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tvN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빈센조'부터 '모범택시'까지. 안방극장에서 악을 악으로 응징하는 다크히어로들이 묘한 카타르시스를 안기면서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주연배우들 역시 지적인 카리스마에 섹시한 비주얼까지 갖춘 캐릭터로 또 한 번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 이제훈X이솜 '모범택시'

먼저 지난 9일 첫 방송을 시작한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연출 박준우/극본 오상호/제작 스튜디오S, 그룹에이트)가 심상치 않은 인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 2회에서는 어린아이에게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을 받은 희대의 성범죄자 조도철(조현우)과 지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폭행, 감금, 노동착취 등 인권을 유린한 젓갈공장 노예사건을 다루며 강렬한 포문을 열었다. 오는 3회 방송에서는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한 에피소드가 예고돼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기대포인트라면 배우들의 새로운 얼굴을 보는 재미를 꼽을 수 있다. 데뷔 이후 첫 액션 장르에 도전한 이제훈과 이솜, 김의성, 표예진, 차지연 등이 탄탄한 연기력으로 선 굵은 캐릭터들을 무리없이 소화하며 좋은 반응을 모으고 있다. 또 악의 무리를 벌하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이들의 쫀쫀한 호흡은 매회 속 시원한 전개를 이끌고 있다.

시청자들도 뜨겁게 반응했다. ‘모범택시’는 지난 9일 첫 회부터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했다. 특히 2회는 순간 최고 시청률 16.4%를 기록하며 토요일 방영 미니시리즈 중 1위를 기록했다.(닐슨 코리아 제공, 수도권 기준)

◆ 송중기X전여빈 '빈센조'

tvN ‘빈센조’(연출 김희원, 극본 박재범, 기획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로고스필름) 역시 매회 예측을 빗나가는 전개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방송에서는 빌런 장준우(옥택연)와 최명희(김여진)가 빈센조(송중기)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기 위해 친모 오경자(윤복인)를 해치는 과정이 그려졌다. 빈센조는 싸늘한 주검이 된 어머니를 마주한 후 차갑게 돌변했다. 이제껏 본 적 없었던 살기가 빈센조를 감쌌다. 그는 범인을 잡아 살벌한 응징을 가한 뒤 살해를 사주한 빌런들을 찾아갔다. 감정 없는 눈빛으로 총을 든 빈센조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빈센조의 처절한 복수에 시청률은 최고 12.8%(유료플랫폼 수도권 기준)까지 치솟았고, 1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전 연령층에서 케이블과 종편을 포함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TV 화제성 분석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4월 2주차 화제성 지수(4월 5일부터 4월 11일까지)에서도 드라마 TV 화제성 부문 33.06%의 점유율로 1위에 등극했고, 송중기, 전여빈, 옥택연은 각각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 1, 2, 6위를 자치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컴퓨터 그래픽이 실어나르는 만화적인 슈퍼히어로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리얼리티를 담은 다크히어로는 분명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들은 현대판 노예, 장애인 착취, 학교폭력 등 잔혹한 현실과 도시범죄에 철퇴를 가하고 권력집단을 마구 꾸짖으면서 대리만족의 쾌감을 안긴다. 사이다 같은 활약상 뿐만 아니라 캐릭터 고유의 매력도 흥행 비결이다. 평범한 사람이 왜 다크히어로로 거듭났는지, 숨겨진 사연이 베일을 벗으면 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워진다. 비극적인 사건을 겪고 악에 맞서는 분노를 키운 주인공의 서사는 단숨에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다만 과하게 자극적인 연출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모범택시'는 첫 방송부터 지적장애 여성에 대한 노동 착취, 성폭행 등의 범죄가 적나라하게 그려지면서 가학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물론 악당들이 악랄할수록 복수 이후의 카타르시스는 커진다. 하지만 아무리 19세 이상 관람가를 붙였더라도 대중들이 폭력적인 묘사에 익숙해질 필요는 없다. 경쟁하듯 폭력 수위를 높이는 연출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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