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런 온'서 기선겸 역 열연

배우 임시완 /사진=플럼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단순히 로맨틱 코미디로 분류하기에는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런 온'은 신선한 시도와 아기자기한 아이디어가 꽉 찬 근래 보기 드문 드라마였다.

평균 3%대 시청률 탓에 제작진이야 아쉬움도 컸겠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주위 여성 시청자들로부터 '런 온' 보는 재미로 코로나를 이기고 있다는 이야기들을 심심찮게 들었던 기억을 상기해본다면 꼭 생방송 시청이 아니어도 다양한 OTT를 이용해, 얼핏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있는 듯 보였지만 이내 달콤 스윗 자체로 한 발씩 걸어들어갔던 기선겸(임시완)과 자기애로 철저히 무장한 채 세상과 투쟁하려는 기세가 드셌지만 서서히 주변인들과 소통하며 세상과 화해를 해갔던 오미주(신세경)의 발랄 상큼한 로맨스에 빠져 보는 것도 마지막 남은 꽃샘 추위를 이기는 방법으로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다.

배우 임시완하면 여전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과 캐릭터 이름이 '미생'의 장그래이고, 대중들에게 제국의 아이들 임시완에서 '배우 임시완'으로 각인된 가장 큰 계기도 '미생'이 아닐 수 없다. 임시완이 2014년 당시 연기한 '미생'의 장그래는 100m를 전력질주하는 단거리 달리기 선수('런 온' 기선겸의 실제 직업)처럼 느껴졌었다. 순도 100%의 순수한 열심이 보였다고 할까. 20대 비정규직을 대변하는 것 같은 진심과 열정이 엿보였다.

영화 '변호인'과 '원라인', '불한당' 등 주옥 같은 작품들을 거쳐 2021년 시청자와 만난 '런 온'의 기선겸은 일견 엉뚱하고 한편으론 사회성도 부족해 보이는 세상 곱게 자란 엄친아 청년 같아 보이지만, 내면은 차돌 같은 단단함으로 채워져 있고 스포츠계 폭력 등 부정한 일에 대해서는 바늘끝 만큼의 타협도 용납하지 못하는 대쪽 같은 품성의 소유자다.

칸의 여왕으로 불리는 인기 영화배우 어머니와 3선 국회의원 아버지 아래 자랐고 투포환 선수 생활 중 어깨를 다쳐 단거리 달리기 선수로 전향해서 살아가고 있지만 내면에는 깊은 외로움을 가둬두고 지내지만, 어릴 적 부모님을 여의고 혼자 힘으로 영화 번역 작가가 된 오미주를 알게 된 후 세상 밖으로 서서히 나오기 시작한다.

기선겸을 담아낸 임시완 또한 장그래 시절과는 다른 여유와 자신감이 느껴진다. 더 크고 더 넓고 더 깊은 세상과 만나기 위한 또 다른 출발선에 설 준비를 마친 이처럼. 캐릭터를 통해 마라톤 선수와 단거리 달리기 선수를 두루 경험한 그는 앞으로 또 어떤 변신을 보여줄까. 다음은 임시완과 서면인터뷰로 나눈 일문일답.

- 선 굵은 작품들 위주의 필모그라피에서 처음에 가까운 로맨틱 코미디 작품이다. 출연 결정 이유는.

▲ ‘런 온’은 말맛이 살아있는 게 매력적이. 다대사가 입에 착 붙는 느낌이 좋았다. 또 ‘우리 인생의 주인공은 우리다’라는 작가님의 메시지도 좋았다. 이 부분이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께 잘 전달된 것 같다.

- 개봉 예정인 영화 '보스턴'에 이어 '런온'에서도 달리기 선수를 맡다. 극 중 뛰는 모습이 굉장히 가벼워 보여서 시청자들에게 달리기 욕구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달리는 장면들을 촬영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전문 코치들에게 배운 내용 중 특별한 점이 있나.

▲ '보스톤'에서 마라톤을 배우긴 했지만 스프린트와 기본 원리가 아예 정반대라 헷갈리기도 했다. 선수 역의 배우들과 함께 자세와 호흡법 등 기초부터 열심히 훈련하며 준비했다. 인터벌 훈련과 같이 강도 높은 장면들도 있었는데, 실제 선수와 가깝게 보이기 위해서 자세부터 사용하는 근육까지 꼼꼼하게 준비한 것 같다.

- 신세경 씨와 찰떡 호흡이 시청자로 하여금 연애 부심을 돋게 할 정도로 좋았다. 로맨스 연기를 펼칠 때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 연기적으로 이런저런 시도를 했는데 세경이가 잘 받아준 덕이 큰 것 같다. 무엇보다 세경이가 만든 ‘미주’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캐릭터기 때문에 캐릭터에 집중해서 연기하다 보니 자연스러운 로맨스 케미가 나온 것 같다.

- 상대 배우 신세경의 장점은 무엇인가.

▲ 상대 배우를 정말 잘 배려해 줘요. 처음에는 다가가기 힘든 아우라가 있었는데 굉장히 털털하고 야무진 성격이었다. 또 제가 건네는 소소한 개그에 잘 웃어줘서 좋았다.

- 금수저 기선겸의 독자 행보가 드라마를 이끄는 큰 힘이었다. 촬영 전 기선겸의 특징을 어떻게 설정하시고 연기에 임했나.

▲ 외적으로 볼 때 선겸은 부족함 하나 없는 환경에서 자라왔다. 그런 선겸이 힘들다고 말하면 보시는 분들이 공감을 하실 수 있을까 의구심이 많이 들었다. 무엇보다 선겸이 본인의 세계에선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해서 이 지점을 작가님께 말씀드리기도 했다. 작가님 대본에 녹아있는 말맛을 살리려면 센스 있는 농담을 건네거나 사회 생활을 그럭저럭 잘 해온 인물임과 동시에 대화 중 상대방의 직전 언어를 끌어와 응용할 수도 있어야 했다. 또 의도치 않은 순수한 질문들로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드는 부분도 필요했다. 그렇지만 이 부분이 사회 부적응자로 보여지면 안 됐다. 대본 속에 공존하는 두 지점 때문에 어떤 대본보다 고뇌의 시간이 길었던 것 같다. 작가님의 말맛은 살리면서도 선겸의 순수한 모습을 적절하게 조화롭게 표현하기 위한 고민을 많이 했다.

- 영화 '원라인'에서의 민재 같은 사기꾼 역할부터 미생의 장그래 같은 순수하면서도 열정적인 20대 청년, 왕은 사랑한다 같은 사극까지 시대를 넘나들기도 하고 캐릭터 또한 갭 차이가 큰 극과 극의 모습을 모두 소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캐릭터에 빠져 드는 임시완의 비결은 무엇인가.

▲ 예전에는 연기할 때 제 안에 존재하는 여러 캐릭터 중 하나씩만 꺼내서 연기하려 했던 것 같다. 나중을 위해 아끼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였다. 지금은 캐릭터가 처한 상황과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들에 충실하면서 캐릭터의 서사를 그대로 잘 써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이 크다. 계산 없이 느껴지는 대로 가감 없이 표현하려 하는 것 같다.

- 런온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과 이유는 무엇인가.

▲ 다행이라는 상대방의 안부성 말에 ‘다행이라니 다행이네요’라고 되받아 치는 장면이 인상 깊게 남아있다. 문장 구성은 완벽하지만 대화 속 알맹이가 없는 게 꼭 일상 대화처럼 느껴졌다. 이 부분이 바로 우리가 요즘 쓰는 화법과 맞닿아 있는 점이라 생각했고 제 머릿속에 인상 깊게 자리매김한 것 같다.

- '미생' 이성민, '변호인'의 송강호, '원라인'의 진구·박병은 그리고 개봉 전인 '1947보스톤'의 하정우, 배성우, '비상선언'의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호흡을 일궈왔다. 그동안 함께 호흡을 이룬 선배, 후배, 동료 배우들 중 예상외의 깨달음을 준 분들을 세 명만 꼽아본다면.

▲ 존경하는 분들이 정말 많다. 현장에서 만난 선후배 동료 배우들 모두 다 존경한다. 모두에게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 작품을 택할 때 임시완 배우만이 가지고 있는 일관된 원칙 혹은 임시완 배우가 매혹 당하는 대본이나 인물의 요소 등이 있다면 알려달라.

▲ 늘 바뀌는 것 같다. 어떨 때는 작품의 메시지가 될 수 있고 또 어떨 땐 함께 하는 배우가 되기도 한다. 작품 자체 스토리가 좋아서 선택하게 된 경우도 있다. 요즘은 사회에 선한 영향을 주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개인적 욕심이 커지고 있다. 그래도 좋은 작품이 들어온다면 주저 없이 해야 한다는 연기자로서의 직업 정신이 상충하고 있다.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게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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