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오윤희 역 맡아 세 시즌 걸친 열연

"기억에 남는 신? 아파트 재개발된 부동산 장면"

5년만에 드라마 복귀, "도전한다는 마음가짐"

[스포츠한국 김두연 기자] 무려 1년이라는 긴 여정이었다. 최근 지상파 드라마에서 찾아보기 힘든 30%의 시청률을 상회하며 많은 사랑을 받은 SBS '펜트하우스'에서 선과 악을 오가는 극한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 유진(41)은 인생작으로 불릴만큼 임팩트 강한 연기로 필모그래피에 큰 획을 그었다.

시즌3까지 이어지는 대장정은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더군다나 유진은 스스로 긴 촬영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고 터놓을 만큼 말이다. 그럼에도 떨어지지 않는 텐션으로 극중 오윤희를 그려낼 수 있었던 건, 강렬했던 드라마의 파급력과 시청자들의 열렬한 반응이 있기에 가능했다.

"솔직히 말하면 전 긴 드라마의 촬영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에요. 과거 50회에 이르는 드라마에서도 힘들다는 생각을 했는데, '펜트하우스'에서는 그런걸 느끼지 못했어요. 물롱 감정의 극과 극을 오가는 캐릭터와 작품이다보니 쉽진 않았지만, 그만큼 드라마에 열정이 가득했고 무엇보다 성과에 대한 성취감이 높아요. 어려운 숙제를 끝마친 기분이에요."

유진이 맡은 인물 오윤희는 그녀의 말대로 극과 극의 감정선을 오간다. 시즌1부터 3에 이르기까지 사람을 죽인 살인자에서부터 홀로 딸을 키우는 엄마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실제로도 두 아이의 엄마인 유진이 바라보는 오윤희는 어땠을까. 또 캐릭터과 현실 엄마 사이에서 괴리감은 없었을지 궁금했다.

"오윤희가 딸을 가진 엄마로서 좋은 모성애의 표본은 분명 아니지만, 분명한건 결국은 엄마라는 점이예요. 일그러진 모습 속에서도 딸을 사랑하는 마음 만큼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모든 걸 쏟아내는 촬영이 끝날때면 다시 엄마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던 것 같아요. 사실 연기를 하며 희열을 느끼기도 했고 속시원했죠.(웃음)."

극 막바지 오윤희는 죽음을 맞이하는 충격적 엔딩을 선사했다. 권선징악의 전형적인 해피엔딩을 바라는 시청자들도 많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유진은 "예상했거나 기대했던 결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작가님의 선택이었고, 극의 흐름에 맞춰서 나온 결말이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돌아보기도 했다.

세 시즌을 걸친 드라마였던 만큼 '펜트하우스'는 수많은 명장면들이 있었다. 실제로 유튜브 등 다양한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편집된 명장면들이 널리 퍼졌고, 온라인에서 뜨겁게 회자된 터. 유진이 가장 기억에 남는 '펜트하우스' 속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시즌1에 있었던 부동산 속 오윤희의 신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파트를 팔기 위해 매매 도장을 찍으려는 순간 재개발이 확정된 뉴스를 보고 손을 놓는 장면이었죠. 직접 방송으로 보니 편집도 재밌었고, 화면 자체가 쫄깃한 긴장감이 있더라고요. 마지막에 환희에 차서 기뻐할할때는 시청자 분들도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특히 남편 기태영의 경우 배우라는 공통된 직업을 가지고 있는 만큼 옆에서 조력자 역할을 해줬다고. 유진은 "확실히 객관적으로 봐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빈말이 아니다. 드라마를 보고 분석해서 필요한 말도 해주고 위로도 해주면서 연기력도 실제로 나아지더라"며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것 같다"고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유진은 자신의 인생작이라고 불릴만한 '펜트하우스'라는 숙제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지난 2015년 방송된 KBS 2TV '부탁해요 엄마' 이후 5년이라는 적지 않은 공백기 또한 작품 선택 이전에 그녀에겐 부담이었는지도 모른다.

"의식하지 못했는데 작품을 하지 않았던 기간이 생각보다 길었어요. 저 또한 '펜트하우스'를 망설이다가 결정한 작품이고요. 결국 고민 끝에 도전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고 후회는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오윤희라는 인물을 얼마나 이끌어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열심히 했고 즐거웠죠. 캐릭터를 거울삼아 저 또한 친구 같은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아직은 욱하는 엄마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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