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흥행 감사

주 1회 편성·시즌제 장점 피부로 체감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공감'

신원호 감독 / 사진=tvN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슬기로운 감빵생활', '슬기로운 의사생활'까지. 우리는 신원호 감독의 시대를 살고 있다. 매번 따뜻한 이야기로 팍팍한 현실에 온기를 불어넣었던 그가 최근 스포츠한국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슬기로운 의사생활2' 종영 후 못다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9월 16일 방송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2'(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 마지막 회는 수도권 가구 기준 평균 15.7%, 최고 17.4%, 전국 가구 기준 평균 14.1%, 최고 15.5%를 기록했다. tvN 타깃인 남녀 2049 시청률은 수도권 평균 10.4%, 최고 11.4%, 전국 기준 평균 9.3%, 최고 10.2%를 기록, 전국 가구를 포함해 타깃 시청률까지 모두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케이블, IPTV, 위성 통합한 유료플랫폼 기준, 닐슨 코리아 제공) 드라마는 마지막까지 율제병원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과 행복을 그리면서 동시간대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다섯 동기들의 케미, 음악과 밴드, 환자와 보호자들의 따뜻한 이야기, 러브라인, 연기 앙상블에 호감을 갖고 보셨다가 또 다른 포인트에 매력을 느끼고 사랑을 주신 것 같아요. 특히 시즌2는 내적 친밀감이 크지 않았을까 합니다. 시즌1에서 건너오면서 생긴 약 2년 간의 시간 속에서 쌓은 작품과의 친밀감이 있어요. 익히 아는 캐릭터, 이야기라는 생각에 거리감이 좁혀졌던 게 시즌2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봅니다."

탄탄한 스토리와 섬세한 연출, 음원 차트를 점령한 OST 등 '슬기로운 의사생활2'의 흥행을 이끈 요인들은 많지만 그 중에서도 배우들의 완벽한 합은 시리즈의 전부와도 같았다. 배우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전미도를 비롯해 주조연 각자가 고루 쌓은 서사는 초반부터 힘을 발휘해 마지막까지 몰입감을 더했다.

"첫 촬영날도 그랬고, 다섯 명이 모두 모인 씬을 처음 찍던 날도 그랬고, 시즌1 이후 10개월 가까운 공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짓말같이 어제 찍다가 다시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스태프들, 배우들간의 내적 친밀감도 두터워지다보니 시즌2는 훨씬 촘촘한 케미로 이어질 수 있었죠. 다만 로맨스만을 위한 드라마는 아니라서 러브라인 흐름이 빠르거나 밀도가 촘촘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좀 더 차근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살짝 느릿한 호흡을 가져가려 했어요. 실제 그 호흡, 분위기, 공간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자 했던 장면들이 많았죠."

특히 '슬기로운 의사생활2'는 전 시즌에 이어 주 1회 편성으로 방송가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겼다. 작품 기획 단계부터 철저하게 계획된 시즌제를 통해 새로운 시청 패턴을 개척했다는 평이다. 주 1회 편성의 장점은 여러가지다. 근로시간을 준수하면서 제작 환경을 개선해 작품의 완성도까지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고 비교적 오랜 기간 꾸준히 화제성을 이어갈 수 있기도 하다. 신 감독은 "주 2회 드라마는 다신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2개씩 했던 전작들은 어떻게 했는지 상상이 안 가요. 이건 저 뿐만 아니라 스태프, 배우들 모두 공히 피부로 체감하는 부분이에요. 아무래도 현장의 피로함이 줄어드니 그 여유가 현장의 효율로 돌아옵니다. 그게 가장 큰 강점이죠. 매회 연기자들이 그 어려운 밴드곡들을 연습할 시간을 확보한 것도 주 1회 방송 형식이 준 여유 덕분이에요."

무엇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2'는 시작부터 평균 10%, 최고 12.4%의 시청률을 기록, 역대 tvN 드라마 첫 방송 시청률 1위로 출발했다. 여기엔 치밀하게 진행된 CJ ENM 대표 프랜차이즈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 전략이 주효했다. 예를 들어 시즌 사이 공백기에 유튜브 '채널 십오야'의 디지털 콘텐츠 '하드털이'를 공개하는가 하면, 출연진들이 함께 캠핑을 떠난 '슬기로운 캠핑생활'로 콘텐츠의 변주를 꾀하면서 꾸준한 화제성을 유지하고 새로운 시청층을 유입하는 데 성공했다.

"시즌제 드라마를 만들면서 가장 신선했던 게 시즌1의 마지막회와 시즌2의 첫회였어요. '이렇게 끝내도 돼?', '이렇게 시작해도 돼?' 싶은 느낌 때문이었죠. 다만 시청자분들은 12회 끝나고 13회를 1년 동안 기다리시는거라 보상을 해드리고 싶었어요. 그게 '하드털이'를 시작한 첫 번째 이유였죠. 보통 드라마에 못 담은 장면은 블루레이나 DVD에 들어가는데 그것보다는 더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또 개인적으로는 유튜브를 실질적으로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컸어요. 5~10분 사이로 짧게 하려 했는데 할수록 분량이 늘어나고 꼼꼼하게 체크하다보니 예능만큼 힘들었어요. 근데 한편으론 재밌었어요. 10년 만에 예능을 하는 셈이라 '감이 떨어져서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예전의 세포들이 다시 움직이는 느낌이었죠. '슬기로운 캠핑생활'은 정말 순수하게 배우들로부터 시작된 콘텐츠죠. 그렇게 단순하게 콘텐츠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점, 순수한 진심이면 큰 기술 없이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점들을 목격하면서 수년간 쌓아온 편견들을 스스로 깨뜨릴 수 있었던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이처럼 신 감독은 매번 과감하고 새로운 도전으로 형식의 틀을 깨고 있다. 반면 스토리 전개 면에서는 선한 정서를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은 악역이 없는 드라마, 이른바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도 불린다. 때문에 평범한 현실을 표방하지만 결국 판타지와 다름없다는 시선도 있다.

신 감독은 "다크한 이야기도 관심은 많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가 영화 '악마를 보았다' 같은 잔혹한 스릴러물이기도 하다. 제가 못 만들 것 같아서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한데 '슬기로운 감빵생활'도 OTT를 염두에 둔 훨씬 더 다크한 드라마였다. 구상 중인 건 없지만 늘 생각은 있다"며 향후 전하고픈 메시지에 대해 귀띔했다.

"늘 목표하는 바는 공감입니다. 공감을 얻어내는 매개는 그저 살아가는 풍경들이고요. 부산의 어느 아이돌 극성팬의 삶에서도,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신촌 하숙에서도, 쌍문동 골목에서도, 서부교도소에서도, 율제병원에서도 보여드리고 싶었던 건 결국 '사는 거 다 똑같구나'였어요. 위로란 오직 너의 마음이 나의 마음일 때 이뤄진다고 생각해요. 구체적인 게 없더라도 두 마음이 같이 공명할 때 위로는 전달되니까요. 어떻게 보면 우리가 가진 판타지이기도 해요. 세상 모두 다 좋은 사람이면 좋겠다는 판타지요. 그래서 저 좋은 사람들 사이에 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이야기를 만들려 해요. 그걸 판타지라고 불러도 좋아요. 사실 공유 같은 도깨비도 없고 박보검 같은 남자친구도 없잖아요. 어차피 모든 드라마가 판타지라면 그나마 좋은 사람들의 세상은 그나마 현실에 가까운 판타지가 아닐까 싶어요. 웬만한 설정으론 화제성을 얻지 못하는 시대라서 드라마가 점점 독해지고 있는데, 쇼킹한 이야기들 틈바구니 속에서 이런 착한 판타지 하나쯤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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