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메이커'에서 선거 전략가 서창대 역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설경구 선배님을 비롯해 변성현 감독의 '불한당' 팀과 함께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배우 이선균이 오는 26일 개봉하는 영화 '킹메이커'의 출연 계기와 '선거판의 여우'로 불린 신출귀몰한 선거 전략가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이선균은 14일 오후 진행된 스포츠한국과 화상 인터뷰에서 "'기생충' 이후 첫 작품이라 부담되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개봉하게 돼서 너무 좋다. 우선 세상 밖으로 나오게 돼서 정말 좋다"며 개봉을 앞둔 벅찬 소감을 공개했다.

이선균은 '킹메이커' 공식 행사에서 여러 차례 설경구가 자신의 롤모델이었음을 밝힌바 있다. '킹 메이커' 출연 계기 자체가 설경구와 호흡을 해보고 싶었던 마음 때문이었다는 고백도 따랐다.

"어릴 땐 저에게 롤모델이 없다고 생각했고 또 그렇게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지나보니 저에게 영향을 줬던 작품들이 있잖아요. 영화도 있고 연극도 있는데 그 작품들 속에 경구 형이 많으시더라고요. 어릴 때 연극 전공한다고 대학로에서 '지하철 1호선'도 봤고 영화 '오아시스' 속 경구 형 모습도 쇼킹했고요. 또 송강호 선배님도 계시고 저보다 연배가 6~7세 위의 선배님들을 보면 정말 '저렇게 연기하고 싶다. 연기로 저런 위치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던 것 같아요. 경구 선배님이하 모든 선배님들을 존경합니다. 이번 작품 선택 이유는 경구 선배와 함께 하는 것과 변성현 감독의 '불한당' 팀과 호흡해보는 것이었어요."

영화 '킹메이커'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과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선거 전략가 서창대가 치열한 선거판에 뛰어들며 시작되는 드라마를 그렸다. 이선균이 연기한 서창대는 승리를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는 선거 전략가이지만 과거의 사연으로 인해 김운범 선거 캠프에서 그림자처럼 지내야 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인물이다.

"서창대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처음엔 두려움이 컸어요. 제가 이 인물을 담아낼 그릇이 될까 싶었죠. 그래도 도전하고 싶었어요. 똑똑하고 통찰력 있는 인물이지만 태생적 한계가 있어요. 아버지가 빨갱이로 몰려 죽게 되는 걸 직접 본 트라우마를 가진 친구죠.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느냐를 고민하는 유년기 보냈을 것 같아요. 불합리하고 차별화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이상을 가졌는데 자신은 한계가 있기에 그걸 대신해줄 대상을 종교처럼 찾았고 그 대상이 김운범이었죠. 김운범을 통해 자신의 이상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김운범이 커질 때마다 뒤에 있는 자신의 그림자는 더 커져가고 거기서 느끼는 상실감 그리고 자기 욕망과의 부딪히는 갈등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주 복잡하면서도 섬세하고 미묘한 인물이 나왔죠."

서창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숨겨진 선거 참모로 알려진 실존 인물 엄창록을 모델로 한 캐릭터다. 실존 인물이기는 하지만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은 탓에 남아 있는 공식 자료는 거의 부재했기에 이선균의 입장에서는 캐릭터 접근에 있어서 장단점 모두 존재했다.

"사실 풍문은 많지만 정확한 기록은 거의 안남아 있는 인물이죠. 엄창록에 대해 거의 나와있는 내용이 없습니다. 이북 출신이라는 설도 있고 다른 분의 자서전에 '선거판의 여우', '선거판의 귀재'라 명명될 정도였는데 역사적 자료는 거의 없는 분이었어요. 바로 이 지점이 서창대 캐릭터에 대한 시작이었죠. 다른 분들은 모티브가 된 분들이 알려진 분들이다보니 부담도 되셨을텐데 저는 부담이 없었어요. 오히려 그는 왜 앞에 나서지 못했을까, 트라우마가 뭘까를 고민했죠."

뛰어난 선거 전략가 서창대는 극 중 선동가이자 지략가로 묘사됐다. 어떤 정치인보다 대중들의 선동에 능하고 선거전에서의 득표를 위한 전략을 마르지 않는 샘처럼 만들어내는 서창대를 묘사하기 위해 이선균은 외양부터 목소리 톤까지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며 끊임없는 변주를 선보였다.

"20대에서 60대까지 연기해야 했기에 많이 부담되는 역할이었죠. 그 시기에 맞는 모습을 찾아야 했어요. 선거 본부에 가서 운동원들을 동요시키고 선동하는 장면은 초반부 가장 부담됐던 장면입니다. 서창대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당원들을 동요시켜 제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 목적이 있었죠.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통해 움직임을 많이 짰어요. 서창대의 쇼맨십도 표현해야 했고 대사의 양과 워딩보다 누구에게 이야기를 하는가에 따라 거리감과 템포, 대사 높낮이 조절도 해야 했어요. 리허설 때 움직여 보면서 실제 동선 체크도 하면서 만들어진 장면입니다."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치밀한 선거 전략가 ‘서창대’에 관객들이 인간적 공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 이선균은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서창대의 모티브가 된 엄창록에 대한 공식 자료가 없었기에 오히려 다양한 작품과 상황에서 캐릭터 특성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어 인물 창작의 동력으로 삼았다.

"김운범과 첫 만남이나 공화당원들의 목포 선거 사무실에 가서 그분들 선동하는 장면 등은 부담도 됐어요. 그 이후는 몽타주로 영화적으로 재미나게 흘러가기에 큰 부담은 없었죠. 영화를 풍성하게 할 중요 포인트가 무엇일지 고민이 많았어요. 중앙정보부에 다녀온 이후 장면들도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죠. 실제 정치인들 중에서 특별히 참조한 인물은 없어요. 엄창록에 대한 유튜브의 텍스트들을 많이 봤고 서창대가 당원들을 설득시키는 장면에 어울리는 아이디어는 오히려 '국가부도의 날'의 유아인 브리핑 장면도 겹쳐있더라고요. 강연이나 대화의 밀당을 담은 영화들도 참고했어요."

연출자인 변성현 감독은 서창대를 만들어 간 이선균에 대해 '이선균은 같은 장면을 여러 번 찍어도 절대 에너지가 떨어지지 않는 배우다. 덕분에 나도 새롭게 해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현장에서 이선균 배우의 연기를 보며 움찔할 정도였다'고 극찬한 바 있다. 이선균이 생각하는 변성현 감독의 장점은 뭘까.

"변성현 감독은 명확하고 똑똑해요. 영화를 너무 좋아합니다. 작업하는 것도 영화를 보는 것도 또 영화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좋아해요. 패션도 톡톡 튀고 유니크 하잖아요. 그런 것들이 작품에 반영되요. 매우 솔직하고 또 어떻게 보면 직설적인 것 같은데 그래서 현장의 속도가 빨라요. 현장이 솔직해지면서 또 전 스태프와 배우가 가까워지면서 빨리 촬영하게 되는 장점이 있었어요. 우리 영화의 유니크한 측면이나 스타일리시한 면모 모두 변성현 감독에게서 기인한 거죠."

김운범 자택 폭파 사건이후 많은 이들에 의해 용의자로 지목된 서창대와 끝까지 서창대를 향한 실낱 같은 믿음을 붙들고 싶지만 주변 상황 때문에 그와 갈등 관계에 놓이는 김운범의 독대신은 영화가 결말을 향하기 위한 하이라이트 신이다. 서로 존경하고 존중받던 김운범과 서창대가 말로써 서로를 향한 칼 끝을 겨누는 이 장면은 팽팽한 극적 긴장감으로 자연스럽게 몰입도를 높이는 장면으로 탄생됐다.

"후반부에서 전환점이 되는 신이기에 신경도 많이 썼고 잘 하고 싶었어요. 촬영 때도 몰입감 있게 촬영했고 개인적으로도 가장 좋아하는 신입니다. 서재신에서 두 인물의 갈등 관계가 가장 명확하게 보여지죠. 설경구 선배나 저 모두 잘 동화돼서 시너지있게 만들어진 장면입니다. 집중력 있게 촬영해서 테이크도 많아 가지 않았고 짧은 시간 안에 좋은 결과가 만들어졌어요. 김운범이 커보일수록 서창대의 그림자는 커지게 되죠. 자신도 드러내고 싶은 어떤 욕망도 있었을 텐데, 말 못할 감정들이 폭발하고 커지는 장면이었기에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브로맨스 느낌이 묻어 났다면 감독님과 촬영팀이 잘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경구 선배님과 저는 호흡만 신경 썼어요."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진정성 있는 연기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배우 이선균은 지난 2019년 영화 '기생충'을 통해 전 세계 관객들과 평단을 향해 강렬한 존재감을 선보인바 있다. 지난해에는 애플 TV+의 첫 한국 오리지널 '닥터 브레인'을 통해 국내 관객과 전 세계 관객을 동시에 만나기도 했다. 글로벌 관객들의 한국 콘텐츠를 향한 뜨거운 팬심을 몸소 체험한 이선균이 직접 느낀 K-드라마와 K-시네마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영화 '기생충'이 굉장히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기생충'의 성공 또한 그 전부터 겹겹이 쌓였던 것들의 결과이겠죠. 한국 컨텐츠에 대한 궁금증과 바라보는 시선들의 믿음이 겹겹이 쌓이다가 '기생충'이라는 결과에서 빵 터진 게 아닐까요. 그 이전 K팝도 있었고 한국적인 것을 홍보하려는 많은 분들의 노력도 있었잖아요. K무비에 대한 관심도 많아진 것 같고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아웃사이더라고 생각하지 않고 인사이더로 받아들여서 장르화 됐다고 할까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책임감 가지고 더 잘 키웠으면 좋겠어요. 인력에서 온 인프라가 가장 중요하지 않았을까요. 정말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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