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14세기 프랑스, 마주선 두 남자가 결투 재판에 나선다. 친구에서 적이 된 장(맷 데이먼)과 자크(아담 드라이버)다. 두 사람 모두 목청껏 '신의 뜻'을 외치지만 검을 빼든 이유는 결국 시기와 탐욕 때문이고 승자든 패자든 시대의 비극이 낳은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영화는 결투를 앞둔 장과 자크의 모습으로 오프닝을 연다. 장의 젊고 아름다운 아내 마르그리트(조디 코머)는 가족들이 집을 비운 사이, 장의 친구 자크에게 모욕을 당한다. 여성의 법적 지위가 철저하게 남성에게 종속됐던 시대, 범죄 피해 사실을 털어놓는 것조차 터부시되는 분위기 속에서도 마르그리트는 용기를 내 자크의 죄를 고발한다. 하지만 자크는 결백을 주장하고, 장은 결투 재판을 요청한다. 승자가 곧 정의로 인정받는 결투 재판, 만약 장이 패하면 마르그리트 역시 사형에 처해진다. 그럼에도 마르그리트는 끝까지 진실을 밝힌다.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는 오직 결투로 진실을 가렸던 중세시대 결투 재판을 둘러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특이한 건 153분의 러닝타임을 총 3장으로 나눠 장, 자크 그리고 마르그리트 각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파고든다는 점이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만 세 사람의 시선이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에 지루하기보다 흥미롭다.

서사적 무게를 견디면서도 인물들의 내면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건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의 장점이다. 먼저 1, 2장에서는 장과 자크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그린다. 둘은 각자 엄청난 대의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상은 허울뿐이다. 3장에서는 마르그리트의 시선을 따라 사건의 진실을 보여준다. 나아가 마르그리트를 괴롭게 한 이들의 면면을 차례로 강조한다. 그 와중에도 마르그리트는 시대적 한계에 굴하지 않고 목소리를 낸다. 이 과정에서 여성을 향한 폭력적인 설정과 대사들이 적나라하게 등장해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마르그리트의 무너지지 않는 눈빛이 엔딩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어찌보면 이 최후의 결투장에 선 진짜 주인공은 두 남자가 아닌 마르그리트인지도 모르겠다.

세계적인 비주얼리스트, 리들리 스콧 감독의 색깔을 진하게 녹인 영상미는 영화팬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앞서 '글래디에이터', '블랙 호크 다운', '마션' 등 이미 수많은 명작들로 보여준 것처럼, 리들리 스콧 감독은 이번에도 내내 서늘하고도 장엄한 분위기로 화면을 지배하면서 인물들의 극한 감정을 더욱 고양시킨다. 엄청난 스케일 속에서도 마치 삽화처럼 고풍스러운 디테일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연륜이 묻어나는 배우들의 연기는 무게감 있는 드라마를 끌고 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명예를 위해 결투 재판에 나선 장을 연기한 맷 데이먼은 변함없는 아우라가 있고, 그와 '굿윌헌팅' 이후 24년 만에 재회한 벤 애플렉은 진실을 외면하는 권력자 피에르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여기에 미국 인기 배우 아담 드라이버가 결백을 주장하는 자크 역으로 숨막히는 긴장감을 더했다. 무엇보다 마르그리트를 연기한 조디 코머의 디테일한 연기가 강렬하다. 아주 섬세한 감정 변화를 완벽하게 그려내면서 찰나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오는 10월 20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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