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송'서 특송 전문 회사 대표 백사장 연기

박소담 연기 열정, 인간적인 매력에 푹

앞으로도 오래 현장서 일하고파

배우 김의성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NEW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12일 개봉한 ‘특송’(감독 박대민)은 성공률 100%의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박소담)가 예기치 못한 배송사고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추격전을 그린 영화다. 배우 박소담의 데뷔 후 첫 단독 주연작이자 강렬한 액션으로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면서 흥행 신호탄을 쐈다.

“‘특송’은 마이너리티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모든 인물들은 모두 이 사회에서 마이너해요. 합법과 불법의 중간쯤에서 줄다리기 장사를 하는 백사장도 그렇고 그 안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마이너 중의 마이너고, 탈북자 출신으로 위험한 일을 하는 은하도 마찬가지죠. 이런 사람들의 충돌, 인간적인 따뜻함이 모두 담긴 영화에요. 거기에 깜짝 놀랄 카 액션, 격투 스타일이 박소담 배우의 매력과 결합해 굉장히 매력적인 영화가 탄생했죠.”

배우 김의성(58)이 연기한 백사장은 겉으로 보기엔 폐차 처리 영업장이지만 실상은 특송 전문 회사인 백강산업의 대표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선과 악 사이를 모호하게 오가는 인물이지만 함께 일하는 은하에겐 누구보다 진심이다.

“백사장은 그동안 해왔던 역할들보다 체중이 가벼운 느낌이었어요. ‘한 칼’이 있는 캐릭터라고 할까. 악역은 지금도 많이 들어와요. 제 나이 또래 남자 배우들이 할 수 있는 게 악역이 많기도 하고요. 악역은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배우는 의지가 강하고 동기가 강한 인물을 연기하고 싶거든요. 악역이 그런 경우가 많죠. 그래도 캐릭터보다는 시나리오 전체에 더 끌렸어요. 일단 여성 주인공이 액션을 이끌어가는 것도 좋았고 좀 더 우리 생활에 닿아있는 캐릭터들이라 좋았고요. 무엇보다 박소담 배우가 한다기에 ‘그럼 해야지!’ 했어요.”

백사장과 은하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수익 분배 문제를 두고 티격태격하기도 하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믿고 의지한다. 백사장은 곤경에 처한 은하를 위해 기꺼이 몸을 내던지면서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친구처럼 혹은 동료처럼 신뢰를 쌓는 두 사람의 서사는 ‘특송’의 스토리라인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

“영화에도 잠깐 대사로 나오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였고 서로 비즈니스 관계인 것처럼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아끼게 됐는지 생각했어요. 백사장이 은하를 얼마나 아끼는지 집중했죠. 모든 연기는 관계 속에서 나와요. 저는 원래 아무한테나 연기에 대해 물어보는데 예전에 하정우 배우한테 ‘연기할 때 어떻게 해야 돼?’ 했더니 그냥 극 안에서 각각의 배역들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하면 된다고 무책임한 조언을 하더라고요.(웃음) 근데 그 말이 정말 맞아요. 나를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규정짓는 게 아니라 내가 누굴 만나서 어떤 관계를 맺는지 봐야 하죠. 결국 은하와의 관계, 외국인 노동자들과의 관계, 그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하면 연기는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

‘특송’으로 생애 첫 액션 주연작에 도전한 박소담은 전문적인 드리프트, 카체이싱부터 거친 맨손 격투까지 강도 높은 액션을 소화했다. 작은 체구에서 흘러나오는 존재감이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빛난 작품이다. 하지만 그는 최근 갑상선 유두암 진단을 받고 수술 후 회복 중이다. 많이 호전된 상태지만 당분간 건강 관리에 집중하기 위해 ‘특송’의 모든 홍보 활동에서 함께 하지 못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박소담과 각별한 친분이 있는 김의성은 “매일 연락하는데 건강히 회복하고 있다더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젊은 배우들이랑 우정 쌓는 걸 좋아하는데 특히 박소담 배우는 더 각별해요. 그 전에 같은 소속사에 있을 때부터 배우로서 성장해가는 모습, 인간적인 매력을 좋아했죠. ‘특송’에서 정말 많이 놀랐고 감동했어요. 아직 나이가 어린데도 주연배우라는 게 뭔지, 어떤 책임을 지는지 정확하게 알고 현장 안팎에서 실천하더라고요. 부산 영도에서 촬영하는데 액션도 많고 힘들었거든요. 근데 거의 매일 스태프들과 어울려서 맥주도 한잔씩 나누고 모두를 위로하고 격려하더라고요. 액션도 ‘저렇게까지 해?’ 싶을 만큼 완벽하게 준비해와서 악바리 같다고 느꼈죠. 저도 배우고 싶은 면이 많아요.”

박소담 뿐만 아니라 김의성에겐 나이 어린 절친이 많다. 실제 그는 현장에서 만난 후배들과 나이차를 초월한 우정을 쌓으며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인터뷰 중에도 사려 깊은 말투와 편안한 매력이 돋보였다. 꼰대가 아닌 진짜 어른이 되고자 노력하는 절실함 역시 엿보였다.

“기본적으로 제 마음엔 나이 개념이 없어요. 누가 몇 살인지도 잘 몰라요. 저보다 나이 많은 사람만 알지. 일단 제가 촬영장에 가면 50대 중후반의 남자인데다 배우잖아요. 그럼 그냥 강자 중의 강자 중의 강자에요. 제가 조금만 날카롭게 농담해도 듣는 사람은 기분이 나쁘거나 무서울 수 있어요. 제가 그걸 잘 알기 때문에 굳이 불평하고 꼬투리를 잡을 필요가 없어요. 그건 진짜 하찮은 짓이지. 반대편에서 생각해보면 저는 같이 일했던 사람들한테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평가보다 같이 일하기 좋은 파트너라는 평을 듣고 싶어요. 그래야 일을 계속 할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과 즐겁게 일하고 싶다는 절실함 때문에 더 노력하게 돼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인 김의성은 1987년 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영화 ‘성공시대’(1988)를 시작으로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했고 최근엔 ‘암살’, ‘부산행’, ‘극한직업’ 등의 흥행을 주도했다. 지난해 연말에는 SBS ‘모범택시’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처음 무대에 오른 이후 벌써 3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연기가 품고 있는 생동한 에너지는 여전히 그를 이끄는 원동력이다. 김의성은 “돈 주는 만큼은 하는 배우라는 평을 듣고 싶다”며 열정을 보였다.

“처음엔 뭣도 모르고 시작했죠. 연기가 막 좋았다기보다 회사 다닐 걸 생각하니까 끔찍하더라고요. 제가 대학 다닐 때가 80년대였으니까 어마어마했죠. 남들은 막 돌 던지고 데모하는데 저는 돌 던지면 멀리 날아가지도 않고 그래서 그냥 연극으로 메시지를 전하기로 했죠. 그렇게 시작해서 직업이 됐고요. 오기 때문에 한 적도 있어요. 연기를 너무 못하는 것 같아서 한 10년 그만뒀다가 40대 중반쯤 다시 시작해서 이제 10년쯤 됐어요.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이 커요. 연기 자체도 재밌지만 사람들과 교류하고 같이 일해서 뭔가 만들어내는 행위가 좋아요. 촬영장에 가서 천의자에 앉는 순간이 행복하고요. 열심히 하면 과분하게 돈도 많이 주시니까 감사하고. 나이를 더 먹어도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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