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제' 포스터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집. 몸이 불편한 조제(한지민)는 집안에서 매일 책을 읽고 상상하며 자신만의 세계에 살고 있다. 혼자 집을 나선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사고가 벌어지고 조제는 우연히 영석(남주혁)의 도움을 받게 된다. 그날 이후 주변을 맴도는 영석은 굳게 닫혀있던 조제의 마음을 조금씩 흔들고, 두 사람은 특별한 감정을 나누기 시작한다. 함께 하는 시간은 행복하지만 이내 둘이 마주한 현실은 간단하지가 않다.

'조제'(감독 김종관)는 살아온 길이 전혀 다른 두 남녀의 교감을 다룬 영화다. 사랑 이야기라는 큰 틀 안에서 삶에 대한 냉소, 사랑이 가져다주는 희망과 서글픔 등 보편적이고 미묘한 감정들을 세심하게 채워넣었다. 이 영화의 매력은 묘하다. 소설처럼 아름답다가도 지독히 현실적이다. 조제가 가진 장애는 사랑의 장애물을 빗댄 은유같기도 하다.

일본 최고의 멜로 명작으로 꼽히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감독 이누도 잇신)을 리메이크한 영화라, 원작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기대한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김종관 감독은 자신만의 화법으로 새로운 조제를 만들어냈다. 특히 탄탄한 구성과 절제된 대사로 섬세하게 담은 인물들의 짧은 만남과 긴 여운이 인상적이다. 수채화 같은 장면들은 두 사람의 사랑을 몽환적인 분위기로 채웠고, 차분한 톤의 화면에서 끌어올린 감각적인 영상미도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사진='조제' 스틸
배우 한지민은 제한적인 움직임과 눈빛만으로 조제의 수많은 희로애락을 표현했다. 무표정한듯 여러 상념이 담겨있는 내면 연기로 그의 손끝, 시선이 닿는 어딘가까지 집중하게 만든다. 배우 남주혁의 말갛고 따뜻한 눈빛도 힘이 있다. 마지막까지 흔들림 없는 연기로 중심을 잡았다. 두 배우는 간결한 대사와 표정, 몸짓으로 사랑의 설렘부터 이별까지의 감정을 폭넓게 전해줬다. '보고싶다', '사랑한다'는 직접적인 고백 대신 이미지로 이야기하면서도 충분히 감동을 안긴다.

무엇보다 영화의 엔딩이 주는 울림이 세다. 마지막까지 인연인듯 아닌듯 스쳐지나가는 조제와 영석의 모습을 통해 '조제'는 흔한 러브스토리를 넘어 성장영화로서 메시지를 전한다. 삶의 한 시절을 지나면서 때로는 아쉬움으로 남은 인연이 우리를 성숙하게 만든다고 말이다. 오는 12월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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