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중기 /사진=하이스토리디엔씨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그 어떤 스타 커플의 결혼과 이혼보다 더 큰 관심을 받았기에 세기의 결혼이라 불렸던 송중기의 결별을 향한 관심은 여전하지만, 이혼 이후 처음으로 대작 영화 '승리호'와 드라마 '빈센조'를 연달아 내놓으며 대중 앞에 선 그는 오롯이 작품으로만 소통하고 싶은 기색을 내비쳤다.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승리호'는 국내에서 제작된 첫 우주SF장르인데다 240억의 대규모 제작비와 '늑대소년' 조성희 감독과 송중기의 두 번째 만남 등으로 제작 당시부터 큰 화제 속에 만들어졌고 지난해 여름 개봉을 예정했으나 코로나 19로 인해 최종 넷플릭스행을 결정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선보인 작품이기에 그만큼 애착과 자부심 또한 비례해서 큰 듯 보였다.

제작진들의 맘고생을 상쇄시켜주기라도 하듯 자난달 5일 전세계 190개국에서 동시 공개된 영화 '승리호'는 개봉직후 전세계 넷플릭스 영화 중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국내 영화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우주의 놀라운 시각적 구현, 다국적 언어가 동시 다발로 구현되는 기발한 아이디어, 세계 어디에서나 통할 수 있는 보편적인 스토리라인 등으로 '승리호'는 국내를 뛰어넘는 해외에서도 찬사를 받았다.

오랜만에 매체 인터뷰에 나선 송중기는 사생활 영역에 대해서는 가급적 언급을 자제하려고 했지만, 대중들과 하루 빨리 소통하고 싶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9년 전 '늑대소년' 인터뷰 당시에도, 4년 전 '군함도' 인터뷰 때도 그는 늘 하고 싶은 말은 내뱉고야 마는 사람이었고, 남들이 볼 때 쉽지 않아 보이는 도전일지언정 안주보다는 도전을 향해 한 발 내딛는 배우였다. 이날 인터뷰 끝에 그가 한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은 말은 "기본적으로 사람은 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였는데, 그가 택할 앞으로의 작품들에 기대감과 신뢰를 동시에 품게 되는 이유는 매번 그에게서 드러나는 외골수 같은 고집 때문이다.

"조성희 감독님과 '늑대소년'이후 다시 만나게 됐어요. 한 번 같이 했던 감독님들과 다시 만나는 건 처음 작업을 하는 것보다 훨씬 설레고 좋은 일이에요. '아스달 연대기'의 김원석 감독님도 마찬가지였죠. 이번 작품의 선택도 전적으로 조성희 감독 때문이었고 첫 작업보다 훨씬 재미 있고 신뢰 속에 소통도 많이 한 작업이었어요. 많은 걸 쏟아 부었죠. '늑대소년' 때 저는 너무 신인 배우였고 감독님도 초보 감독님이었죠. 서로에 대해 전혀 몰랐고 '승리호'를 통해 다시 불러 줬을 때 이제야 진짜 만난 것 같아요. '늑대소년'이후 저를 '승리호'에 선택해주셨을 때 이번이야말로 진정한 만남 같은 느낌이었죠. 저를 오래 지켜봐오시면서 태호와 매칭시켜주신 것 같아요. 조성희 감독과는 진심이 통한다고 할까요, 결이 맞고 생각이 맞아요. 그런 부분에서 오는 시너지가 분명 있어요.. 뭔가 좀 낯뜨겁기는 한데 조 감독과는 통하는 서로 아는 진심이 있어요."

‘승리호’는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 중 송중기는 UTS 기동대의 에이스지만 어느 날 순이라는 갓난아기를 구출해 키우던 중 한 순간 모든 지위와 재산을 박탈 당한 채 거리로 내몰린다. 우주 쓰레기 충돌 사고로 순이를 잃은 후 순이의 시신을 구하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되버린 인물이다.

송중기가 '승리호'의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촬영 당시 제 마음과 태호의 마음이 '자포자기' 상태로 정체돼 있다는 점이 비슷했던 것 같다"고 밝혀 그가 말한 '자포자기'라는 강렬한 단어의 의미를 두고 각종 추측이 난무했고, 인터뷰에서도 그 말의 숨은 뜻을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송중기는 "말뜻 그대로였고 말씀드린 게 다였다. 제 말 그대로 태호라는 인물에 그 단어를 썼던 건 실제로 그랬고 당시 나와 비슷했기 때문에 말씀을 드린 부분이었다. 자세히 말씀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개인사라서 여백의 미를 남겨두고 싶다"며 말을 아꼈다.

"태호는 조성희 감독의 정서가 가장 많이 담긴 인물이죠. 조성희 감독을 실제 아시는 분이라면 느끼실 거에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당시는 '늑대소년'처럼 이름이 철수였어요. 조 감독님의 작품 속 캐릭터들은 결이 비슷해요. 속마음은 따뜻한 마음이 가득한데 표현 방법은 잘 모르죠. 태호 또한 큰 사건을 겪게 되며 마음이 닫혔지만, 승리호 크루들을 만나며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하나씩 알아가며 성장하는 인물이에요. 하지만 태호의 본질이 변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기본적으로 사람은 변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태호가 큰 사건을 겪으며 어떻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까, 대비를 보여줘야겠다고 콘셉트를 잡지 않았어요. 태호가 멋있고 샤프한 조종사였다면 제가 안끌렸을 거예요. 그런 역할은 낯간지러워요. 샤프하고 번쩍번쩍하는 최첨단 우주선아닌 청소우주선을 조정하는 조종사인데 구멍난 양말을 신고 얼굴에 땟자국까지 있는 태호. 딱 조성희 감독 영화 색이잖아요. 조성희 감독님은 토속적이지만 개성과 모험을 담는 걸 즐기는 유니크한 아티스트에요. 그런 지점도 잘 담아내려 했죠."

그가 '승리호' 출연을 과감히 결정하는데에는 조성희가 만드는 첫 우주SF영화라는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송중기의 설명을 빌자면 조성희 감독이 그의 출연 결정의 8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셈.

"마블이 득세하는 시대에 한국표 우주 영화를 만든다는 것에 고무되기도 했죠. 처음 대본 받았을 때는 씨지도 이미지도 없이 텍스트만 있었는데. 우주선에 한글로 승리호라 쓰여있고 태극기가 그려져 있었다는 텍스트를 보고 소름이 돋았어요. 저도 관객으로서 못봤던 그림이기에. 관객들도 좋아하시지 않을까 했죠. 제 지인 중 마블 시리즈를 너무 좋아하는 마니아가 있는데 그 분에게 '마블 영화를 사랑하는 한 명으로 보기에 여러 의미에서 잘 만든 것 같다'는 호평을 들으니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승리호'는 메인 캐릭터인 태호의 사연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승리호의 선장인 장 선장 역 김태리의 카리스마와 타이거 박 역 진선규의 거친 남성미와 코믹함, 인간 이상의 몫을 해내는 로봇 업동이 역 유해진의 활약이 극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큰 요인이다.

"진선규형은 익히 들어온 대로 진정성 넘치는 배우이자 사람이었어요. 뭔가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는데 다 포근히 안아줄 것 같은, 타이거 박과 싱크율이 높은 인물이죠. 확 다가갈수 있었어요 김태리를 안좋아하는 사람 없는것 같아요. 너무 러블리한 사람이고 그런 배우죠.. 굉장히 속이 꽉차 있는 것 같은 자신감 넘치고 배려심 깊은 친구죠. 유해진형은 제일 저에게 의외였던 분이세요. 처음 작품으로 만났어요. 굉장히 유쾌하시고 농담도 잘 하시고 밝은 모습만 봐왔기에 성격도 그러실 줄 알았는데 직접 만난 해진이 형은 굉장히 철학적인 사람이셨고 생각의 깊이가 깊은 분이었다. 이 세명의 배우들 모두 다 굉장히 여유 넘치고 배려심 깊은 사람들다. 서로 보이지 않는 배려 하면서 작업 했기에 훌륭한 관계가 형성됐어요."

'승리호'는 CG분량이 많은 영화인만큼 블루 스크린 앞 촬영이 큰 비중을 차지해 우주 공간이나 전투 장면 등을 상상에 의해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로서는 어려움도 존재했을 터. 촬영 기간 중 어려움을 묻자 도전 속 성취감이 더 컸다는 답이 돌아왔다.

"우주 유영 장면 등은 촬영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어요. 저도 카메라 뒤의 테크닉이 궁금했는데 우주 영화에서는 빛 반사나 조명이 굉장히 중요하더라고요. 특수 효과팀과 CG팀이 수고를 많이 했죠. 우주에서 유영하는 동작 등은 그 분들이 잘 연결시켜줘야 하니까요. 각 분야에서 리허설을 많이 하고 테스트도 많이 했어요. 배우들 뿐만 아니라 스태프들도 한국 영화 현장에서 처음 해보는 작업이 많기애 '그래비티'나 '애드 아스트라' '마션' 등 메이킹도 많이 참고 했어요. 결과적으로는 우리 방식대로 하는게 맞더라고요. 최근 다른 영화 현장에서 질문이 많이 들어와요."

'승리호'의 전 세계적인 인기도 국내 팬들을 설레게 하는 좋은 소식이지만, 특히 '어벤져스' 시리즈를 즐겨 보며 자란 마블 마니아 세대인 10~20대들의 호의적인 반응은 그와 제작진을 고무시키는 반가운 성과다. 스토리라인에 대해 신파가 섞였다며 비판하는 의견도 대두됐지만 오히려 우주SF영화를 할리우드 SF영화 1/20의 제작비로 국내 기술만으로 완성시켰다는 것에 대한 호반응이 더욱 대세다.

"저에게도 꽤 신선하게 다가 온 부분이에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CG도 이미지도 구현된 게 없이 A4용지에 텍스트만 적혀 있었는데 한국에서 만드는 우주영화였잖아요. 한글로 '승리호'라고 우주선에 쓰여있고 태극기 그려져 있다는 텍스트를 보고 소름이 돋았었죠. 저 또한 관객으로서 보지못했던 그림이기에 관객들도 좋아하시지 않을까하는 확신이 있었어요. 이런 점이 마블 영화에 익숙한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승리호의 특별한 지점이지 않을까요."

'승리호'의 공개 직후 송중기는 tvN 토일 드라마 '빈센조'에서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의 변호사 빈센조 까사노 역을 맡아 안방극장 시청자들과 새로운 만남을 시작했다. 미스테리와 코믹이 복합된 '빈센조'는 방영 2주만에 10%이상의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획득하며 화제작으로 급부상 중이다.

"'빈센조' 또한 굉장히 척박하고 절망적인 상황의 소시민들이 같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에요.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과 부대끼며 성장하는 작품을 자주 선택하게 되네요. 블랙 코미디 장르는 처음인데 재미있게 봐주시면 좋겠어요. '승리호', 그리고 '빈센조', 지난해 촬영한 '보고타'까지 작품들을 하면서 느끼는 건 좋은 사람들과 협업을 하면 시너지가 나고 또 경험이 확장되는 것 같아요. 왜 남들이 잘 시도 않는 도전적 작품만 택하느냐는 이야기도 종종 듣지만 매번 제가 했던 장르보다는 해보지 않았던 신선하고 새로운 도전에 더 끌리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제 마음이 끌리는 작품을 선택하고 함께 하는 사람들을 믿고 협업의 중요성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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