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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상호 작가가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CJ ENM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바야흐로 콘텐츠의 시대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Over The Top), SNS가 발달하면서 TV가 아니어도 볼거리는 넘쳐나고 사람들은 원하는 콘텐츠를 보기 위해 유료 결제도 마다하지 않는다. 팬데믹 이후 이 같은 흐름은 더욱 거세졌다. 이에 최근의 창작자들은 한껏 늘어난 경쟁자들 사이에서 최적화된 플랫폼을 고심하면서 뉴미디어 시대 생존법을 찾고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엔터테인먼트 환경에 가장 유연하게 맞서고 있는 창작자를 꼽으라면 단연 연상호가 아닐까. 앞서 '서울역', '부산행', '반도' 등을 통해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비주얼마스터로 활약한 연상호(43) 감독이 이번엔 작가로 돌아왔다. 영화 '방법: 재차의'(감독 김용완)다.

7월 28일 개봉하는 '방법: 재차의'는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에 의한 연쇄살인사건을 막기 위해 미스터리의 실체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연상호 작가는 tvN '방법'에 이어 '방법: 재차의'의 각본을 맡았다. "창작자로서 영화를 만드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고 대중들 앞에 선보이고 소통하는 것까지가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다 만들고도 개봉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선보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매일이에요. 앞으로 나오는 '방법'의 세계관에서도 '방법: 재차의'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재생산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해요."

드라마 '방법'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확장한 영화 '방법: 재차의'는 한국 샤머니즘과 오컬트를 접목한 신선함으로 호평받았던 ‘방법’ 세계관에 한국 전통 설화 속에 등장하는 요괴,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라는 소재를 더해 더욱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 연 작가는 일본의 '도장절' 문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일본에 '도장절'이란 문화가 있대요. 회사 결재서류 위에 도장 찍는 칸이 있고 말단직원부터 도장을 찍는데, 고개 숙이고 절하는 느낌으로 찍는다는 거예요. 처음엔 90도로 눕혀서 찍다가, 최종 결재자는 똑바로 선 모양으로 찍는다는 것이죠. 어디선가 이 얘기를 듣고 너무 재밌어서 한국의 조직사회란 어떤가 생각해보게 됐어요. '왜 우리는 조직에 충성하나', '맹목적인 충성은 아닌가' 싶어서요. 만약 어떤 원한을 가진 사람이 연쇄살인을 하는데 이걸 막을 방법이 제일 윗사람의 사과라면, 그의 사과는 과연 부하들을 위한 사과일까. 만약 끝까지 사과하지 않고 부하를 희생양으로 삼는다면 위계사회의 균열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그 과정에서 밑에 사람들이 느끼는 조직에 대한 배신감, 그런 걸 '방법: 재차의'를 통해 장르적으로 녹여보고 싶었어요."
드라마보다 한층 확장된 세계관과 업그레이드된 캐릭터를 갖춘 '방법: 재차의'의 가장 큰 매력은 클리셰를 깬 캐릭터들이다. 특히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루는 배우 엄지원과 정지소는 드라마에 이어 같은 인물을 연기하는데, 한층 진취적인 에너지로 역동적인 시너지를 펼쳐보인다. 연 작가는 두 사람을 향한 각별한 믿음을 표현했다.

"임진희 기자 역은 처음부터 엄지원 씨가 1순위였어요. 엄지원 씨의 '스카우트'라는 영화를 정말 재밌게 봤고, 그간 선택해온 작품들을 보면 폭이 굉장히 넓어요. 모험심이 많은 배우라고 느꼈죠. 정지소 씨가 맡은 방법사 백소진 역할은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김용완 감독님이 미팅을 많이 하셨는데 '기생충'에 나온 정지소 어떠냐고 하시더라고요. 나중에 결과물을 보니 다른 백소진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연기했더라고요. 정지소씨가 백소진을 완성했다고 생각해요."

배우들 외에도 '방법: 재차의'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재차의'다. 연 작가는 ‘방법’과 ‘방법사’ 등 드라마 '방법'의 주요한 세계관과 캐릭터를 그대로 이어가면서 ‘재차의’라는 신선한 소재를 접목시켰다. 조선 중기의 고서 '용재총화'에 등장하는 ‘재차의’(在此矣)는 손과 발이 검은색이고 움직임은 부자연스럽지만 사람의 말을 그대로 할 줄 안다고 전해지는 한국 전통 설화 속 요괴의 일종이다. 기존의 좀비보다 더 세고, 더 빠르고, 더 영리한 '재차의'는 K-좀비의 진화 그 자체다.

"예전에 친한 소설 작가님이랑 소주 한잔하는데 '재차의라고 아세요?' 물어보시더라고요. 처음 듣고 신기해서 나중에 자세히 찾아보니까 정말 독특해요. 좀비, 강시같기도 하고요. 한국의 요괴나 귀신 중에 이렇게 많은 판타지 소재가 있구나 싶어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됐어요. '재차의'를 디자인하는 과정에 공을 많이 들였는데요, '강시선생'이라는 영화를 보면 얼어붙은 시체가 팔을 앞으로 올리고 뛰는 동작이 나오잖아요. 강시 움직임을 처음 디자인한 사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저 움직임을 만들면서 두려움은 없었을까 생각해봤어요.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강시'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동작이잖아요. 우스꽝스러움과 유니크함은 종이 한장 차이라고 봐요. 그게 두려우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없죠. 함께 작업한 안무가나 스태프분들께도 '강시를 디자인한 모험심으로 시도해준다면 해볼만하다'고 말씀드렸었고, 만족스러운 '재차의'가 탄생해서 좋아요."
연 작가를 향한 영화계의 신뢰는 두텁다. 그는 의문의 바이러스가 퍼진 재난 상황을 실감 나게 표현한 애니메이션 '서울역', 전 세계적으로 K-좀비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1156만 관객을 동원한 '부산행', '부산행' 이후 4년,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려낸 '반도'를 관통하는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를 구축, 많은 영화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상상력의 원천에 대해 많이 물어보시는데 영화 관람객으로서 저는 어떤 사람이었나 그런 생각을 자주 해요. 어릴 때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홍콩영화에 열광했던 모습을 회상하기도 하고,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파는 '오싹오싹 공포' 같은 괴담집 같은 걸 재밌게 봤던 기억, 그런 걸 복기해보곤 해요. 그런 게 다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거든요. 가끔 '일 너무 많이 한다'고들 하시는데 쉬는 날도 많아요. 영화라는 게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는 게 아니라서 항상 시간이 남거든요. 요즘엔 건담 만들기, 피규어 색칠에 푹 빠져 있어요. 제 개인 작업실에 와보신 분들은 '건담을 이렇게 만들 시간에 작품을 한편 더 쓰라'고 하실 정도죠.(웃음)"
올 여름 '방법: 재차의'를 선보인 연 작가는 올해도 달린다. 넷플릭스 '지옥', '방법: 재차의'의 속편 등 차기작이 줄줄이 대기 중인데 장르도 매체도 다양하다. 타깃 연령층부터 성격까지 완전히 다른 플랫폼에 유연하게 기획한다는 건 창작자 입장에서 엄청난 부담이다. 그럼에도 꾸준히 각각의 플랫폼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도전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공포심 때문"이라고 답했다.

"제가 96학번 서양학과 출신인데 졸업 시즌에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어요. 주변에 만화 그리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군대 갔다오니까 만화책이 다 없어진 거예요. 졸업하고 만화책으로 데뷔할 날만 기다렸는데 취업할 직장이 없어진 것이죠. 이후에 웹툰이라는 게 나올 때까지 한 5년이 넘는 공백이 있었어요. 그때 친구들과 함께 느꼈던 공포가 깊게 자리잡고 있어요. 제가 2016년에 '부산행'을 하고 기존 영화 시스템 내에서 먹고 살만해졌다고 생각할 때쯤 뭔가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갑자기 다른 시대로 가고 있는 느낌이요. 잠깐 멍하니 있다보면 아예 상상도 못하는 시스템의 재편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변해가는 플랫폼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뻗어나가고 있어요. 앞으로의 영화, 드라마 산업이 어떻게 변화할지 상상조차 안 가는 면이 있어요. 어떤 게 정답인지도 알 수 없는 시대라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지 않으면 답을 찾기 힘들다는 절박함이 몇년 전부터 작동 중이에요. 산업이 허락하는 내에서 많은 시도를 해보자는 게 제 창작의 기조입니다."

인터뷰 말미에는 '방법: 재차의'를 만날 예비 관객들에게 진심 담긴 메시지를 전했다. "최근에 놀란 건 저희 애가 7살인데 강시를 알더라고요. 어떻게 아냐고 했더니 만화 '신비아파트'에 나온대요. 제가 어릴 때 봤던 강시가 요새 아이들의 문화에도 있는 거예요. '방법: 재차의'는 그런 류의 문화에서 10대들부터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어릴 때 영화에 나오는 강시 흉내내면서 놀았듯이, 재차의도 비슷하게 소비됐으면 해요. 제가 만든 작품 중에서는 가장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이닝한 영화이니까 가볍게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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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21/07/27 07: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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