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적'서 명랑 여고생 라희 역 맡아

기차역 세우려는 천재 소년 연기한 박정민과 호흡

'공조'·'엑시트' 초대박 흥행 이어갈지 관심 커

임윤아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2007년 '다시 만난 세계'로 데뷔해 국내 걸그룹 역사의 레전드로 통하는 소녀시대 멤버로 활동해오는 내내 '센터 윤아'로 불리며 가수로서의 입지를 다져온 임윤아이지만, 사실 그는 이미 2008년 방영된 KBS 1TV 일일드라마 '너는 내운명'의 장새벽으로 활약했을 당시부터 배우로서의 충만한 끼와 단단한 자질을 선보인바 있다.

이후 임윤아는 영화 '공조'(김성훈 감독, 2017)으로 781만 흥행을 거두며 영화배우 대열에 당당히 올라섰고, 이후 '엑시트'(이상근 감독, 2019)으로 94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의 여왕으로 떠올랐다.

특히 액션 영화인 '공조'에서 북한형사 임철령(현빈)을 짝사랑하는 철없는 백수 여동생 박민영 역을 맡아 큰 웃음의 한 축을 담당하며 코믹 연기에도 일가견이 있음을 입증했던 임윤아는 투톱 영화인 '엑시트'에서 조정석 못지 않은 발군의 액션 연기와 코믹 연기를 동시에 펼치며 극장가 초성수기였던 2019년 여름 타사 대형 경쟁작들을 제치고 승기를 거머쥐는데 1등 공신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오는 15일 임윤아가 박정민과 함께 선보이는 새 영화는 마을로 통하는 길이 유일하게 기찻길 밖에 없지만 기차역은 없는 까닭에 마을에 간이역 하나를 만드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한 소년(박정민)과 그의 옆에서 꿈을 이뤄주기 위해 열심인 소녀(임윤아)의 이야기를 그린 '기적'(이장훈 감독)이다. 임윤아는 준경의 천재성과 재능을 미리 알아보고 전폭적으로 그를 지지하는 고등학생 라희 역을 맡았다.

임윤아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임윤아는 지난 8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인터뷰에 참여해 영화에 참여하게 된 계기부터 박정민과의 호흡, 현장에서 느꼈던 보람과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인터뷰 내내 보인 밝고 명랑한 모습도 '기적' 속 라희와 많이 닮아 있었지만 답변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이고 열심을 다하는 모습 또한 라희의 그것이었다.

가수로서 이미 산꼭대기까지 올라본 그가 관성이나 타성에 빠지지 않고 또 다른 분야에서도 신인 못지 않은 자세로 여전히 기합을 바짝 주면서 숨가쁘게 달릴 수 있는 이유는 스스로에게 내재된 선천적인 성실성과 도전에 대한 끊임없는 순수한 호기심 때문은 아닐지 슬쩍 유추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시나리오를 읽고 눈물을 흘린 작품은 '기적'이 처음이었어요. 대본을 읽고 '이 영화는 꼭 내가 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라희도 매력 있었고 무엇보다 울컥했어요. 캐릭터도 좋았지만 작품 자체가 재미 있었죠. 2019년에 처음 제안을 받았는데 당시 다른 스케줄들 때문에 못할뻔한 상황이었어요. 그 후 몇개월 뒤 이장훈 감독님이 편지를 주시면서 다시 제안했죠. 그때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두 번째 제안 때는 박정민 배우와 이성민 선배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너무 좋았어요."

'기적'에서 마을에 기차역을 세우는 것 외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남고생 준경(박정민)의 남다른 비범함과 천재성을 발견한 여고생 라희(임윤아)가 그의 꿈을 함께 이루기 위해 한걸음씩 다가서며 교감하는 과정은 관객들이 영화에 서서히 마음을 열고 핵심 사건으로 몰입해 감정이입을 하게 하는데 중요한 작용을 한다. 그만큼 1980년대 고교생으로 분한 임윤아와 박정민의 호흡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야만 했다.

"박정민 오빠와 처음 만나는 날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혼자 왔더라고요. '정말 자유로운 사람인가 보다'라고 생각했죠. 현장에서 대면해보니 너무 소통도 잘 되고 오빠가 친근하게 다가와줬어요. 저도 성격이 낯가림이 없고 밝은 편인데 성격이 잘 맞더라고요. 촬영 시작 단계에서는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는 고민도 같다보니 빨리 친해졌어요. 또 저희가 라희와 준경으로서 호흡이 잘 나오도록 감독님과 스태프 분들도 큰 도움을 주셨죠. 촬영을 안 할 때도 저희끼리 있는 모습을 지켜 보며 좋아해주시고 라희와 준경이 잘 묻어나도록 도움을 주셨어요. 이번 영화는 이상하게 남다른 애정이 가요. 작품이 주는 내용이나 감성, 에너지가 그런 마음을 들게 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애착이 가고 애정을 느끼는 영화는 처음인 것 같아요. 과정이 행복하다 보니 결과마저도 행복했다고 할까요. 편하고 즐겁게 촬영을 하다보면 캐릭터 표현도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요."

공교롭게도 최근 영화 출연작인 '공조'와 '엑시트', '기적'까지 모두 밝고 긍정적인 인물을 연달아 연기했다. 극 중 주요 사건이나 시대 배경, 주변 인물들이 전혀 별개이다 보니 각각의 인물들 또한 유사성보다는 각 인물별 개성이 더 도드라진다. 그럼에도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팜므파탈, 혹은 비련의 여주인공 등 전혀 색다른 캐릭터를 향한 목마름도 마음 한켠에는 존재하지 않을까.

"물론 제가 가진 또 다른 에너지를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이 있다면 좋겠죠. '윤아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구나'하고 느끼실 작품들도 꿈 꾸고 기회가 생기면 좋겠어요. 하지만 지금의 밝고 명랑한 에너지를 드러낼 수 있는 작품도 여전히 좋아요. 앞선 작품들과 '기적' 속 라희가 비슷한 결이라 보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제 생각엔 디테일이 다르거든요. 라희는 가장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죠. 이런 새로운 것을 하나씩 해 나가는 재미가 있어요. 라희와 실제 제가 다른 점은 저는 어떤 일이든 신중하게 생각하고 하는 편이라면 라희는 앞뒤 생각 않고 거침없이 행동하잖아요. 그런 점에서는 좀 멋있었어요."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여기는 촬영 현장이었지만 어려움은 있었다. '기적'이 경상북도 봉화군에 실재하는 양원역을 이야기의 소재로 다룬만큼 등장 인물들의 봉화 사투리 소화는 필수요소였다. 임윤아 또한 사투리 연기를 가장 큰 어려움의 하나로 꼽았다.

"사투리 연기는 정말 어려웠어요. 제 할머니, 할아버지가 경북 영주 분들이세요. 어릴 때부터 영주 사투리를 많이 들으며 자라서 익숙한 부분이 있었죠. 봉화와 영주는 서로 인근 지역이잖아요. 많이 들으며 자랐지만 제가 직접 말로 하면서 표현해본 건 처음이었어요. 사투리 선생님도 계시고 그 쪽 지역이 고향인 매니저나 주위 분들에게 계속 체크 받아가면서 대본이 빽ㅃㅒㄱ하도록 사투리 공부를 했어요. 박정민 오빠 도움도 많이 받았고 정말 열심히 했죠. 아, 여름에 촬영을 했는데 장마가 시작되는 바람에 촬영이 한참 동안 미뤄지기도 했어요. 그런 점은 힘들기도 했죠."

박정민은 '기적'과 관련된 공개 행사와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소녀시대의 굉장한 팬이며 윤아와의 촬영이 꿈 같았다'며 공개적으로 밝힌바 있다. 임윤아 또한 박정민과 촬영 현장에서 호흡을 맞췄다기 보다 함께 놀다가 끝난 것 같다는 소감이 이어졌다.

"사실 준경과 라희는 1980년대 맑고 순수한 소년과 발랄 상큼한 소녀를 표현해야 했기에 자연스러움이 중요했어요. 슛이 들어가기 전에도 항상 박정민 오빠와 마치 라희와 준경처럼 대화도 많이 나누고 하면서 그런 모습을 촬영에서도 연장선으로 이어 갔죠. 정민 오빠는 매번 '윤아 덕에 잘 할 수 있었다, 고맙다'고 표현했는데 저야말로 박정민 오빠가 준경 역을 했기에 고마웠어요. 박정민이 그 역할을 했기에 저 또한 라희로서 연기할 때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죠. 이런 기억도 나요. 정민 오빠가 책과 편지를 선물해 줬어요.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소설 같은 책이었는데 마치 준경이가 라희에게 준 것 같은 느낌이더라고요. 저한테 공부하라는 건가 싶기도 했어요. 그래서 저도 제 CD에 편지를 써서 보답했죠. 본인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주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이번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신은 준경과 라희가 데이트하는 장면들인데 몽타쥬 신이어서 사투리 연기를 안 할 수 있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장면들이어서 좋았어요."

18세 때 데뷔해 대중 가수로서 누릴 수 있는 인기의 정점을 맛봤고 그가 속해 있는 소녀시대는 전무후무한 걸그룹의 레전드로 꼽히며 팬들은 여전히 완전체 활동을 갈구하고 있다. 더불어 배우로서도 드라마 '너는 내운명'(2008), '총리와 나'(2013), 'THE K2'(2016), '왕은 사랑한다'(2017), '허쉬'(2020)과 영화 '공조'(2017), '엑시트'(2020)에 출연하며 유의미한 발걸음들을 쌓아 왔다. 배우로서 쌓아온 성과에 비해 스스로의 평가는 꽤 박하다.

"10년 넘게 연기를 해오고 있는데 처음에 비해 나아진 것이 있다면 카메라 앞이 좀 더 적응됐다고 할까요. 연기는 정말 계속 끊임없이 배워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해요. 배우로서 제가 가진 경쟁력이 있다면 계속 도전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죠. 가수 활동에 비해 연기 활동에서는 좀 더 해봐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이 저에게 도전 정신을 불러 일으키죠. 앞으로 더 다양한 작품들과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연기 활동에서 제가 아직 배워야 할 부분이 많다는 생각도 들고 또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도전을 늦추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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