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전야'서 패럴림픽 선수 래환 연기

실제 로맨틱한 면모 최대한 끌어내기도

대중들에게 긍정적인 영향 주는 작품 남기고파

배우 유태오가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아내 니키 리요? 제가 사랑하는 세상 유일한 여자에요."

2021년 영화계에서 가장 뜨거운 로맨티시스트, 배우 유태오(40)가 제 몸에 꼭 맞는 캐릭터로 돌아왔다. 10일 개봉한 영화 '새해전야'(감독 홍지영)는 유태오의 데뷔 후 첫 로맨틱 코미디다. 그는 "홀리데이 시즌에 어울리는 클래식한 장르의 영화라 좋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새해전야'는 인생 비수기를 끝내고 새해엔 더 행복해지고 싶은 네 커플의 일주일을 그린 영화다. 유태오는 패럴림픽 국가대표 선수 래환을 연기했다. "실제 캐릭터의 모델이 된 패럴림픽 선수가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예전에 그분이 출연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굉장히 감동받은 적 있거든요. 스노보드 타는 장면이나 선수들의 훈련, 또 일상적인 모습 중에서도 참고한 점들이 많아요."

'새해전야'의 래환은 세상의 편견 때문에 여자친구 오월(최수영)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안고 있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사랑을 지키고 꿈을 위해 노력하면서 누구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꾸려간다. 실제 촉망 받는 운동선수였던 유태오는 큰 부상을 입고 꿈을 접어야 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캐릭터를 구체화했다.

"13살부터 20살까지 농구선수였어요. 한국인 최초로 NBA에서 뛰겠다는 꿈이 있었죠. 키가 180cm인데 선수로서 큰 편은 아니라서 신체적인 부족함을 순발력으로 채우려고 미친듯이 운동했어요. 근데 십자인대를 두 번 다치고 아킬레스건까지 끊어지면서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의사 선생님이 다시 걸을 수 있게 되면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고 할 정도였어요. 6개월 정도 목발을 짚었고 우울증이 오기도 했죠. 물론 패럴림픽 선수처럼 팔, 다리 한쪽을 잃은 경험까진 아니었기 때문에 그 마음을 100% 알 수는 없겠지만, 어린 나이에 크게 좌절했다가 다시 일어나본 과정은 어느 정도 감정을 이입해서 연기할 수 있었어요."

래환은 밝고 순수한 에너지가 돋보이는 캐릭터다. 장애 때문에 평범한 훈련도 남들의 두 세배 노력이 필요하지만 포기하는 법이 없다. 오월과의 사랑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꿋꿋하게 지켜간다.

"편견없이 캐릭터에 접근하는 게 제 철학이에요. 논리적으로 이해하게 되면 저도 모르게 불쌍하다는 감정이 생기고 연민을 연기하게 돼요. 실제 패럴림픽 선수분들 중에도 독립심이 강한 분들이 많거든요. 편견 없이 연기해야 이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뭔가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사회 구성원 중 하나로, 너무 많이 해석하지 않고 편안하게 대했어요. 래환과 오월 사이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오로지 사회 편견만 있는 점도 좋았어요. 우리만 좋다면 남의 눈을 의식할 필요 없다는 메시지도요. 현실적으로 쉽진 않지만 그걸 극복하는 게 사랑의 증명 아닐까요."

래환과 유태오가 꼭 겹쳐보이는 건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그의 '사랑꾼' 면모 덕분이기도 하다. 파독 광부인 아버지와 간호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유태오는 독일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했다. 그리고 미국 뉴욕 유학 시절 11살 연상의 사진작가인 니키 리와 만나 2007년 결혼했다. 벌써 11년차 유부남이지만, 최근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는 여전히 신혼 같은 결혼 생활과 아내를 향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제가 진짜 사랑꾼인지는 아내한테 물어봐야할 것 같은데.(웃음) 평소에 '우리는 한몸이야'라는 말을 서로 자주 해요. 니키와 알고 지낸 시간이 14년인데 그동안 사랑하면서 많은 걸 극복해왔어요. 지금은 뼛속 깊이 아는 파트너십 안에서 산다고 말할 수 있지만, 우리도 서로 이해하기까지 한 10년은 걸린 것 같아요. 다른 커플들은 더 빠른가요? 우린 이제서야 편안하게 사랑하고 있어요."

뉴욕에서 연기 공부를 하다 2000년대 후반 귀국한 유태오는 영화 '여배우들'(2009)로 한국 영화와 첫 인연을 맺었다. 어린 시절부터 해외에서 주로 살았던 그에게 한국은 낯선 땅이었다. 서툰 한국어 실력, 문화적 차이 때문에 겪은 어려움은 '새해전야'의 래환이 겪은 편견과도 비슷했다.

"독일은 복지 시스템이 잘 돼있는 국가라 생존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삶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죠.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독일과 좀 다른 분위기 때문에 놀랐어요. '넌 왜 그렇게 치열하지 않아?', '좀 더 집요하게 일해야 하지 않아?' 같은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 정도로 생존 자체에 위협을 느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치열하게 사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너처럼 생긴 남자라면 이렇겠지' 하는 편견도 있었고요. 28~29살때 그렇게 상처받고 오해를 풀어가면서 제 정체성을 찾아갔어요."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까지 난관들이 있었지만 유태오는 데뷔 초부터 이국적인 마스크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주목받는 신예였다. 특히 러시아의 전설적인 한국계 록스타 빅토르 최의 삶을 그린 '레토'(2018)로 2018년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레드카펫을 밟았고 tvN '머니게임'에서는 섬뜩한 악역을 훌륭하게 소화해 '섹시 빌런'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치명적인 매력으로 '가장 위험한 유부남'이라는 수식어까지 챙겼다.

"'전참시'를 보면서 많은 남자분들이 한숨을 쉬셨다는 얘기를 들었어요.(웃음) 실제로 방송 이후에 SNS 남자 팔로워가 줄었어요. 이유는 알 것 같아요. 그간 로맨틱한 면을 많이 보여드렸는데 요즘은 전략을 다시 짜게 돼요.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를 고민하고 있어요. 남자들은 다 가슴 속에 순수한 면이 있는데 사회 생활하면서 상처받은 부분이 있잖아요. 그걸 끌어낸 캐릭터로 남자 관객들의 로망을 자극해보고 싶네요."

'새해전야'로 로맨틱한 2021년을 연 유태오의 차기작은 오는 3월 tvN 단막극 '드라마 스테이지 2021-대리인간'이다. 타인의 감정을 대신하는 대리 인간이 된 한 여자가 자신을 고용한 의뢰인의 삶을 살기로 선택하면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심리극으로 유태오의 색다른 얼굴에 기대가 쏠려 있다.

"어릴 때 본 영화가 인생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랬거든요. 언젠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도 자신있을 좋은 작품들을 많이 남기고 싶어요.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 관객들에게도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게 꿈이에요. 누군가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 그런 스토리텔링의 한 악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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