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삼광빌라!'서 무명 트롯 가수 김확세 연기

김선영과 진한 '중년 로코' 그리며 사랑 받아

아내 소이현, 좋은 에너지 주는 나의 분신

배우 인교진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에이치앤드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전원일기' 개똥이로 데뷔했는데 20년 만에 또 다시 가족 드라마인 '오! 삼광빌라!'로 많은 사랑을 받게 됐네요. 진심으로 영광이고 기념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3월 7일 종영한 KBS 2TV ‘오! 삼광빌라!’(극본 윤경아/ 연출 홍석구)는 다양한 사연을 안고 삼광빌라에 모여들었으나, 이곳 터줏대감 순정(전인화)의 '집밥' 냄새에 눌러 앉게 된 사람들이 서로에게 정들어 가는 과정을 그린 가족 드라마다. 배우 인교진(40)은 무명 트로트 가수 김확세를 연기하며 밝고 능청스러운 매력으로 인기를 이끌었다.

"처음 인물관계도만 봤을 땐 좀 막연한 느낌이 있었어요. 또 그렇다고 엄청 생소하지도 않았어요. 저희 아버지가 트롯을 굉장히 사랑하시고 앨범도 내셨기 때문에(웃음) 그래서 제게 출연 제안을 해주셨나 했죠. 저도 트롯을 좋아하긴 하지만 제대로 불러본 적은 없었는데 트롯 특유의 '뽕필'이 연기인데도 즐겁더라고요. 노래 실력이 부족한 대신 의상, 제스처, 말투에 최대한 끼를 넣어서 재밌게 표현했고 실제로 연기하면서 많이 즐겼어요. 아내 소이현 씨가 '딱 오빤데?'라고 할 만큼 성격은 저랑 비슷하게 표현된 것 같아요."

김확세는 7080 밤무대 가수로, 일이 없을 땐 온갖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간다.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이만정(김선영)은 엘리트 내과 의사다. 그를 좋아하게 된 김확세는 현실적인 여건 차이를 비관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꿈을 응원해주는 이만정과 사랑을 키워간다. 현실의 장벽을 뚫고 알콩달콩하게 인연을 이어간 두 사람은 캐릭터의 이름에서 한글자씩 따온 '만세커플'로 불리며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김확세는 내세울 만한 것도 없고 사랑받아본 적도 없어서 소심하고 감정 표현도 서툰 사람이에요. 반면에 이만정은 자기 표현이 자유롭고 어필도 강하게 하는 스타일이죠. 김확세는 이만정의 그런 면을 동경하고 사랑했을 거예요. 제가 평소에 집에서 아내에게 하는 모습들이 반영되긴 했어요. 저도 아내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아서 인생이 달라졌거든요. 그래서 김확세를 연기하는 데 이질감이 없었어요."

'오! 삼광빌라!'는 2050 전 세대의 사랑을 균형감 있게 그려내며 마지막까지 "마음껏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달달한 로맨스를 보여준 ‘코뭉커플’ 이장우와 진기주부터 미련이 흘러 넘치는 ‘중년멜로코’를 선보인 정보석과 진경, 뜨거운 사랑으로 현실의 벽을 극복한 ‘만세커플’ 김선영과 인교진, 서로를 이용하려다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한보름과 전성우, 그리고 풋풋한 사랑으로 설렘을 려운과 김시은까지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하나의 작품에 오롯이 담아내 큰 호응을 얻었다.

"시청자분들 반응 중에 '활활 타오르는 만세커플'이라는 댓글이 기억에 남아요. 중년의 사랑도 풋풋한 첫사랑만큼 목말라하시는구나 싶었죠. 가족드라마 안에서 중년의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어요. 무엇보다 김확세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는 삼촌이라서 엔돌핀 같은 캐릭터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애정신은 나이가 좀 있는 커플이니까 막힘없이 후련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김선영 선배님이 워낙 표현을 잘 하시니까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죠. 실제로도 호흡이 좋아서 '우리 키스 한번 할래요?' 이런 거침없는 돌직구 대사도 시원하게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김확세 못지않게 인교진 역시 연예계 소문난 '사랑꾼'이다. 2014년 배우 소이현과 결혼한 그는 최근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이하 '동상이몽2'), '집사부일체' 등에 출연해 아내를 향한 애정을 과시하며 '결혼 장려 부부'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소이현 씨는 저한테는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에요. 제 분신이랑 사는 느낌이랄까요. 아내 숨소리 하나에도 좋은 영향을 받아요. 결혼 후에 정말 긍정적인 기운을 많이 받아서 제 삶은 지금도 달라지는 중이에요. 옛날부터 어른들이 '진짜 결혼 잘해야 된다, 사람은 사람 만나기 나름이야'라고 하시잖아요, 제가 정말 100% 공감해요. 실제로 저도 결혼 이후에 더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잖아요. 아내 덕분이고 항상 감사해요."

2000년 MBC 29기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입문한 인교진은 드라마 '전원일기', '선녀와 사기꾼', '선덕여왕', '미쓰 아줌마', '로맨스가 필요해2', '마의', '구암 허준', '천국의 눈물', '미녀의 탄생', '여자를 울려', '백희가 돌아왔다', '완벽한 아내', '저글러스', '시간이 멈추는 그때', '나의 나라'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특히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방점을 찍은 프로그램이라면 단연 '동상이몽2'를 꼽을 수 있다.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예능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은 셈. 인교진은 "인생의 큰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제가 사실 연기자로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어요. 근데 '동상이몽2'에서 제 일상생활을 공개했고,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신 덕에 연기할 때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어요. 행복한 부부의 좋은 예로 많이 언급되지만 사실 저희도 서로 많이 노력해요. 다른 부부들처럼 싸우고 힘들 때도 있는데 다툼 자체를 아주 짧게 하고 얼른 화해하는 편이에요. '내가 잘못한 게 없어도 일단 사과하고 내 의견을 굽혀보자'는 생각이고요. 감정이 격해지면 마음에도 없는 소리해서 상처주니까요. 갈등의 시간을 길게 끌지 않는 게 저희 부부가 잘 살아가는 비결이라면 비결이겠네요."

결혼 이후 찾아온 전성기는 인교진에게 더 많은 고민을 안기기도 했다. 재밌고 행복한 가족극인 '오! 삼광빌라!'가 눈에 들어온 이유도 결국은 가족이었다. 무럭무럭 커가는 두 딸들과 함께 볼 작품이라는 생각에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조금씩 달라진다고. 동시에 더 많은 도전 의지도 생겨난다고 했다. 인교진은 '오! 삼광빌라!'에서 보여준 유쾌하고 코믹한 캐릭터는 물론,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까지 폭넓게 도전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오랜 기간 동안 선택을 하는 위치의 배우는 아니었어요. 그나마 어디든 무던히 녹아드는 게 장점이라서 연기할 기회가 주어지면 어떻게든 제 것으로 만들기 바빴던 것 같아요. 항상 그런 기회 하나하나가 아쉽고 소중했죠.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되게 욕심꾸러기라 어떤 작품이든 잘 해낼 자신이 있어요. 앞으로도 제게 주어진 것이라면 누구보다 완벽하게 해내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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