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동화] A Snake

1

순이는 외롭습니다.
더이상 엄마가 순이를 안아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엄마가 순이를 미워해서 순이를 안아주지 않는건 아닙니다.

엄마가 품에 안기려는 순이를 매정하게 떼어내는 이유는 엄마 뱃속에 순이의 동생이 자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순이는 엄마 품에 안길 때마다 정말 온 힘을 다해 꼬옥 끌어안거든요.

엄마는 행여나 뱃속의 동생에게 나쁜 일이라도 생길까봐 걱정이 되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순이가 양팔을 벌리고 엄마를 향해 달려들 때마다 조금은 야박하다 싶을 정도로 거칠게 순이를 떼어낸 겁니다.

'뱃속의 아기가 놀란단 말이야. 엄마가 동생 나올 때까지 안기지 말라고 그랬지!'

엄마의 꾸지람을 들으면 순이는 그 자리에서 입을 삐죽거리다가 이내 울음을 터뜨립니다.

순이를 사랑하는 엄마는 그 자리에서 순이를 꼬옥 끌어안아주고 싶지만 뱃속의 아기가 걱정되어 차마 어린 순이를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합니다.

그저 동생이 세상에 나오면 지금까지 못 안은 것까지 모두 합해서 안아주겠다고 위로해줄 뿐입니다.

'우리 순이 착하지? 이제 한 달만 기다리면 동생이 나온단 말이야. 그때 날마다 동생하고 우리 순이하고 꼬옥 끌어안고 잘 테니까 조금만 참아. 알았지?'

엄마의 따뜻한 음성을 들으며 순이는 이내 울음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누가 뭐래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엄마인걸요.

하지만 뱃속의 아기만은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유치원에서 자신의 치마를 들치고 달아난 돌이는 용서할 수 있어도 뱃속의 아기만큼은 절대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아기가 엄마 뱃속에 자리를 잡기 전까지 순이는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기가 생겨난 후로 순이는 엄마의 사랑이 조금씩 나눠지는 것을 느꼈던 겁니다.

언제나 영원할 것만 같았던 엄마의 사랑이 조금씩 작아지더니 어느새 그 사랑의 대부분이 뱃속의 아기에게로 옮겨간걸 알아버린 겁니다.

순이는 엄마와 자기 사이를 갈라놓는 뱃속의 아기가 너무나 미웠습니다.

2

유치원이 끝나고 순이는 동네 뒷산에 올라 단풍나무 그늘 아래 섰습니다.

위를 올려다보니 가을 햇살을 가득 머금은 단풍잎이 붉은 색으로 타들어가는 것이 보입니다.

늘 유치원 앞에서 순이가 나오기를 기다리던 엄마였지만 뱃속의 아기가 너무 자라서 이제는 그저 집에서 누워만 계십니다.

엄마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무엇보다 좋아하던 순이는 그저 섭섭할 뿐입니다.

엄마가 살짝 얄밉기도 했지만 이내 나쁜 꿈을 꾼 듯 고개를 흔들어 그 생각을 쫓아냈습니다.

'엄마가 나쁜 게 아니야. 나쁜 건 뱃속의 아기란 말이야!'

순이는 엄마를 잠시라도 싫어하게 만든 뱃속의 아기가 미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아기만 없었더라면, 그 아기만 없었더라면 지금쯤 순이는 엄마 손을 잡고 유치원에서 배워 온 동요를 같이 부르며 다정하게 길을 걷고 있었을 테지요.

순이는 엄마 품이 너무 그리워서 그만 눈물이 터지고 맙니다.

두 볼 밑으로 흘러내린 눈물이 손등 위에 툭 떨어진 순간, 누군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순이의 귓가에 살며시 전해져 왔습니다.

'그래, 그 아기만 없으면 넌 다시 엄마품을 독차지 할 수 있어.'

놀란 순이는 울음을 멈추고 말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봤습니다.

하지만 수풀이 우거진 동산 너머엔 누구의 그림자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놀란 순이는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억누르며 소리가 난 쪽을 향해 말을 걸어 봤습니다.

'누구세요? 거기 누구 있어요?'

'후후후 나는 여기 있어. 이미 니 발밑까지 와 있다고.'

순이는 다시 한 번 놀라며 밑을 내려다 봤습니다.

발밑엔 어느새 어른 팔뚝만한 뱀 한마리가 몸을 둥글게 말아 순이의 양 다리 사이로 커다란 원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뱀을 본 순간 순이는 너무 징그러워서 그만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주저앉으면서 순이는 그만 엉덩이로 뱀을 깔아뭉개고 말았습니다.

놀란 뱀이 몸을 요란하게 비틀며 순이의 엉덩이 밑을 빠져나왔습니다.

순간 뱀의 매끈하고 서늘한 비늘이 순이의 허벅지 사이를 빠르게 스쳐 지나갔습니다.

순이는 웬일인지 그 느낌이 싫지 않습니다.

'이봐 조심하라고! 여자 아이 궁둥이에 깔려죽은 뱀 따위가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

뱀은 다시 몸을 둥글게 말아 꼬리 부분을 혀끝으로 살짝 핥으며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순이는 아파하는 뱀을 보자 미안한 마음에 뱀이 먼저 자신의 다리 사이에 똬리를 틀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말았습니다.

'미안해. 너무 놀라서 그랬어. 어디 다친 데는 없니?'

'뭐 괜찮은 거 같아. 누가 뭐라고 해도 넌 아직 작고 가벼운 여자 아이에 불과하니까.'

뱀은 어느새 순이의 양 다리 밑 사이로 파고들어가 다시 커다란 원을 만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순이도 그렇게 놀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런 뱀에게 묘한 친근감까지 느껴졌습니다.

'근데 아까 나한테 뭐라고 그런 거야?'

'네가 생각하는 그대로야. 아기만 없으면 넌 엄마의 사랑을 다시 독차지 할 수 있어.'

순이의 다리 사이로 원을 만들던 뱀은 어느새 순이의 종아리를 타고 천천히 순이의 몸 위로 기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나사에 홈을 파듯 뱀은 빙글빙글 순이의 다리를 휘감고, 허리를 휘감고, 결국에는 밋밋한 가슴을 휘감고 올라와 어느새 순이의 눈이 마주치는 곳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뱀이 천천히 자신의 몸을 휘감는 동안 순이는 몸이 옥죄어 오는 답답함도 느꼈지만 동시에 그 옥죄임이 계속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아니 조금 더 세게 자신을 옥죄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걔만 없어지면 다시 엄마 품에 안길 수 있는 거야?'

'물론이지. 아기만 없어지면 넌 옛날처럼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 할 수 있어. 너처럼 착하고 예쁜 아이가 눈 코 입도 제대로 붙어있지 못한 아기한테 엄마를 빼앗겨야 하다니... . 그건 너무 불공평한 일이야.'

순이와 뱀은 서로의 눈을 마주보았습니다.

뱀의 눈은 차갑고 까맸습니다. 그 까만 차양 너머에 어떤 마음이 숨어 있는지 순이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순간 순이는 뱀이 무서워졌습니다.

'하지만 조금 있으면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 나올 거야. 그러면 엄마는 다시 나를 꼬옥 안아줄거야. 엄마가 나하고 약속했단 말이야.'

'거짓말이야. 아기는 뱃속에서 나와도 엄마와 떨어지지 않을 거야. 엄마는 그 아기가 너처럼 말을 하고 걸어 다닐 수 있을 때까지 품안에 안고 지낼 거야. 엄마가 아기를 뉘여 놓고 너를 안아주려고 할 때마다 아기는 큰소리로 울어대겠지. 그럼 엄마는 하는 수 없이 너를 밀치고 다시 아기를 품에 안을 거야. 이제 너만을 안아주던 엄마는 이 세상에 없어.'

순이는 그럴 리 없다고,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것은 자기라고 말해보고 싶었지만 차마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순이도 사실은 알고 있었거든요. 더 이상 자기만을 바라봐주던 엄마는 사라지고 없다는 걸. 앞으로 영원히 엄마를 뱃속의 아이와 나누어 가져야 한다는 것을.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불과 일 년 전만해도 순이는 엄마만을 사랑했고, 엄마는 순이만을 안아줬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은 그럴 수 없게 된 걸까요? 왜 자기가 사랑하는 오직 한사람이 이제는 자기 말고도 또 다른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하는 걸까요?

순이는 엄마의 볼록하니 나온 배가 미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 볼록하게 나온 배 안에 흉물스럽게 웅크리고 있는 아가가 미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아가만 없으면, 뱃속의 아가만 없으면 엄마는 예전처럼 다시 나를 안아줄 꺼야'

'물론이지. 순이 니가 불행한 건 다 뱃속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 그러면서 모든 것을 조종하는 아기 때문이거든. 그 아기만 없으면, 그 아기만 없애면 엄마는 다시 너만을 사랑해 줄꺼야.'

순이를 바라보던 뱀은 서서히 몸을 움직여 순이의 목을 타고 얼굴을 휘감기 시작했습니다.

뱀의 서늘한 비늘이 순이의 입가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순간 순이는 혀를 살짝 내밀어 뱀의 뱃가죽을 핥았습니다. 뱀은 간지러운지 쉭쉭 혓바닥을 낼름거리며 몸을 비틀더니 툭 하고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순이는 여전히 빨간 혀를 살짝 내민 척 간지러움이 가시지 않는지 여전히 흙바닥 위에서 몸을 뒹굴고 있는 뱀을 가만히 내려다보았습니다.

3

순이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평소 같으면 벌써 새근새근 잠들어 있을 시간이었지만 오늘만큼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집 안의 모든 사람들이 잠들어 있을 때 뱀이 들어올 수 있도록 몰래 문을 열어주기로 했거든요.

혹시 뱀이 오기 전에 잠이 들면 어떻게 하지? 순이는 침대 위에 누우면서 걱정했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어요. 자리에 눕자마자 가슴 위로 방망이질 치는 심장 소리 때문에 결코 잠들 수 없었거든요.

쉭~ 쉭~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 위로 뱀이 혓바닥을 낼름거릴 때 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순이는 이불 속에서 빠져나와 살며시 방문을 열었습니다. 거실은 고요하고 칠흑처럼 어두웠어요. 혹시 리모콘 같은 것을 건드려서 소리가 나면 안된다는 생각에 순이는 깨금발로 조심조심 거실을 가로질러 현관으로 다가갔습니다.

순이는 현관 문고리를 잡고 최대한 천천히 오른쪽으로 비틀었습니다. 그리고 문지방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기를 기도하며 다시 천천히 앞쪽으로 문을 밀었습니다.

문 밖에는 뱀이 예의 그 날카로운 혓바닥을 낼름거리며 똬리를 틀고 있었습니다.

'잘했어. 이제 너는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면 돼.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뱀은 이미 엄마가 잠들어 있는 방이 어디 있는지 잘 아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앞장서서 기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순이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 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엄마한테는 튁오溝?없는 거지? 그냥 뱃속의 아기만 없어지는 거지?'

'물론이지. 이제 잠시 후면 넌 다시 엄마 품에 마음껏 안길 수 있게 돼. 엄마는 죽을 때까지 너 하나만을 사랑할 거야. 고맙다는 표시로 내 뱃가죽이나 다시 핥지 말라고.'

뱀은 유쾌한 농담이라도 했다는 듯 더욱 거세게 쉭쉭 소리를 내며 앞으로 전진 해 갔습니다.

이윽고 엄마 방 앞에 이르자 뱀은 뒤돌아서서 순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순이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최대한 천천히 방 문고리를 비틀어서 문을 열었습니다.

뱀은 조급해졌는지 조그마한 문과 문지방 사이로 조그마한 틈이 생기자마자 그 사이로 역삼각형의 작은 머리를 디밀고 들어갔습니다.

뱀이 방안으로 다 들어가자 순이는 조금 더 방문을 벌려 자신도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방안에 들어서자 침대 위에 산모용 원피스를 입고 있는 엄마 홀로 가만히 잠들어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따뜻해 보여'

뱀은 벌어진 엄마의 다리 사이를 유심히 쳐다보더니 혼잣말을 하듯 나지막이 읊조렸습니다.

그리고 순이가 채 무슨 말이냐고 묻기도 전에 재빠르게 몸을 비틀어 침대 다리를 타고 위로 기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뱀은 엄마의 발바닥에 머리를 가져다 대더니 미끄러지듯 종아리를 타고 안쪽으로 움직여 들어갔습니다. 뱀이 엄마의 허벅지 안쪽으로 간질이듯 자신의 배를 문질러대자 엄마의 다리는 조금 더 활짝 벌어졌어요. 그 사이로 엄마가 입고 있는 산모용 팬티가 드러났습니다. 배 전체를 감싸주는 아주 커다란 팬티였어요.

뱀은 자신의 머리로 엄마 다리 사이를 몇 번인가 스윽 하고 문질러 댔습니다. 그러자 잠들어 있던 엄마는 거짓말처럼 무릎을 굽혀서 팬티와 허벅지 안쪽 사이에 작은 틈을 만들어 줬습니다. 뱀은 만족한 듯 몇 번 혓바닥을 낼름거리다가 그 틈 사이로 천천히 머리를 집어넣기 시작했어요.

순이는 그 모습을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꼬리를 잡고 엄마의 몸 안으로 들어가는 뱀을 끄집어내고 싶었지요.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순이의 몸 안쪽은 격렬히 떨리고 있었지만 몸 바깥쪽은 마치 석고처럼 딱딱하게 굳어서 뱀이 엄마의 팬티 사이로 머리를 집어넣고 그 안쪽으로 스멀스멀 기어들어가는 걸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순이는 멍하니 서서 엄마의 팬티 안쪽으로 뱀의 꼬리까지 들어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엄마 괜찮아?'

뱀이 사라지고 이윽고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순이는 재빨리 엄마에게 달려가 어깨를 거칠게 흔들며 엄마를 깨워보았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아주 깊은 잠에 빠진 듯 고요하고 규칙적인 숨소리만을 반복할 듯 잠에서 깨지 않았어요.

이때 하얗게 드러난 엄마의 산모용 팬티 위로 고무호스 같이 굵은 선 하나가 불쑥 솟아났습니다. 틀림없이 엄마의 몸 안으로 들어간 뱀일 테지요.

굵은 선은 움직이기 거북스러운 듯 몇 번인가 몸을 비틀더니 이윽고 천천히 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엄마의 배가 힘껏 부풀어 올랐다가 서서히 꺼져가기 시작했습니다.

순이는 알 수 있었습니다. 아기의 조막만한 몸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이제 엄마를 빼앗아간 아기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 엄마 몸에서 나와. 아기는 사라지고 없으니까!'

순이는 겁먹은 목소리로 엄마의 배를 향해 이야기했습니다. 아기가 사라진 후로도 한참 동안 뱀이 엄마 몸 안에서 나올 기세를 보이지 않았거든요.

'이제 곧 추운 겨울이야. 너도 뱀이 겨울동안 동면에 들어간다는 사실쯤은 알고 있겠지? 여기는 너무 아늑하고 따뜻하구나. 배도 너무 부르고... . 난 겨울동안 여기서 똬리를 틀고 깊은 잠에 빠질 생각이야. 우리가 다시 만날 때는 아마도 꽃망울이 터지는 봄의 초입이겠지.'

'안돼! 싫어! 얼른 엄마 뱃속에서 나와!'

'후후후 안나오면 니가 어쩔 건데? 엄마한테 이르기라도 할 거니? 니가 현관문을 열어 뱀을 집안으로 불러들였다고. 그리고 그 뱀이 지금 엄마 뱃속에서 아기 대신 잠들어 있다고... .'

그리고 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쉬익~ 쉬익~ 뱀의 고른 숨소리만이 엄마의 불록한 배 위로 옅게 새어나올 뿐이었습니다. 아마도 뱀은 그대로 겨울잠에 들어간 듯 했습니다.

순이는 가만히 엄마 옆에 누웠습니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웠습니다. 다만 엄마의 손을 힘껏 움켜쥘 뿐입니다.

엄마의 손이 뱀의 비늘이 닿았을 때처럼 차갑게 느껴졌습니다.

4

엄마는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한 달 후면 나올 것이라던 아기가 두 달 가까이 된 지금까지 나올 기미도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산부인과에 가보았지만 의사 선생님께서는 아기에게는 아무런 이상도 없다는 말씀뿐입니다.

다만 아기가 엄마 뱃속을 너무 좋아해서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것뿐이랍니다.

엄마는 가만히 자신의 배에 손을 대어 봅니다. 그 안에는 확실히 하나의 생명체가 세상에 나올 날만을 기다리며 조용히 잠복하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분명히 이 겨울이 끝나기 전에 아기는 세상 밖으로 나올 거라고 엄마는 그렇게 믿습니다.

엄마는 가만히 방문을 조금 열어 동화책 읽기에 여념이 없는 순이를 바라봅니다.

엄마는 어느새 의젓한 숙녀가 된 순이가 그저 기특하기만 합니다.

이전과는 달리 엄마한테 안아달라고 치대지고 않고, 인형을 사달라고 졸라대는 법도 없습니다.

그저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방안에 틀어박혀 하루 종일 동화책만 읽을 뿐입니다. 아마도 뱃속의 아기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엄마를 위해 얌전을 떠는 것이겠지요.

엄마는 아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 맨 먼저 순이부터 힘껏 끌어안아 줘야겠다고 생각해봅니다.

창밖을 바라다보니 어두침침한 하늘에 눈보라라도 한바탕 세차게 휘몰아칠 기세입니다.

엄마는 이따가 밤에 창문이며 현관문이 제대로 닫혔는지 꼭 확인한 후 잠자리에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본 기사는 반짝반짝 연애통신(www.yonae.com )에서 제공합니다. 퍼가실 때는 출처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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