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 ENM, 티빙(TVING)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과거 일련의 사건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남자가 있다.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이다. 고통을 견디며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가던 그는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다.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라는 정보국의 명령이다. 하지만 서복을 노리는 여러 집단의 공격이 이어지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하고 기헌과 서복은 묘한 동행에 나선다.

영화 '서복'(감독 이용주)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을 극비리에 옮기는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 정보국 요원 기헌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건축학개론'(2012)의 흥행을 이끈 이용주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기헌과 영원한 시간에 갇힌 서복의 교감이라는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스펙터클한 볼거리로 감싼 블록버스터다. 동시에 인간의 존재론, 삶에 대한 성찰 등 진지한 화두를 던지는 만만치 않은 작품이기도 하다.

죽음을 앞두고 내일이 절실한 인간, 그리고 인간의 영생을 위해 만들어진 실험체 복제인간이 이 영화의 소재다. '서복'은 오프닝부터 유한한 삶에 대한 인류의 뿌리깊은 공포와 그 속에서 진정으로 추구해야할 삶의 방향에 대해 다룬다. 그러면서 생각할 거리도 건넨다. 우리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죽음이 의외로 삶을 인간답고 의미있게 만들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나아가 끝이 정해져있는 인생, 그래서 더 가치있는 오늘을 잊고 사는 건 아닌지, 필사의 운명 속에서 인간다움을 유지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복제인간이라는 소재를 심도 있게 다룬 시도는 분명 돋보인다. 화려한 특수효과만 앞세우는 SF영화들 사이에서 선명한 주제의식을 토대로 기헌, 서복의 관계성을 깊이 있게 파고든 덕이다. 실제로 삶의 끝자락에 선 기헌, 존재의 상실감을 느끼는 서복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차츰 이해하고 변화하고 성장한다. 액션 판타지 SF 장르를 표방하는 '서복'이 서정적인 감상을 주는 이유다.

다만 묵직한 주제나 참신한 소재에 비해 정형화된 틀에서 미처 벗어나지 못한 전개는 다소 아쉽다. 그럼에도 '서복'을 추천한다면 배우들의 열연 때문일 것이다. 공유는 죽음을 앞둔 기헌의 예민하고 복잡한 내면을 세심하게 표현한 것은 물론, 시원시원한 액션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이야기를 힘있게 밀고나간다. 박보검의 변신도 눈여겨볼만하다. 그는 순진무구한 눈빛에서 서늘하게 돌변하는 순간을 촘촘히 쌓는가 하면 복제인간의 혼란, 불안 등 감정의 동요를 설득력있는 연기로 담아냈다. 박보검에겐 배우로서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서복'은 오는 4월 15일 극장과 티빙에서 동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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