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디슈'서 북 대사관 태준기 열연

김윤석·조인성·허준호와 호흡 설렘

배우 겸 연출자, 에너지 원천은 궁금증

배우 구교환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영화 '꿈의 제인'(2016), '메기'(2018) 등으로 '독립영화계 아이돌'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은 배우 구교환(39)은 더 이상 대중들에게 낯선 배우가 아니다. 지난해 여름 '반도'의 서대위로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더니 올해엔 류승완 감독의 영화 '모가디슈'로 또 한 번 여름 텐트폴 영화의 주역으로 나섰다. 구교환은 "영화가 완성되는 순간은 관객과 만났을 때다. 매일 특별한 요즘"이라며 설렘을 드러냈다.

영화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 영화로, 1991년 소말리아 내전으로 수도 모가디슈에 고립된 남북대사관 공관원들의 탈출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지난 달 28일 개봉 이후 올해 한국영화 최초로 누적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고, 200만 고지를 향해 압도적인 흥행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주 소말리아 북한 대사관 참사관 태준기를 연기한 구교환은 탄탄한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으로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태준기는 북한 대사관의 안전을 가장 우선적으로 하는 인물이에요. 공작활동도 했던 것 같고요. 그 안에서 좀 변칙적인 게 있다면 장난을 좋아하는데 본인만 재밌는 장난이에요. 그리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끊임없이 의심해요. 연기하면서도 '좀만 편하게 살지' 그런 생각도 들었죠. 어느 정도 의뭉스러운 모습의 태준기를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싶었어요."

구교환이 맡은 태준기는 호전적이고 충직한 참사관으로 림용수(허준호) 대사와 함께 북한 대사관의 대외 외교를 주도하고 모가디슈 주민들과도 끈끈한 관계를 이어간다. 그러던 중 내전 발발 이후 북한 공관이 습격을 당하면서 살아남기 위해 대한민국 공관에 들어가지만, 긴장과 의심의 끈을 놓지 않는다.

"태준기는 오래 훈련받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트레이닝한 사람의 근성이 드러날 수 있도록 실제로 체력 훈련을 많이 했어요. 촬영 4개월 간 동료 배우들이랑 매일 새벽 달리기를 하기도 했죠. 원래 달리기를 좋아하는데 모로코 해변 분위기가 좋아서 매일 루틴처럼 열심히 할 수 있었어요. 훈련받은 게 겉으로 드러나진 않아도 스스로 체력적인 자신감이 있다면 태준기의 무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모가디슈' 속 선명한 캐릭터들과 스케일을 가장 크게 보여주는 요소는 아프리카 모로코 100% 올로케이션 촬영으로 완성한 이국적인 배경이었다. 제작진은 작열하는 태양, 흙먼지 하나까지 세심하게 구현하기 위해 장장 4개월 간의 아프리카 로케이션 헌팅 과정을 거쳤고, 여행금지 국가 소말리아와 가장 흡사한 환경의 모로코의 도시 에사우이라를 최종 촬영지로 택했다. 특히 영화 후반부 펼쳐지는 역동적인 카체이싱 액션은 '모가디슈'의 하이라이트다. 구교환은 해당 장면을 위해 출국 직전 운전 면허까지 취득했다.

"오토바이 면허가 있어서 그동안 면허를 따지 않았었어요. 오토바이를 좋아하거든요. 촬영을 위해서 면허를 땄지만 초보운전이라 현지 공터에서 매일 연습했어요. 실제 촬영 때는 같은 차에 탄 허준호 선배님이 팁을 많이 주셨죠. 운전을 잘하셔서 드라이빙 멘토셨어요. 위기 상황에서 기어 넣는 법, 핸들을 돌릴 때 모션 같은 걸 많이 짚어주셨고요. 아무래도 초보라 공포스럽기도 했는데 선배님이 믿어주셔서 힘이 됐어요."

구교환에게 '모가디슈'는 새로운 도전으로 가득한 작품이었다. 100% 해외 올로케이션, 생애 첫 운전도 새로운 경험이었지만 무엇보다 배우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류승완 감독 등 대선배들과 함께한 매순간은 배울 것들로 가득했다. 그는 "부담감보다 기쁨과 환희 그 자체였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분들과 앙상블을 맞출 수 있다면 어느 배우라도 기쁠 거예요. 선배님들은 제가 완벽한 태준기를 만들 수 있도록 반응할 수 있는 요소들을 만들어주셨어요. 세 분의 오묘한 시선이 저한테 오면 제가 태준기가 되곤 했죠. 작품에서만 봤던 선배님들의 에너지가 현장에서 훨씬 강했기 때문에 기대 이상의 행복한 감정을 느끼면서 촬영했어요."

특히 류승완 감독과의 인연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구교환이 참여한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 '오늘 영화'를 본 류승완 감독이 코멘트를 남겼고, 이후 '모가디슈'로 또 한 번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배우이자 감독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구교환에게 류승완은 닮고 싶은 선배다.

"류승완 감독님은 독립영화에 관심이 많은 분이에요. 웬만한 영화들을 챙겨보시는데 제가 출연한 독립영화들을 보셨던 것 같아요. 제가 감독님에 대해 아는 것만큼 제 영화를 알고 계셨어요. 그래서 태준기 캐릭터의 기질을 만들 때 저를 떠올리셨던 것 같아요. 사실 저는 감독님의 오랜 팬이에요. 고등학교 3학년 때 감독님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라는 영화를 봤어요. 4개의 단편으로 이뤄진 장편인데 그렇게 에너지 가득한 영화는 처음이었죠. 그때부터 영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과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생겼어요. 저한테는 정말 좋은 선배님이고,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올 여름 '모가디슈'로 확실하게 대세 반열에 오른 구교환은 하반기에도 달린다. 최근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의 아이다간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오는 8월 27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D.P.'로 다시 한번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난다. 그는 쉼 없는 에너지의 원천으로 '궁금증'을 꼽으며 배우이자 연출자로 활발한 활동을 약속했다.

"가깝게는 단편영화 한 편을 준비 중이에요. 긴 이야기로는 광고회사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번 써봤어요. 오피스물인데 오피스에 거의 없는 이야기에요.(웃음) 꼭 영상화해보고 싶어요. 연기도 하고 연출도 하면서 변하지 않는 한가지는 궁금증이에요. 제가 궁금한 이야기여야 돼요. '내가 보고 싶은 건가?', '내가 관객으로 앉아있을 때도 궁금할까?' 이런 질문을 해요. 항상 인물이나 이야기에 대해서 답을 내린다는 게 굉장히 조심스러워요. 이야기가 의도를 갖고 있긴 해도 결국 그 이야기의 주인은 관객이거든요. 제가 정의해버리면 관객의 감상을 해친다고 생각해요. 연기도 그런 마음으로 다가가고 있어요. 예를 들면 넷플릭스 '나의 문어선생님'의 문어처럼요, 설명이나 대사 없이도 감정을 움직이게 하는 캐릭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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