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기 감독은 지금도 악보를 손으로 그리며 작업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 나가수, 슈퍼스타K, 미스트롯/미스터트롯
▶ 새가수, 조선판스타, 더트롯쇼, 너목보 등등
▶ 국내 최고 다작 음악감독
▶ 현재도 십여 개 넘는 예능프로 관여
▶ 세션 기타리스트로 출발
▶ 임영웅 ‘배신자’, 영탁 ‘막걸리 한잔’ 편곡
▶ 일이 많을 땐 하루 40~50곡 이상 작업하기도
▶ “음악감독은 플랫폼의 역할 잘해야 하고”
▶ “장르 다양성 견지, 소통능력 중요”
▶ “슬프지 않은 곡도 임영웅이 부르면 슬퍼져”
▶ “소향, 엄청난 음역의 소유자+인성 최고”
▶ “박구윤, 흉금을 울릴 줄 안다”
▶ “하현우, 정말 대단한 보컬”
▶ 취미는 요리하기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임현기(40)는 현재 대한민국 방송계에서 가장 바쁜 음악감독이다. MBC ‘나가수(나는 가수다)’와 ‘복면가왕’, 엠넷 ‘슈퍼스타K5’, TV조선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사랑의 콜센터’, 엠넷 ‘너목보(너의 목소리가 보여)’, KBS ‘새가수(우리가 사랑한 그 노래 새가수)’, MBN ‘조선판스타’ SBS ‘더트롯쇼’, KNN ‘청춘밴드’ 등등 임현기 감독이 관여했거나 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은 수도 없이 많다. 현재에도 평균 십여 개가 넘는 프로를 맡고 있을 정도로 국내에서 ‘가장 잘 나가는’ 예능 음악감독이다.

임현기 감독은 작곡·편곡자로서도 유명하다. 지금까지 100여 개가 넘는 곡을 썼고 편곡은 임영웅 ‘배신자’나 영탁 ‘막걸리 한잔’ 등 무려 500곡이 넘는다.

임 감독은 지금도 악보를 손으로 그려가며 작업한다. 20여 년 넘는 오랜 습관이다. 그래서 임 감독의 오른손 검지는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휘어져 있다.

국내의 온갖 예능 프로를 독점할 만큼 방송계 섭외 0순위인 ‘대세’ 음악감독 임현기를 일산에 있는 그의 작업실(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임현기 감독은 100kg대의 헤비급 체구, 곰의 이미지가 연상됐지만, 외모와는 달리 날렵함이 느껴졌다.

그는 관심을 가진 것엔 지나칠 만큼 연구/노력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엔 아예 신경을 끄고 살아간다. 예를 들어 자신의 영역이자 주 관심사 즉, 프로그램의 음악감독으로선 주변을 놀라게 할 만큼 치밀하고 성실하게 준비한다. 방송 스텝진과 회의할 때 임 감독은 스텝에서 주문한 사안을 만들어가는 한편 거기에 자신이 추가/변형을 가하고픈 내용이 가미된 음악을 하나 더 준비해 간다. 물론 회의할 때마다 임감독이 준비한 후자가 선택되는 일이 거의 대부분일 정도로 임현기 감독에 대한 각 방송 스텝진의 믿음이 대단하다.

반면 그에게 자동차는 ‘이동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저 바퀴 달린 기계일 뿐이다. 몇 년 전 도로 정차 중 접촉 사고가 있었다. 상대 실수로 차량에 데미지가 생겼다. 당시 임감독의 차는 메르세데스 벤츠 C클래스 모델이었다. 그런데 임 감독은 “죄송하다”며 당혹해하는 상대에게 “괜찮으니 그냥 가시라”고 했다. 임 감독에겐 차를 운전하는데 지장만 없으면 외부 손상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손해비용을 걱정하던 상대는 임감독의 이 말에 너무 감동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울면서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임현기 감독은 1981년 1월 대전에서 태어났다.

선배들이 기타 치는 게 멋있게 보여 중1 때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GNR의 ‘Don’t Cry’를 비롯해 유명 LA메틀 밴드 곡을 카피하다가 고2 때 드림씨어터(존 페트루치)에 심취하며 연주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더불어 ‘Autumn Leaves’ 등 재즈 스탠더드도 카피하며 연주세계를 다양하게 확장해 갔다.

20여 년 넘게 악보를 손으로 그리며 작업하다보니 오른손 검지가 휘어져 있다. [사진=조성진]
임현기 감독이 중고교 시절부터 ‘소신껏’ 음악을 할 수 있던 건 어머니의 영향도 크다. 어머니는 당시 학교 청소부로 일하면서도 임감독이 음악에 정진할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어머니가 학교에서 청소하며 자신을 키웠다는 말에 “이 내용을 써도 되느냐?”고 묻자 임 감독은 “물론입니다. 직업에 귀천이 어디 있나요? 쓰셔도 됩니다”라고 답했다.

임현기 감독은 야마하 기타로 시작해 고1 때 워시번 N2로 바꿨다. 물론 어머니가 사준 것이다. 이어 고3 때 G&L로 바꿨고 계속해서 다양하게 기타를 경험해 갔다. 이후 직업 뮤지션으로 활동하며 펜더 스트라토캐스터(79년), 그리고 래리 칼튼을 존경해 25살 때엔 깁슨 ES-335를 샀다. 그는 현재에도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기타리스트로 래리 칼튼을 꼽는다.

이외에도 존 서, 테일러 어쿠스틱 기타, 캐나다 핸드메이드 클래식 기타 등 여러 기타를 경험했다. 그러나 상당수 처분했고 현재 6대의 기타만 소장하고 있다.

그는 2003년 22살의 나이로 BMK 1집에 참여하며 세션 기타리스트로 데뷔했다. 이후 바비킴, 장나라, 거미, 성시경, 박효신 등등 여러 가수 세션을 하며 세션맨으로 역량을 펼쳤다. 또한 김윤아 뮤직웨이브를 비롯한 여러 프로의 하우스밴드 활동까지 했다.

“기타리스트에서 음악감독으로 메인잡이 바뀐 건 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물론 기타리스트로서의 한계도 느꼈고요.”

임현기 감독의 취미는 ‘요리하기’다. 한식 일식 중식 등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요리를 하는데 그의 요리를 먹어본 모 후배 작곡가는 “너무 맛있었다”고 귀뜸했다. 임 감독은 요리해 여러 명의 스텝과 함께 먹는 걸 좋아한다.

요리라는 것도 각 재료의 특장점을 잘 조합시키는 가운데 맛깔스러운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듯, 음악감독 역시 전체를 조망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의 취미생활은 직업과 깊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요리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TV도 백종원 관련 프로를 특히 즐겨 볼 정도다.

엠넷 ‘백초전’을 통해 음악감독으로 데뷔한 그는 이후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역량을 보였다. 그 많은 프로그램 가운데서도 자신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으로 나가수, 미스트롯, 로또싱어 등을 꼽았다.

MBC ‘나가수(나는 가수다)’는 음악감독으로서 임현기의 역량, 존재감을 본격적으로 보여줬다는 데에서 그에겐 각별하게 다가온다. 바비킴의 추천으로 ‘나가수’ 음악감독이 됐는데, 물론 처음엔 대부분 방송 관계자들이 반신반의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막상 같이 하다 보니 임 감독의 역량에 혀를 내두르게 됐다.

TV조선 ‘미스트롯(내일은 미스트롯)’도 그에겐 남다르다. 당시 미스트롯은 양질의 멋진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음악감독을 공개 오디션으로 채용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임현기 또한 7번째로 오디션에 응시해 합격한 것이다. 심사 면접을 하던 사람 중엔 박윤주 작가도 있었다. 박윤주 작가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사무적으로 차갑게 이런저런 질문을 했고 그때마다 임현기 감독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이렇게 차갑게 시작된 관계는 임 감독의 감각과 성실성으로 프로그램 인기몰이에 한몫하며 이젠 ‘절친’ 사이가 됐다.

“45명이나 되는 유명 가수들과 꿈의 무대를 펼쳤다는 점에서 MBN ‘로또싱어’도 기억이 각별합니다. 로또싱어가 아니면 언제 이러한 시도를 해볼 수 있겠어요?”

임현기 감독은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예능 프로가 뭐냐는 질문에 “로또싱어 시즌2를 해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여전히 이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다.

“MBN ‘조선판스타’도 처음 시도하는 형태의 예능이다 보니 개인적으로도 센세이셔널한 방송으로 자리할 것 같습니다.”

“일이 많을 땐 하루에 40~50곡 이상을 작업할 때도 있어요. ‘복면가왕’만 해도 7년 동안 1300명 이상과 일하며 셀 수 없이 많은 곡을 작업했어요.”

이처럼 일반인은 물론 많은 유명 가수와 일을 한 임현기 감독이 그중에서도 가창력, 감성 등이 남다르게 다가왔던 가수는 누구일까?

“소향(김소향)은 정말로 음역대가 대단한 가수입니다. 또한 소향 누님은 거기에 인성까지 최고죠.”

“박구윤도 빼놓을 수 없어요. ‘나는 트로트 가수다’ 음악감독을 할 때 박구윤의 노래를 듣고 너무 감동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임 감독은 ‘복면가왕’ 당시 하현우를 극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현우는 정말 대단한 보컬입니다. 하현우의 창법은 샤우팅 두성을 기반으로 하며 한계를 모를 정도로 끝없이 올라가는데 고음역 처리도 대단하죠. 또한 발라드에선 신해철 필이 묻어나오기도 합니다. 매우 독특하고 탁월한 보컬입니다.”

“그리고 임영웅, 슬프지 않은 노래도 임영웅이 부르면 슬퍼져요.”

음악감독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 갖춰야 할 소양
“플랫폼의 역할을 잘해야 합니다. 지금은 방송에서 가수들이 자기 노래만 부르는 시대가 아니죠. 따라서 자신의 키나 템포와는 전혀 다른 곡도 불러야 하는데 이 모든 것들을 현장에서 잘 조율/중화시켜 나가는 게 음악감독의 가장 큰 소임 중 하나라고 봅니다. 음악감독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선 장르에 대한 다양성을 견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어요. 그리고 소통능력/커뮤니케이션도 그에 못지않게 필히 갖춰야 할 소양이죠.”

“유명 가수는 물론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각 출연자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을 찾아주려고 합니다. 따라서 출연 가수가 정해지면 그에 따른 리서치를 꼼꼼하게 하며 그에 맞는 걸 대비합니다. 물론 일반인이 출연자로 나올 때가 애로사항이 많아요. 유명 가수는 동영상을 비롯해 각종 자료를 쉽게 찾아서 연구할 수 있지만, 일반인은 전혀 알려지지 않아 그만큼 그에 맞는 연구를 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죠.”

“일반인 출연자의 경우 무대 경험이 없다 보니 현장에서 많이 떨기도 합니다. 저는 이럴 때 연습만이 살길이라며 더욱 충실하게 준비하게 하며 그러는 가운데 스스로 안정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음악은 먼저 몸이 아는 것이라 연습/준비를 많이 하면 그만큼 몸에도 자신감이 붙는 것이죠.”

임현기 감독은 예전엔 백석대, 한양여대 등등 여러 학교 강의 활동도 열심히 했다. 그러나 지금은 하지 않는다. “일단 남을 가르친다는 것이 제 적성에 맞질 않아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일이 많은 대세 음악감독인 만큼 살인적인 스케줄 소화를 위해 언제부터 아침 7시 반 기상-12시 잠자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예전엔 체구만큼이나 주량도 센 편이었지만 이제 대부분의 술자리는 12시에 헤어지는 편이다.

6년 동안 킥복싱을 한 임현기 감독은 요즈음 집 근처 호수공원을 1시간 반 넘게 걸으며(‘만 보 걷기’) 건강 관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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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 태어났으면 최소한 밥값은 하고 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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