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닮은 사람'서 서우재 열연

17살 연상 고현정과 멜로 호흡

14kg 체중 감량+장발 도전, 호평 감사

배우 김재영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HB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과거 때문에 스스로 감옥에 갇힌 희주(고현정)와 복수에 눈이 멀어 자신의 인생을 잃어버린 해원(신현빈)이 있다. 두 여자 사이에서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고 마침내 파국을 몰고온 주인공은 다름 아닌 우재(김재영)였다. 배우 고현정, 신현빈 사이에서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과시한 배우 김재영은 "불륜남이라 욕은 많이 먹었지만 그런 관심도 감사했다. 행복한 작품이었다"며 웃어보였다.

지난 12월 2일 종영한 JTBC '너를 닮은 사람'(극본 유보라, 연출 임현욱)은 아내와 엄마라는 수식어를 버리고 욕망에 충실했던 여자와, 그 여자와의 짧은 만남으로 제 인생의 조연이 돼버린 또 다른 여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김재영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조각가 서우재의 복잡하고 불안한 감정을 세밀하게 소화해 극의 긴장감을 더했다.

"사랑, 행복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에 '너를 닮은 사람'의 시놉시스를 접하게 됐어요. 제 고민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어서 꼭 하고 싶었어요. 살다보면 사람이 되게 이기적일 때가 있잖아요. 우재는 그게 겉으로 티가 나는 사람이었고 사랑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사랑이라지만 집착이 맞는 것 같아요. 그렇게 원했던 행복이 깨진 순간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보상받고 싶었던 것 같고요. 우재가 불륜남이라는 걸 촬영할 땐 크게 의식하지 않았는데 방송이 나가면서 욕을 많이 먹고 있더라고요. '난 이런 이미지로 남는 건가?' 싶었는데 엔딩 때문에 불쌍하게 생각해주시는 분들도 생겼어요.(웃음)"

김재영은 서우재의 예민하고 날선 모습을 극대화하기 위해 체중을 14kg 감량했고 자유분방한 장발 스타일에 도전했다. 또 예술가 특유의 섬세한 감각을 온몸으로 익히기 위해 실제로 미술을 배우기도 했다. 화면에 미처 담기지 못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은 김재영의 디테일한 노력 덕에 서우재의 존재감은 마지막까지 강렬하게 빛났다.

"긴 머리는 처음이라 어색했는데 미술관 첫 등장 신을 보고 분위기가 확 마음에 들었어요. 근데 머리가 더 빠지는 것 같고요, 입에 자꾸 들어가서 집에서는 묶게 돼요. 손질이 어렵더라고요. 전체적으로 예민한 느낌을 내고 싶어서 몸은 슬림하게 만들었고 미술도 선생님께 두 달 좀 넘게 배웠어요. 드라마에 많이 나오진 않았지만 조소도 배웠고 감독님께서 아티스트들의 생각은 어떤지 공감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미술 작가님들이랑 대화도 자주 나눴죠. 아무래도 이상향이 좀 더 뚜렷하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예술가도 결국 사람이더라고요. 똑같았어요.(웃음)"

특히 이번 드라마가 방영 전부터 관심을 모은 이유는 배우 고현정의 복귀작이었기 때문이다. 김재영은 무려 17살 연상인 고현정과 멜로 호흡을 펼쳤고, 농도 짙은 '어른 멜로'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성숙한 남성미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김재영은 "고현정 선배님이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였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처음엔 어려웠는데 선배님이 먼저 긴장을 많이 없애주셨어요. 늘 '우재 캐릭터가 살아야 이 드라마가 잘 된다'고 하시면서 제가 불편한 점은 없는지 챙겨주셨죠. 이전에도 많은 선배님들과 연기해봤지만 이번엔 몰입도가 달랐어요. 선배님과 첫 촬영이 결혼 사진 찍는 날 장면이었는데 선배님이 동선을 많이 가져오셔서 '너는 어떤 게 좋아? 이건 어때?' 계속 물어보시고 감정을 이끌어내주시더라고요. 그날 촬영이 끝나고 '선배님이랑 연기해서 충격받았다, 이런 리액션이 나온 건 처음이다'라고 연락도 드렸어요. 많이 배웠죠."

고현정과의 멜로가 아니더라도 '너를 닮은 사람'은 김재영에게 각별한 의미다. 106kg의 체중에서 무려 30kg을 감량하고 지난 2011년 모델로 데뷔한 그는 '블랙', '백일의 낭군님', '은주의 방', '시크릿 부티크', '사랑을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등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자로 종횡무진했다. 하지만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이후 깊은 슬럼프에 빠졌고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렸다. 그때 만난 '너를 닮은 사람'은 그간 깊었던 고민을 내려놓고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고 배우로서 자신감을 심어줬다. 김재영은 "감독님께 최종 캐스팅 연락을 받았을 때 너무 기뻐서 오열하듯 울었다. 일하면서 울어본 적이 없는데 정말 기뻤다"며 웃었다.

"주말 드라마는 처음이었는데 호흡이 긴 작품이라 회사 다니는 느낌이었어요. 처음엔 안정감이 느껴져서 좋았는데 하루 일상이 반복적으로 흘러가니까 끝날 때쯤 살이 찌더라고요. 스스로 관리를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내가 배우 일을 해도 되는 건가, 나한테 맞는 걸까' 고민하게 됐고 점점 '나는 왜 이럴까' 헤매고 자신감이 없었어요. 그때 별명이 '부정이'였을 정도로 제 자신에게 부정적이었는데 '너를 닮은 사람'의 깊은 이야기가 너무 와닿았어요. 이게 마지막인 것처럼, 처음 연기한다는 생각으로 임했고 초심으로 돌아가니까 얻는 게 있더라고요. 연기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고 선배님들이 좋은 기운을 많이 주셨어요."

'너를 닮은 사람'으로 탄탄한 연기력과 치명적인 매력을 뽐낸 김재영은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게 더 많은 배우다. 오랜 시간 치열하게 이어온 연기에 대한 고민과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용기를 발판 삼아 또 다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예전엔 성공에 대한 조바심만 앞서 있었는데 지금은 연기에 대한 욕심이 더 커요. 연기를 잘 하면 나머지는 다 따라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마음은 좀 편안해졌어요. 앞으로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제 얼굴을 보고 사연 있어 보인다고 하시는데 실제로는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는 성격이에요. 까불까불하게 장난기도 많고요. 다음엔 아주 밝거나 망가진 캐릭터, 생활감 있는 연기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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