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편의 무반주 기타솔로집 중 1탄
▶ 총 13곡, 자작 9곡/커버 3곡
▶ 개인 일상사에서 네팔 여행까지 다양한 정서 담아
▶ 블루스, 랙타임, 컨트리, 현대음악 화성까지
▶ 서정성, 따뜻한 울림
▶ 찰리정 기타세계의 또다른 시작점
▶ 마틴, 프루덴시오 기타 사용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찰리정(정철원·42)은 올해부터 호원대 실용음악과 전임교수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지난 10월 자라섬재즈페스티벌 및 아트센터 인천 공연 등 솔로 기타리스트 및 밴드 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교수이자 기타리스트 찰리정이 새 앨범 [Sein’s Blues]를 발매했다. 자작곡 9곡, 리메이크 4곡 등 총 13곡을 수록한 네 번째 솔로앨범으로, 오로지 어쿠스틱 기타만으로 채운 그의 첫 무반주 기타 인스트루멘틀 작품이다.

그리고 이 앨범은 찰리 정의 무반주 기타 인스트루멘틀 솔로앨범 연작 시리즈 3편 중 하나이기도 하다. 2탄은 내년 가을경, 그리고 연작 시리즈의 마지막인 3탄은 2022년 발매 예정이다.

찰리 정은 “이번 1탄은 어쿠스틱기타였지만 2탄에선 일렉트릭기타와 어쿠스틱을 병행해 선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나승렬
무반주 기타 인스트루멘틀 솔로앨범은 찰리정이 홍대 ‘카페더블루스(Cafe the Blues)’ 클럽에서 연주하며 앨범 작업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카페 더 블루스’ 임성현 대표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새 앨범 [Sein’s Blues]는 마틴(Martin)과 프루덴시오(Prudencio) 기타가 사용됐다. 1, 8, 9, 12트랙은 프루덴시오, 나머지 곡 모두는 마틴 기타 소리다.

앨범을 듣다 보면, 간혹 터질 듯 터질 듯하지만, 절대 터지지 않고 일정 템포를 계속 유지해가는 걸 알 수 있다. 하이라이트로 올라가는 부분에서 잠깐이라도 강하게 치고 나오는 거보다 서정적이며 따뜻한 울림의 연주를 지속하는 방식이다. 힘을 많이 써서 한다기보다는 자신만의 감수성을 꾸밈없이 담백 솔직하게 담아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스타일은 찰리정이 향후 더욱 본격적으로 지향할 자신의 연주세계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블루스를 기초로 한 내공이 이 앨범에서 다양하게 빛을 발하는 찰리정 만의 음악적 독백이며, 또한 그동안 제가 해왔던 것들과는 다른 새로운 개척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첫 곡 ‘바람의 땅’은 찰리정과 박근혁의 공동 작품으로 몽골과 티벳을 연상케 하는 동양적 정서를 8마디와 12마디 블루스 형식에 담았다. 찰리정 2집에선 밴드 앙상블로 연주된 곡을 이번에 기타 솔로로 재구성했다.

두 번째 곡 ‘Sein’s Walk‘는 태어나기 몇달 전 딸아이의 태동을 관찰하며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지난 2017년 솔로기타 앨범을 준비하며 만들었으며, 전반적인 슬로 셔플 스타일 진행이다. 초기 트래디셔널 블루스(델타) 느낌도 난다.

찰스 도스의 ‘It's all in the game’은 엘튼 존, 클리프 리처드, 키스 자렛 등 많은 음악인이 리메이크했던 명곡이다.

“제목 자체만으로 많은 영감을 받은 곡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랑을 통해 아팠던 것들 흘려야 했던 눈물, 이 모든 것들은 그저 게임일 뿐이라는. 키스 자렛 버전을 들으며 새롭게 리메이크해보고 싶었어요.”

‘소몰이’는 찰리 정이 어린 시절 살던 고향 풍경과 정서를 표현했다. 할아버지가 소를 끌며 밭을 갈던 모습 그 외 어릴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연주했다.

‘Kailash Blues’는 찰리정이 네팔에 머물 당시의 느낌을 담았다. 그는 네팔 포카라의 카페 ‘카라쉬’라는 곳에서 매일 아침 차를 마시고 기타연습을 했는데 이 곡은 바로 그때의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찰리 정은 네팔 현지에서 여러 기타리스트와 일렉트릭 블루스 기타 잼을 하며 어울리기도 했다. 2주간 네팔에 체류하며 거의 매일 현지 뮤지션들과 잼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라쉬’ 카페는 네팔에서도 음악인들 사이에 특히 유명한 명소로 어쿠스틱 잼 세션이 주를 이루는 곳이다. 반면 도보로 5~10분 거리의 또 다른 몇몇 카페는 록 사운드를 많이 접할 수 있다.

“그곳의 현지 뮤지션들은 특히 록에 있어서만큼은 기가 막힐 정도로 수준이 대단했어요. 네팔에 간 첫날 밤 잼 세션을 하게 됐는데, 바로 그날 스페인 출신의 기타리스트 겸 보컬을 알게 됐죠. 2주 동안 네팔에서 만난 뮤지션 중에선 최고의 고수였습니다. 세계를 주유하는 일종의 ‘수준 높은 히피’ 같은 존재였어요.”

그는 찰리정과 잼을 하자마자 범상치 않은 프로 뮤지션이란 걸 금세 알아봤다. 특히 찰리정의 블루스 연주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네팔의 아침 식사도 너무 맛있었어요. 불교와 힌두교 영향권이다 보니 고기를 먹지 않는 대신 다양한 야채와 빵(계란 추가) 중심의 식단이었지만 담백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Kailash Blues’는 위와같은 2주간의 네팔 여행의 추억을 음악화한 것이다.

‘Rhythm Dance’는 랙타임 스타일에 컨트리 연주까지 가미된 곡이다. 거의 코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방식으로 스튜디오에서 즉흥 무드로 연주했다. 찰리 정은 처음엔 몸을 풀려고 연습 삼아 연주했던 것인데 연주하는 와중에 컨트리 스타일도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4살 된 딸 세인이를 위해 만든 ‘Sein's Blues’는 밝고 귀여운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사랑스러움을 표현한 작품이다. 찰리정의 이혼 후 딸은 엄마(전 부인)와 함께 살고 있어 한 달에 두어 번 만나는 정도다. 따라서 보고 싶은 애절함이 남다를 뿐 아니라 그만큼 딸에게 미안한 마음도 크다.

“CD가 나오자마자 세인이에게 줬더니 ‘어, 세인이 블루스네’라며 너무 좋아했어요. 아직 말은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하지만 제 음반을 받아들고 기뻐하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거슈인의 명곡 ‘Someone to watch over me’는 유명세만큼이나 리메이크 버전도 많다. 찰리정은 스승 테디 그린 때문에 이 곡을 알게 됐다. 미국 유학 시절 찰리정은 테디 그린을 사사했다. 이와 관련 자세한 내용은 2019년 12월 22일자 ‘조성진의 기타신공’을 참조.

테디 그린은 평소 ‘Someone to watch over me’를 즐겨 연주했는데, 찰리정은 스승이 이 곡을 연주하던 당시를 회상하며 테드 그린 스타일로 연주했다. 따라서 코드 보이싱 등 전체적으로 코드의 움직임이 비상하다.

“나를 곁에서 지켜봐 줄, 돌봐줄 수 있는 사람에게 바치고 싶은 곡입니다. 곡의 느낌이 워낙 좋아 꼭 연주해 보고 싶었고 (어쩌면) 제 외로움의 표현이기도 해요. 내 반쪽을 만나고 싶다는.”

‘이별의 초상’은 제목 그대로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헤어짐, 작별 등에 대한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찰리정이 결혼하기 훨씬 이전에 헤어진 연인과의 이별 느낌을 곡으로 만든 게 이 작품이다. 그간 찰리 정의 많은 곡 중에서도 그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트랙 중 하나로 찰리정 2집에도 수록됐다.

‘Blue alert’는 블루스 폼과 현대음악 기법이 만나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물론 이러한 시도는 여타 세계의 유명 일렉트릭 기타리스트들도 시도해 오고 있지만 찰리정은 어쿠스틱한 정서로 각박해진 현대사회의 복잡함과 다가오는 미래의 불안함 등을 블루스+현대음악 화성 접목으로 표현하고 있다. 어쿠스틱기타로 듣는 강렬한 텐션의 화성 진행이 돋보인다.

‘Silence’는 그가 어린 시절에 감명 깊게 본 영화들, 예를 들어 스탠리 큐브릭 ‘스페이스 오디세이’ 후반부 씬이나 일본 애니메이션 등에서 영감을 얻은 곡이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나 혼자만 남겨진 세상이란 상상을 주제로 이 곡을 만들어 봤습니다.”

‘Danny boy’는 새삼 설명이 필요 없는 명곡이다. 유명한 곡인만큼 수록곡 중 가장 힘들게 작업했는데, 특히 아일랜드만의 정서를 표현하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번 앨범 수록곡이 평균 ‘2 테이크(2회 녹음 작업)’로 마쳤지만 이 곡만 ‘4 테이크(4회 녹음 작업)’까지 작업해야 했다.

마지막 곡은 지미 헨드릭스의 ‘Little Wing’이다. 네팔을 떠나 인천공항에 도착해 집으로 오는 길에 ‘Little Wing’이 갑작스럽게 떠올랐다고 한다. 그는 이 곡을 자유롭게 비상하는 작은 새의 날갯짓에 중점을 둬 표현해보고 싶었다. 차분하고 느린 호흡의 리메이크다. 급하게 날지 않고 편하게 날아가는 그러한 날갯짓 같은.

이번 솔로앨범에서 찰리정은 ‘Sein’s Walk‘과 ‘Sein's Blues’를 베스트 트랙으로 꼽았다.

앨범 [Sein's Blues]는 클래식 레코딩 쪽에서 특히 명성이 높은 ‘야기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다. 찰리정은 이곳에서 소규모의 콘서트를 펼친 적이 있는데 그때 야기 스튜디오의 음향이 너무 좋아서 이번 작업도 이곳에서 하게 된 것이다.

“앨범 사운드에 만족합니다. 디테일이 많이 들어갔음에도 오리지널 소스가 잘 유지된 가운데 작업을 마칠 수 있을 만큼.”

이현진 녹음 엔지니어와도 편하게 작업했다. 반면 믹스/마스터링을 의뢰했던 엔지니어 데이빗 코왈스키(David Kowalski) 때문에 힘든 일도 있었다.

데이빗 코왈스키는 재즈 전문 엔지니어로 유명 음악인들과 많은 작업을 한 인물이다. 따라서 찰리 정은 그를 믿고 맡겼던 것이다. 그가 있는 뉴욕으로 이메일을 교환해가며 작업을 했는데, 찰리정이 요청한걸 전혀 수정하지 않고 대충 작업하고 보내주고 그런 식이었다. 예를 들어 어쿠스틱 기타 연주에 딜레이가 걸려 있어 딜레이를 빼달라고 주문했는데에도 다음에 작업한 걸 보낼 때 여전히 딜레이가 걸려 있는 식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음악을 전혀 듣지 않고 작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웃지 못할 비하인드스토리가 있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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