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마블이 달라졌다. 세계관은 넓어졌지만 친근한 요소는 다소 옅어졌다. 서정적인 연출로 주목받았던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더니 완벽히 결이 다른 마블 영화가 탄생했다. 영화 '이터널스'(감독 클로이 자오)다.

영화는 7000년에 걸쳐 살아온 태초의 히어로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우주와 인류의 기원을 짚어가면서 마블의 새로운 시대를 알린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고대 문명이 등장하는데 메소포타미아, 고대 바빌론, 아즈텍 등 인류 문명의 발상지와 광활한 자연으로 초반부터 압도적인 볼거리를 자랑한다. 워낙 세계관이 방대한데다 새로운 히어로들 각각의 사연에 대해 모두 담다보니 155분의 러닝타임도 숨가쁘게 돌아간다.

특히 이전의 마블 영화들과는 굉장히 다른 색깔을 띤다. 마블의 전매특허였던 트렌디한 감각, 호쾌하고 신나는 전개, 친근하고 유머러스한 매력은 덜한 대신 다소 정적이고 철학적이다. 클로이 자오 감독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인데, 마블 영화를 처음 접하는 관객에겐 어필할 수 있겠지만 기존의 마블 팬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두고볼일이다.

배우들은 각자의 이름만큼 화려한 퍼포먼스를 과시한다. 한국 출신 배우 최초로 마블의 슈퍼히어로가 된 배우 마동석은 초인적인 힘을 가진 길가메시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데비안츠를 주먹 한방으로 제압하는 파워에 뜻밖의 귀여운 매력까지, 전 세계 관객들에게도 '마블리'(마동석+러블리)라는 애칭을 확실하게 각인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아름답고 강렬한 테나 역의 안젤리나 졸리를 비롯해 리차드 매든, 쿠마일 난지아니, 셀마 헤이엑, 젬마 찬 등이 자연스러운 호흡을 보여준다. 사운드트랙에서는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프로듀싱한 곡 '친구'가 등장해 반가움을 더한다.

'이터널스'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히어로들이 한 데 뭉치는 과정을 통해서 인종, 국적, 성별, 나이에서 시작되는 편견을 버리고 그 사람의 본질을 보자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에 10대 청소년 히어로부터 청각장애인, 동성애자 히어로 캐릭터가 등장해 이제껏 마블에서 본 적 없는 호흡을 펼친다. 다양성에 주목하고 있는 마블의 비전과 향후 마블 페이즈4에 대한 힌트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분명 호불호가 갈릴 만한 요소들이 있지만 '이터널스'는 표현의 영역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마블의 또 다른 갈래를 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확 달라진 기조와 색깔을 마블 팬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평가는 이제 관객의 몫이다. 오는 11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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