떼굴떼굴 굴러갔습니다.

고양이는 굴러나간 도마뱀을 잡으러 발을 내딛으려다, 앞발 끝에 남겨진 꼬리가 계속해서 꿈틀거리는 것을 보고는 신기한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아 나머지 한발로 꼬리를 건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살려줘!! 나를 버리지 말아줘!!'

저 만치 튕겨져 나갔던 도마뱀은 꼬리의 비명 소리를 듣고 반사적으로 몸의 뒤쪽을 돌아보며 꼬리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꼬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뭉툭하게 살점이 떨어져나간 상처만이 남아 있을 뿐 꼬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놀란 도마뱀은 고양이 쪽을 바라다보았습니다. 꼬리는 고양이의 앞발에 깔린 채 자신을 보며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신기한 듯 꿈틀거리는 꼬리를 두 발로 툭툭 차다가 이내 덥석 꼬리를 물었습니다.

순간 도마뱀은 꼬리를 구하기 위해 고양이 쪽으로 기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꼬리를 입에 문 고양이와 두 눈이 마주치는 순간, 도마뱀의 네 다리는 태엽이 풀린 장난감처럼 그 자리에 멈춰서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아주 긴 몇 초의 시간이 흐르고 도마뱀의 본능은 네 다리의 태엽을 다시 감아서 숲 속을 향해 전력으로 기어가게 만들었습니다. 꼬리는 고양이의 입에 물린 채 끊임없이 자신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소리쳤지만 도마뱀의 네다리는 그 순간 최대한 빨리 고양이로부터 멀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본능에 충실할 뿐이었습니다.

꼬리가 없는 탓에 자꾸 중심을 잃고 허둥거렸지만 도마뱀의 네 다리는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숲 속을 향해 기어갈 뿐이었습니다.

거기에는 만약 따위는 없었습니다.

5

모든 꼬리 잘린 도마뱀이 그러하듯 도마뱀 역시 꼬리가 잘린 후 다른 도마뱀으로부터 배척과 놀림을 받았습니다. 하물며 사랑하는 꼬리를 버리고 혼자만 도망쳤다는 것이 알려진 후로 주위 도마뱀들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도마뱀의 면전에서 뱉어대곤 했습니다. 잔뜩 성이 나서 도마뱀의 앞발을 물어버리려는 녀석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도마뱀은 어떠한 변명도 저항도 하지 않고 그 모든 모멸을 묵묵히 받아들였습니다. 다른 누구보다도 그 순간 꼬리를 버리고 도망친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것은 도마뱀 그 자신이었습니다. 당장이라도 이 저주스러운 네 다리를 물어 뜯어버리고 하늘을 향해 배를 드러낸 채 천천히 말라죽고 싶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도마뱀은 배가 고프면 곤충을 사냥하고 피곤하면 잠을 잤습니다. 밤이슬을 피해 널찍한 잎사귀 잎으로 기어들어가 잠을 청할 때마다 도마뱀은 스스로가 경멸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지만 아침이 밝아오면 먹이를 찾아 어슬렁어슬렁 숲 안쪽으로 기어들어갔습니다.

6

'니 꼬리는 살아있어.'

도마뱀은 귀를 의심하며 다시 한번 물어보았습니다.

'뭐라구요? 꼬리가 살아있다구요?'

그러자 앞발로 도토리를 쥐고 있던 다람쥐는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습니다.

'틀림없어. 서쪽에서 온 두루미한테 분명히 들었어. 숲 바깥에 있는 마을에서 목걸이에 니 꼬리를 매달아 다니는 꼬마 아이를 봤데. 꼬리를 물고 간 고양이의 주인이라고 하던걸?'

도마뱀은 서쪽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숲을 지나 개울을 건너면 잃어버린 자신의 꼬리가 자신을 원망하며 한 인간의 목에 걸린 채 살아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도마뱀은 단호하게 서쪽을 향해 기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사냥개가 바닥에 코를 대고 사냥감의 냄새를 찾듯 도마뱀은 꼬리의 냄새를 맡기라도 할 듯 최대한 몸을 낮춘 채 천천히 서쪽을 향해 한걸음씩 내딛었습니다.

'꼬리를 찾아 갈 거야? 인간의 마을까지는 엄청 멀다고. 거기다가 얼마나 위험한데! 우리들은 숲 밖으로 나가서는 하루도 살수 없는 존재잖아!!'

하지만 이미 도마뱀에게 다람쥐의 말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오직 고양이의 입에 물려 구해달라고, 자신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울부짖던 꼬리의 목소리만이 귀에 가득할 뿐이었습니다. 만약 우리가 헤어진다면, 도마뱀은 생각했습니다.

'너를 되찾을 때까지 세상 끝이라도 찾아 갈 거야.'

7

숲을 건너 서쪽 마을에 이르는 길은 멀고 험난하였습니다. 몇 번인가 뱀과 살쾡이를 만나 죽을 뻔 했으며, 몇 번인가 길을 잃어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계절은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었고 도마뱀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에 서서히 초조해졌습니다.

이러다가 꼬리를 만나기전에 수명이 다하는 것은 아닐까? 꼬리를 만난다고 해도 내가 과연 꼬리와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질문은 끝도 없이 도마뱀의 머리를 어지럽혔고 발걸음은 자꾸 느려져만 갔습니다. 그래도 도마뱀은 한 걸음 한 걸음 꼬리가 살아있다는 서쪽 마을을 향해 발길을 내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것은 꼬리를 만난 이후에 생각할 일이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꼬리를 찾을 때까지 멈추지 않고 기어가는 것뿐이야. 도마뱀은 자꾸만 간지러워오는 몸통 뒷부분을 돌멩이의 각진 부분에 대고 부비면서 생각하였습니다.

8

'한번만 내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려줄 수 없어?'

'...'

'사실은 너도 내가 보고 싶지? 너의 그 길고 얇은 혀로 내 몸 이곳 저곳을 핥아주고 싶지?'

'...'

도마뱀은 강박적으로 앞만을 응시하며 서쪽을 향해 기어가는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9

도마뱀이 결국 그의 끊겨진 꼬리를 발견한 것은 그로부터 열흘이 지난 어느 늦은 저녁이었습니다. 드디어 서쪽 마을의 입구를 발견한 도마뱀은 맹렬하게 마을을 향해 기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한 소년이 손에 목걸이를 들고 하늘을 향해 빙빙 돌리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목걸이의 중앙에는 꼬리가, 도마뱀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꼬리가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도마뱀은 순간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소년이 자신의 꼬리를, 정확하게는 소년의 목걸이를 힘차게 돌리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목걸이에 매달려 있는 꼬리는 살았는지 죽었는지 그저 가만히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신이 나서 목걸이를 돌리던 소년은, 있는 힘을 다해 그 목걸이를 숲속을 향해 던졌습니다.

'새 신발이 갖고 싶어요!!'

소년의 손에서 떠난 목걸이는 커더란 호를 그리며 숲 안쪽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아마도 소년의 마을에서는 도마뱀의 꼬리를 숲속에 던지고 소원을 비는 풍습이 있는 듯 했습니다. 멍하니 소년이 두 손을 모아 소원을 비는 모습을 바라보던 도마뱀은 그러나 숲 안쪽에서 꼬리의 신음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듣고는 다시 발걸음을 돌려 숲 안쪽을 향해 맹렬히 기어갔습니다.

'나야! 내가 왔어. 그때는 혼자서 도망쳤지만 그래도 널 찾아 여기까지 왔어!'

도마뱀은 숲 바닥에 떨어져 있는 꼬리를 발견하고는 있는 힘껏 외쳤습니다. 도마뱀의 외침에 정신을 차린 듯, 꼬리는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그저 죽기 전에 들리는 환청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앞에는 도마뱀이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단 하루도 너를 잊은 적이 없어. 정말 미안해. 이제 앞으로는 절대 너와 헤어지지 않을게. 부탁이야. 다시 돌아와 줘.'

도마뱀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바라만 보고 있는 꼬리를 향해 애원하듯 소리쳤습니다. 온 몸이 떨려서 목소리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자신의 진심을 알려야 한다고, 도마뱀은 필사적으로 성대를 움직여 자신의 감정을 전하였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큰 죄책감에 사로잡혀 왔는지 얼마나 꼬리를 사랑하는지를 깨달았는지, 도마뱀은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모든 어휘를 동원하여 꼬리에게 용서를 구했습니다. 가만히 도마뱀의 이야기를 듣던 꼬리는 도마뱀의 목소리가 울음에 잠겨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되자 그제야 천천히 도마뱀을 향해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난 너를 원망하지 않아. 누가 뭐라고 해도 넌 도마뱀이니까. 위기의 상황에서 꼬리를 끊고 도망가는 건 도마뱀의 본능이야. 해가 뜨고 지는 걸 거역할 수 없듯, 도마뱀은 본능을 거역할 수 없어.'

차분한 눈길로 도마뱀을 바라보던 꼬리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건강해보여서 다행이야. 특히 늘씬하게 다시 자란 꼬리가 보기 좋구나. 상처투성이에 바짝 마른 나보다 훨씬 매력적인데?'

꼬리의 시선은 어느새 도마뱀의 몸통 뒤에 달려있는 새로 난 꼬리를 향해 있었습니다. 도마뱀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습니다.

그랬습니다. 도마뱀은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래서 새로운 꼬리가 말을 건넬 때마다 입을 앙 다물고 돌아보지 않았지만 도마뱀의 몸통에는 어느새 미끈하고 싱싱한 새 꼬리가 자라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도마뱀의 새 꼬리는 부끄럽다는 듯 꼬리를 향해 인사를 건넸습니다. 꼬리는 옅게 미소를 띠며 가볍게 목례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도마뱀을 바라보았습니다.

'난 이미 너에게 잘려진 꼬리에 불과해. 곰이 겨울잠을 피할 수 없듯 도마뱀은 잘려나간 꼬리를 다시 이을 수 없어. 너의 마음은 고맙지만 이제 너에게 난 뱀의 허물과도 같은 존재야. 삶을 이어가기 위해 한번은 벗어버려야 했던.'

도마뱀은 거칠게 고개를 흔들며 부정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고개를 뒤로 돌려 새 꼬리와 몸통이 연결된 지점을 있는 힘껏 물었습니다. 새 꼬리가 비명을 지르며 반항해 보았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도마뱀은 어떻게든 새로 난 꼬리를 잘라버리겠다는 일념으로 몸통과 꼬리가 연결된 곳을 문 채 맹렬히 좌우로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그만해! 새 꼬리가 아파하잖아! 너도 느낄 수 있잖아. 새 꼬리가 많이 아파하고 있다는 걸. 왜냐하면 지금 니가 아프니까! 새 꼬리와 넌 연결되어 있으니까! 새 꼬리는 이미 니 몸의 일부니까!'

도마뱀은 그 말을 듣고 좌우로 흔들어대던 고개를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물고 있던 꼬리와 몸통의 연결 지점을 놓았습니다. 많이 아팠습니다. 새 꼬리는 고통으로 정신을 잃은 듯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도마뱀 자신도 고통으로 입가가 묘하게 일그러졌습니다.

꼬리의 말 그대로였습니다. 새 꼬리는 혈관과, 근육과, 피부를 통해 자신과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해서 새 꼬리가 다치면 그 고통은 고스란히 자신에게도 느껴졌습니다. 새 꼬리는 이미 도마뱀의 일부였던 것입니다. 몸통의 뒷부분에서 새 꼬리가 나오기 시작한 순간부터, 자신이 찾고 있는 꼬리가 이미 끊겨진 꼬리에 불과했다는 걸 도마뱀 역시 알고 있었습니다.

그저 꼬리와 함께 했던 지난날이, 꼬리를 버리고 도망쳤던 일에 대한 죄책감이 몸통을 비집고 솟아나는 새 꼬리를 부정하게 하며 이 자리까지 자신을 몰고 온 것뿐이었습니다.

지구가 도는 것을 막을 수 없듯이 도마뱀 역시 새 꼬리가 나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도마뱀은 문득 그렇게 생각하고 고개를 돌려 자신이 몸통과 꼬리 사이 물었던 곳을 몇 번인가 날름 핥았습니다.

그리고 도마뱀은 꼬리 쪽을 향해서는 눈길도 주지 않고 다시 숲 안쪽으로 기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꼬리는 흙바닥에 내동댕이쳐진 그대로 도마뱀이 사라져서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가만히 숲 안쪽을 바라보았습니다.

10

그 후로 뱀에게 삼켜져 죽을 때까지 2년간, 도마뱀은 열다섯 번 꼬리를 끊었으며 새꼬리가 솟아날 때마다 열렬히 그 꼬리와 사랑에 빠졌다고 합니다.

- THE END -

* 본 기사는 반짝반짝 연애통신(www.yonae.com )에서 제공합니다. 퍼가실 때는 출처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