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기타 '물론 NY524 베이스'로 연주하고 있는 서영도 [사진=나승열]
▶ 한국 베이스 기타사의 보석
▶ 신승훈·이승환·박효신·이소라·조성모에서
▶ 테크니컬 재즈/록 베이스까지 전천후 비루투오소
▶ 폭넓게 음악 조망하는 역량 돋보여
▶ 한양대 등 여러 대학서 후학 양성도 열심
▶ 새 앨범은 신현필과의 색소폰&베이스 듀엣
▶ 기름기 빠진 꾸밈없는 자연미 집중
▶ 봄엔 ‘신박서클’ 새 앨범 녹음 돌입
▶ ‘서영도 일렉트릭 앙상블’ 신보도 연내 발매
▶ 메인기타는 물론(Moollon), 타코마, 깁슨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다이아몬드는 천연광물 중 최고의 강도를 자랑하며 그 자체만으로도 광채가 뛰어난 보석의 왕이다. 다이아몬드 내 탄소 원자들은 치밀하게 집적돼 있지만 그럼에도 밀도가 매우 높고 굴절률 또한 보통의 광물보다 훨씬 크다. 이러한 ‘강하지만’ 유연한 특성으로 그 쓰임의 다양성도 한계가 없을 정도다. 다른 아이템에 삽입(세팅)돼 살짝 액센트를 주는 소재로서도 다채롭게 기능한다.

신승훈, 이승환, 조성모, SG워너비, 유희열, 박효신, 이소라 등등 많은 스타 가수에서 매니아 취향의 본격 테크니컬 재즈/록 연주에 이르기까지 서영도(51)는 한국 베이스 기타 영역을 확장한 진정한 ‘비루투오소’이자 보석(다이아몬드) 같은 존재다. 탁월한 솔로이스트로서 그리고 온갖 장르의 수많은 음악인과 교류하며 ‘부분’으로서 ‘전체’를 빛내는 데에도 멋진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그가 보여준 기술의 극한을 추구하는 에너지 넘치는 연주는 가히 충격이었고 오늘날까지 회자하며 젊은 세대에서 40대의 허리급 베이시스트에 이르기까지 롤모델로 여길 정도다.

서영도는 베이스 연주자임에도 음악 전체를 조망하는 역량이 뛰어나다. 오랫동안 서영도와 함께 음악을 해온 기타리스트 정수욱은 기자에게 “야구의 중간 포수 같은 존재라 표현해도 좋을 만큼 음악을 넓게 보는 시각이 탁월”하다며 “모든 장르 막힘없이 잘 파악하고 해석하는 역량, 극히 매니아적인 음악에서 대중적인 장르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서 그를 세션으로 기용할만큼 전천후 베이시스트로도 유명한데, 이러한 예는 정말로 흔치 않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캐나다에서 있은 재즈워크샵에서도 서영도의 연주는 돋보였습니다. 이 워크샵은 팻 메시니의 베이시스트를 비롯해 다수의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참여하는 행사인데, 이 자리에서도 그는 기술적으로 만큼은 이미 세계적이었다는 걸 증명했죠. 서영도는 또한 프로페셔널리즘의 전형입니다. 2시에 녹음이 있으면 이미 그는 최소 30분 전에 미리 와서 장비 점검 및 스튜디오 제반, 전기 상태 등등 모든 걸 철저하게 준비하죠. 후배들에게 ‘서영도가 녹음하는데 한 번만 따라가 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그 한 번으로 후배는 정말 많은 걸 배우고 깨닫게 되는 것이죠.” (정수욱)

타코마 CB10C 어쿠스틱 베이스 [사진=나승열]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에서 서영도 밴드 연주가 끝날 때마다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들이 “방금 연주했던 베이시스트가 누구냐?”라고 꼭 물어봤던 건 유명한 일화다.

플레이어로서뿐만 아니라 한양대를 비롯해 서울신학대, 중부대, 남서울대 등 여러 대학에서 교육자로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의 교습법은 당근과 채찍을 40:60의 비율로 해서 지도하는 좀 엄한 선생의 이미지를 견지한다.

“학생들에게 어설프게 하려면 아예 하지 않는 게 낫다고 강조합니다. 겉멋만 들어 가볍게 연주하려는 마인드를 극도로 싫어해요. 평생을 바칠 각오가 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서영도가 ‘엔플러그’에서 [Otium]이란 새 앨범을 발매했다. 엔플러그는 유명 사진작가 나승열이 설립한 기획사다.

‘Otium’은 “행위의 보상이나 결과와 상관없이 그 행위 자체가 자신에게 기쁨을 주는 활동”을 뜻하는 로마어다. 서로 다른 창작자가 자신의 깊은 관심사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서로의 폭과 깊이가 확장되는 과정을 뜻하기도 한다.

사진=나승열
코로나19 상황이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오래 가면서 많은 것들이 변했다. 따라서 서영도는 자신뿐만이 아닌 사람들을 위한 위로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 싶어 그걸 음악화한 것이 이번 앨범이다.

평소 사진찍기가 취미인 서영도는 2019년 무렵 사진작가 나승열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그로부터 ‘오티움’이란 아이디어를 제안받고 멋지다고 여겨 이번 앨범으로 만들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오티움’은 그간의 화려한 서영도의 연주 스타일보다는 마치 모든 ‘기름기’를 다 빼고 자연미로 돌아간 듯 소박하고 내추럴한 연주가 특징이다. 물론 대중에겐 다소 난해할 수 있는 음악이지만 ‘기름기’가 빠져 자극적이지 않은, 따라서 (인위적)맛은 없지만, 건강미와 사색의 미학이 느껴지는 격조 있는 자연미의 음향 같은 느낌이다.

색소포니스트 신현필과의 듀엣 앨범이다. 물론 그는 이전에도 색소폰과의 듀엣곡을 연주했지만, 이번처럼 하나의 앨범 모두에 베이스-색소폰 듀엣을 시도한 건 처음이다. 타이틀 곡 Otium을 비롯해 You, Hope, Namsan, Home 등 5곡 모두 서영도가 썼다. 레코딩/믹싱/마스터링은 최근 활발한 활약상을 보이고 있는 음향감독 곽동엽이 맡았다.

“제겐 5곡 모두 소중하고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굳이 애착이 가는 곡을 꼽으라면 ‘Otium’과 ‘Namsan’입니다. ‘Otium’은 이번 앨범의 상징성이 큰 작품이고 ‘Namsan’은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 그리고 충분히 대중적 친화력이 있는 멜로디라서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을 겁니다.”

사진=나승열
신작에서 서영도는 자신의 메인기타 물론(Moollon) NY524 베이스를 비롯해 타코마(TACOMA) CB10C 어쿠스틱 베이스, 그리고 깁슨(Gibson) EB2 등을 사용했다. 자연미가 강조된 만큼 이펙터는 TC일렉트로닉 딜레이 외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물론 앰프도 사용하지 않았고 다이렉트 녹음을 취했다.

서영도는 올해 안에 신박서클, 서영도 일렉트릭앙상블 등의 새 앨범을 발매하려고 한다. ‘신박서클’은 오는 봄 무렵 레코딩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며 일렉트릭 앙상블 스케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수많은 멋진 악기가 있지만 그 악기들을 돋보이게 해주는 역할이 바로 베이스가 지닌 겸손한 미덕입니다. 그 미덕이 제겐 매력으로 다가왔고 더 나아가 그 연주로 음악을 만들고 작품을 만들어오고 있으며 여전히 제겐 인생작을 희망하고 있어요. 베이스를 선택한 데 있어서 단 1도 후회가 없습니다.”

깁슨 EB2 [사진=나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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