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빠진 로맨스'서 귀엽고 친근한 박우리 역

전종서 연기 열정 대단하다 느껴

시나리오 집필, 연출 욕심도

배우 손석구가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CJ ENM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시기별로 회자되는 로맨스 명작들이 있잖아요. '연애 빠진 로맨스'가 그 계보를 잇는 한 축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11월 24일 개봉한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감독 정가영)는 연애는 싫지만 외로운 건 더 싫은 자영(전종서)과 일도 연애도 뜻대로 안 풀리는 우리(손석구), 이름, 이유, 마음 다 감추고 시작한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실패해볼 만큼 실패한 두 남녀가 데이팅 앱으로 인연을 맺고 서로를 통해 점차 성숙해지는 과정을 그리며 2030 세대의 연애 공감대를 자극한다. 배우 손석구(38)는 일도 연애도 서툰 남자, 박우리를 연기했다.

"인물 자체에 깊이 공감하는 건 어떤 배역이든 해야 하지만, 표현 방식에 있어서 이번엔 제 걸 녹여냈다는 게 더 맞아요. 저는 연기할 때 항상 제 걸 녹이고 싶은데 잘 안 맞는 캐릭터도 있거든요. 근데 이번엔 웬만하면 다 맞았어요. 제 말투, 행동에 정가영 감독님의 스타일을 더한 거예요. 무엇보다 귀여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친구가 안고 있는 고민은 되게 현실적이고 무겁지만 그걸 안고 살아가는 인물 자체는 순수해야 한다고요. 좀 물렁해보일지언정 무해해 보여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했죠."

박우리는 서른셋의 잡지사 기자로, 어느 날 회사에서 19금 칼럼 업무를 떠맡고 데이팅 앱에 가입하게 된다. 그렇게 앱이 연결해준 자영과 아무런 기대 없는 만남을 시작하는데, 성격부터 취향까지 180도 다른 자영에게 서서히 빠져들게 된다. 손석구는 어설프지만 친근한 우리의 매력을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박우리를 상징하는 키워드로 '너드미'를 많이 들었는데 그게 정확한 것 같아요. 이 친구의 관심 분야는 글쓰기, 사랑에 대한 갈망인데 실제로는 잘 못해요. 마음만 앞서서 실수해요. 되게 보편적이죠. 그런 걸 해내는 과정에서 이 친구가 순수하다고 생각했어요. 제 입으로 말하기 좀 웃기지만 저도 좀 착하고 순수하거든요.(웃음) 물론 실제 연애 스타일은 박우리보다 좀 더 밀당을 하는 편인데 전체적으로 비슷한 면이 많았어요."

특히 손석구, 전종서의 완벽한 호흡은 '연애 빠진 로맨스'를 보는 큰 재미 중 하나다. 두 사람은 서로를 통해 조금씩 성장하는 캐릭터들의 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몰입도를 더했다. 연출을 맡은 정가영 감독과의 케미 역시 영화 곳곳에서 묻어난다. 앞서 '비치온더비치', '조인성을 좋아하세요', '밤치기' 등 발칙한 작품들로 영화계를 뒤흔들었던 정가영 감독은 이번에도 트렌디한 연출과 톡톡 튀는 대사로 신선하고 도발적인 이야기를 선보였다. 손석구는 두 사람을 향한 각별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여자주인공을 감독님을 그리면서 읽었는데, (전)종서씨가 엄청난 걸 했다고 생각해요. 감독님의 색깔이 굉장히 짙은데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었어요. 연기를 보면서 '와 정말 대단하다' 했어요. 감독님은 순수함과 천재성이 같이 있어요. 뭐가 진짜인지 모르겠어요. 너무 순수한건지, 너무 천재라서 순수해보이는 건지. 둘 다인 것 같아요. 또 항상 웃긴 걸 생각하시고 '드립'에 대한 욕심이 엄청나요. 저도 드립에 승부욕이 발동하곤 했어요.(웃음) 특히 종서씨랑 감독님은 연기 공부를 많이 해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표현하고 싶은 게 많아서 영화라는 수단을 빌린 사람들이라고 느껴요. 그런 사람들은 서포트해주고 싶고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죠."

무엇보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손석구의 로맨스 연기를 기대해온 팬들에게 선물 같은 영화다. 앞서 그는 tvN '60일, 지정생존자', 넷플릭스 시리즈 'D.P.' 등에서 주로 선 굵은 캐릭터로 활약해왔다. 그 중 JTBC '멜로가 체질'이 좋은 반응을 모으면서 많은 팬들이 그의 로맨스 연기를 기대하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연애 빠진 로맨스'는 다시 한번 손석구에게 '입덕'할 기회가 될 만한 영화다. 그는 "팬들의 기대를 충족하고도 남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연애 빠진 로맨스'면 적어도 몇 년은 만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사회 때 영화를 보고 확실히 자신감이 생겼어요. 실제 연애요? 이제 곧 마흔인데 예를 들어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한 5년 전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했다면 요즘엔 한 달에 다섯번 정도 해요.(웃음) 꼭 해야 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집에서도 결혼 압박은 전혀 없고요. 하지만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이 다들 좋다고 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총각이었던 친구가 얼마 전에 장가를 가서 사회도 봤는데 그때 많이 느꼈어요. 친구들 다 장가갔다고 저도 가야하는 건 아닌데 기분이 이상했어요.(웃음)"

올해 데뷔 5년차를 맞은 손석구는 최근 왓챠 오리지널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의 연출을 맡아 또 한 번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언프레임드'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네 명의 아티스트(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가 마음속 깊이 품고 있던 이야기를 직접 쓰고 연출한 작품으로 '반장선거', '재방송', '반디', '블루 해피니스' 등 네 편의 영화를 담았다. 손석구는 "장르는 SF일수도 있고 액션, 코미디일수도 있는데 가족에 대한 질문을 하는, '가족은 무엇인가', '왜 가족이어야 하나', '어디까지가 가족인가' 그런 걸 그리고 싶다"며 남다른 연출 열정과 연기 소신을 전했다.

"요즘 흥미를 느끼는 건 역시나 시나리오 쓰는 것이죠. 빨리 배운 걸 써먹고 싶어요. 옛날에 처음 연기 시작했을 때 한 작품 하면서 배운 걸 다음 작품에서 막 해보고 싶었는데 지금 시나리오 집필, 연출에 대한 마음이 그래요. 연기로는 제 삶의 방식을 표현하고 싶어요. 연기해서 제가 많이 보였으면 좋겠어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면 사람들이 분명히 대리만족할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쟤를 보니까 내가 나로서 있는 게 괜찮은 거네, 그게 창피한 게 아니고 구린 것도 아니네' 그런 게 제가 전달하고 싶은 최종 지향점이에요. '너 엄청 멋있어. 그냥 가만히 있어도 쿨하고 진짜 멋있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그게 제 철학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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