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서 보호종료아동 아영 연기

'증인' 이어 따뜻한 메시지 끌려

자유로운 연기로 이미지 변신해보고파

배우 김향기가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배우 김향기(21)가 얼어붙은 2월 극장가에 온기를 몰고온다. 새해를 여는 위로와 치유의 영화 '아이'(감독 김현탁)다.

'아이'는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 아영(김향기)이 의지할 곳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초보 엄마 영채(류현경)의 베이비시터가 되면서 시작되는 따스한 위로와 치유를 그린 영화다. 김향기가 연기한 아영은 아동학과 졸업반인 보호종료아동으로 보육원을 나와 자립하기 위해 악착같이 살아간다. 그리고 어느 날 영채의 아기를 돌보는 베이비시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삶의 변화를 맞는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아영이가 저랑 닮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주인공의 말이나 행동을 보면서 '왜?'라는 의문이 들지 않는 경험은 처음이라 흥미로웠죠. 당연히 외부적인 상황은 저랑 좀 다르지만 인간적으로 타고난 본성적인 부분은 저랑 비슷해요. 살면서 어려움이 생겨도 자신만의 가치관을 갖고 헤쳐나가려는 모습이 참 닮았어요. 그래서 '아이'에 더 끌렸던 것 같아요."

아영은 어린 나이에 남들보다 일찍 어른이 됐다. 보육원 선생님과 친구들을 제외하면 마음 편히 기댈 어른 하나 없지만 힘든 상황을 불평하지 않고 혼자 힘으로 일어서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아영이를 연기하면서 보호종료아동이라는 단어에 갇히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그 단어가 캐릭터성을 부여하는 부분도 있지만 아영이가 놓인 어려운 상황에 집중하기보다 한 사람으로서 다가가려고 했어요. 아영은 보호종료아동이기 이전에 자신의 노력으로 채울 수 없는 마음의 공백이 있는 사람이에요. 타인과의 감정을 공유하는 게 서툰 친구지만 영채를 만나면서 변화하는 감정을 세심하게 보여주고 싶었죠."

'아이'의 중심축은 아영과 영채의 이야기다. 나이도 처한 환경도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어른이 될 준비가 되기도 전에 떠밀리듯 어른이 돼버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만만치 않은 세상, 위태로운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아영과 영채는 천천히 서로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결국 '아이'는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인물들의 연대와 그 연대가 가진 희망에 대해 강조한다.

"보호종료아동, 싱글맘을 둘러싼 사회의 편견이 있죠. 하지만 그들도 충분히 사랑 받을 존재거든요. '아이'를 보는 관객들이 영화 속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단순히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도움을 생각해주길 바랐어요. 그들을 위해 사회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생각해야할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로서는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대변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런 작품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 세상이 변해가고 있다는 희망이 생겨요."

김향기는 그간 많은 작품을 통해 선하고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곤 했다. 그는 2003년 3살 무렵 광고모델로 시작해 20대가 되기까지 '마음이...'(2006), '웨딩 드레스'(2009), '우아한 거짓말'(2013), '눈길'(2015), '영주'(2017), '증인'(2018) 등 다수의 작품과 함께 성장했다. 티켓파워도 인정받았다. '신과함께'(2017) 시리즈에선 쌍천만 흥행을 이끌었고 아역배우 출신으로서 가장 안정적인 성장을 보여준 배우로 꼽힌다. 어린 나이에 시작한 사회 생활은 성취만큼 상처도 안겼을 테지만 김향기는 일상 속에서 스스로를 자주 다독이며 견뎠다고 했다.

"연기는 좋아하는 일이라서 힘들어도 버틸 수 있어요. 주변 사람들의 지지도 커요. 오래된 친구들은 저를 배우가 아닌 사람 김향기로 대해주고요, 가족들도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고 응원해줘요. 그렇게 사소한 부분에서 위로를 받아요. 힘든 일이 생기면 소란한 마음은 그대로 두고 책에서 발견한 좋은 글귀를 읽거나 제가 좋아하는 귀여운 강아지 사진을 보는 것도 도움이 돼요. 작은 것들이 다 위안이 돼요."

'아이' 이후 김향기의 행보에 더 기대가 쏠리는 이유는 그가 보여준 새로운 얼굴 덕분이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자신의 이름과 함께 떠오르는 구김없이 밝은 이미지에서 살짝 벗어나 어딘가 독한 눈빛, 그늘진 얼굴로 또 다른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김향기 역시 이미지 변신을 향한 남다른 욕심을 드러냈다.

"'아이'를 촬영하면서 어른이라 겪는 고충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됐어요. 그동안 학생 역할을 많이 해왔는데 어른으로서 할 수 있는 표현의 폭이 조금 더 넓어진 느낌이에요. '김향기 연기 새롭다, 달라보인다'는 말이 동기부여가 되고요, 그럴수록 욕심이 생겨요. 새로운 캐릭터는 늘 도전이지만 앞으로도 '나는 누구든 될 수 있다, 그리고 못하게 되더라도 상관없다'는 마음은 유지하려고요. 그럼 더 자유롭고 솔직하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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