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부당거래'(2010)부터 '베를린'(2013), '베테랑'(2015)까지. 매번 뜨거운 이야기와 강렬한 캐릭터를 담은 작품으로 영화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자랑하는 류승완 감독이 여름 블록버스터로 돌아왔다. 이번에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소말리아다. 생사가 오가는 내전 한 가운데를 파고들어 러닝타임 내내 함께 뛰는듯한 영화적 체험을 안긴다. 영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다.

대한민국이 UN가입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시기,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는 내전이 벌어진다. 통신마저 끊긴 상황 속에서 고립된 대한민국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은 빗발치는 포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북한 대사관 일행이 문을 두드리면서 도움을 요청한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으로 수도 모가디슈에 고립된 남북대사관 공관원들의 탈출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이 실화가 '모가디슈'의 힘이다. 이미 그 자체로 극적인 줄거리를 뼈대로 삼고, 끝없는 내전과 테러로 인해 여행금지국가로 지정된 소말리아의 1991년 시대적 상황을 생동감 넘치는 화면으로 엮었다.

특히 초반부터 빠른 호흡을 바탕으로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숨가쁘게 펼쳐지는데, 하이라이트는 후반부 카체이싱 액션신이다. 범상치 않은 비주얼의 자동차와 역동적인 탈출 액션 등이 동원된 이 장면은 극장을 단숨에 소말리아 한복판으로 바꿔놓는다. 여기에 모로코의 황량한 도로, 시야를 덮는 희뿌연 흙먼지,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 등 회화적인 색채의 영상이 긴박한 현실과 대비돼 극적인 감상을 안긴다.

웅장한 스케일의 액션, 영상미 뿐만 아니라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갖춘 드라마도 빛난다. 영화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 사선에서 짙어지는 동료애와 우정, 의리 등을 충실히 담아낸다. 동시에 특정 인물만 영웅처럼 표현하기보다, 등장인물 한사람 한사람에게 고루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면서 결국 모두가 주인공인 영화로 만들었다.

이를 가능케 한 원동력은 당연하게도 배우들의 힘이다. 주 소말리아 한국 대사 한신성을 연기한 배우 김윤석은 내전 속 탈출을 이끄는 외교부 공무원의 두려움과 책임감을 밀도 높은 연기로 그려냈다. 안기부 출신의 강대진 참사관 역을 맡은 조인성 역시 침착하면서도 재치 넘치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해 좋은 합을 보여줬다. 이 밖에도 각각 북한 대사 림용수, 태준기 참사관을 연기한 배우 허준호와 구교환을 비롯해 김소진, 정만식, 김재화, 박경혜 등의 열연은 이 영화에 사실감을 더한 일등공신이다.

무엇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힘은 마지막까지 담백한 시선을 유지한 류승완 감독의 연출 덕분이다. 극적인 드라마에 배우들의 호연, 스펙터클한 볼거리까지 갖췄다. 무더운 여름, 블록버스터의 계절을 장식할 영화로 부족함이 없다. 오는 7월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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