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윤동윤 역 맡아
'청춘시대2', '멜로가 체질'에 이어 질풍노도의 청춘 연기

배우 이유진 /사진=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JTBC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천우희의 구남친이자 조감독 역할이었던 환동을 연기하던 이유진을 보면서 참 요즘 20대 청년다운 사랑법에 20대답게 조직 생활과 직업적 성취를 이룬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지난 10월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극본 류보리, 연출 조영민)에서 그가 연기한 동윤 또한 사랑에 목숨을 걸거나, 음악가들의 치열한 경쟁에 몰두하며 번아웃에 빠지거나 하지 않는다. 자신의 인생에 열정적이고 사랑한다고 깨닫는 순간 고백도 해보지만 서로 마주하며 사랑할 수 없을 때 쿨하게 돌아서고, 일에 있어서도 차선을 택할 줄 아는 현실감 넘치는 요즘 청년의 모습 그대로였다. 시계를 좀 더 뒤로 돌리면 '청춘기록2'에서의 권호창도 있었다. 이쯤되면 청춘 대변자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종영 인터뷰를 위해 스포츠한국 사옥을 찾은 이유진을 마주 대했을 땐 캐릭터로서 드라마에서 접했을 때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외모가 눈길을 끌었다. 그만큼 드라마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꼭 맞는 옷처럼 입어냈다는 의미이리라.

이유진을 비롯해 박은빈, 김민재, 김성철 등이 출연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스물아홉 경계에 선 클래식 음악 학도들의 아슬아슬 흔들리는 꿈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드라마다. 극 중 이유진이 연기한 윤동윤은 채송아(박은빈 분)의 친구이자 바이올린 선생님으로 음대 졸업 후 현악기 공방을 운영하는 인물이다. 채송아와 절친인 강민성(배다빈 분)과 서령대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동기로 만나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기도 하다.

배우 이유진 /사진=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출연은 오디션을 거치며 이뤄졌어요. 대본을 다 읽고 오디션을 본 게 아니어서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는 방식이었죠. 등장인물 중 제가 가진 성향과 동윤이의 색이 통한다고 보신 것 같아요. 동윤 또한 악기 전공자이지만 사업에 뛰어들었고 나이는 어리지만 사랑에는 현실적인 친구에요. 또 행동에 옮길 때는 용감하게 나서는 캐릭터였고요. 극 중 친구들이 저를 찾아와 상담 아닌 상담을 하잖아요. 저희가 일상 생활에서도 그런 친구들이 무리에 꼭 있는 걸 보는데 동윤이가 그랬어요. 늘 악기를 연주하면서 경쟁 속에 있는 인물들이 정신적으로 기댈 수 있는 인물이었죠."

박은빈을 비롯해 한 살 위 형이었던 김성철, 김민재까지 또래 연기자들로 가득한 현장이었기에 부담보다는 편안함으로 발걸음 할 수 있었던 현장이었다. 호흡을 이루며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이는 역시 박은빈이다.

"또래 은빈에게 가장 많이 배웠죠. 가장 많이 부딪히고 감정적으로도 가장 호흡을 많이 주고 받았어요. 나이는 동갑인데 경력은 저의 두 배 이상 되는 대선배시죠. 정말 멋있었어요. 연기력 자체도, 상대 배우를 향한 배려심도 정말 좋았어요. 많이 고마웠습니다. 또 김성철 형은 현장에서 유일한 형이었는데 정말 사람들을 편하게 대하고 저희들을 즐겁게 해줬어요. 매번 김성철 형과의 촬영을 기대했었죠."

아이돌 그룹 데뷔조로 활동한 이력부터 2017년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 출연까지 이유진은 배우 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로서의 재능까지 지닌 걸로 유명하다. 사운드 클라우드에 '네이키드(Naykid)'라는 랩네임으로 꾸준히 자작곡을 올리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키워왔다.

"올 초 회사를 옮긴 후 현재는 배우 활동에 충실하기 위해 잠시 가수로서의 활동은 보류 중이에요. 20대 초부터 음악은 계속 해왔는데 저 혼자 만드는 게 아니기에 무료로 곡을 공개하는 것만이 방법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지금도 공개는 하지 않지만 곡은 꾸준히 만들고 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선보여야죠."

부친이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중견 배우이지만 이유진과 소속사는 온전한 홀로서기를 추구하고 싶다며 매체 등에서 부친이 언급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 했다. 유치원 시절부터 그림을 잘 그렸던 소년은 창작이라는 큰 카테고리의 직업을 가지게 되면 다수 속에서도 소수에 속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영화 감독을 꿈 꿨고 정발고등학교 시절 아무 경험도 없이 서울 연극제에 참가했다가 덜컥 합격하는 바람에 연기의 맛을 알아버리게 됐다.

"기왕이면 제가 이 일에 소질이 있는지 젊을 때 확인을 해보고 싶었어요. 누군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서 해나갈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고 감사한 일이죠. 저는 이 일을 평생 해도 행복할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었어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도 불행을 느끼고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안좋은 선택을 하기도 하는게 현대인의 삶이잖아요. 저도 돌이킬 수 없는 나이가 돼서 불행하다면 어떻게 할까. 젊을 때 많은 도전을 해보고 확신을 가지고 싶었어요. 대학교 초년병 시절 독립 영화와 단편 영화를 많이 찍고 다녔어요. 대학교 학생들이 찍는 작품이 많았는데 어느 날 한예종 학생들 작품을 밤새 찍고 나서 석관동에서 집이 있는 일산까지 새벽에 돌아오는 길에 해가 딱 뜨는데 너무 행복한 거에요. 그 때 어머니께 '엄마, 나 계속 연기해도 될 것 같아요'라고 카톡을 보냈어요. 만약 제 스스로 확신이 없었다면 이 길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이야기를 나누던 중 여러 차례 자기안의 단단한 배우관과 연기 철학, 인생관을 스르륵 풀어내는 모습에서 자신의 직업을 대하는 독한 뚝심과 옹골진 장인 정신이 느껴진다. '멜로가 체질'의 환동과 실제 모습이 꽤 닮은 듯 보인다고 말을 건네자 당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촬영 초기 이병헌 감독님을 한 수제버거 집에서 만났어요. 저는 원래 혼자 밥을 잘 먹는 편인데 감독님이 혼자 왔다고 하니 놀라시더라고요. '너 참 특이하다, 환동이 같아'라고 하셨는데 이 지점을 계속 생각하셨나 봐요. 환동이 안에 저를 잘 담아 주셨어요. 감독님은 저에게서 혼자만의 시간을 불안해 하지 않고 잘 존재하는 모습을 보셨나 봐요. 스스로를 잘 돌보는 모습이랄까요. 환동이도 그랬죠. 사랑과 일의 기준이 명확하고 현재에 집중을 하죠. 선택과 집중이 확실한 친구였어요. 진주를 사랑하지만 헤어지고 또 마지막 식사를 하며 판단하려고 하잖아요. 생각의 루트가 명확했어요. 그런 점은 저와도 닮았죠. 제가 선택하고 책임지려고 하거든요. 매사 모든 일에서요."

'요즘 젊은 배우들은 롤모델 질문을 하면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며 슬쩍 질문을 던지려는 찰라 "저는 롤모델 많다. 송중기 선배, 이제훈 선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너무 좋아한다"며 곧 바로 싱글벙글한 표정이 나온다.

"디카프리오는 모두 인정하는 배우잖아요. 인터뷰를 대부분 다 찾아봤는데 10대 초반 인터뷰 영상에서 너무 어린이인데 섹시한 끼가 보이는 거에요. 깜짝 놀랐죠. 본투비 스타는 다르더라고요. 송중기, 이제훈 선배님은 말이 필요 없으시죠. 두 분다 담백한 연기 스타일이시고 과하지 않게 깔끔하시잖아요. 송중기 선배 연기하시는 스타일은 많이 참고하고 눈여겨 봤습니다."

자신도 롤모델을 바라보며 배우의 꿈을 키우고 열심히 달려온 만큼 지금 막 배우를 꿈꾸는 후배들이나 연기 지망생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배우라는 직업이 특이하죠. 배우를 꿈 꾸는 사람들이 카메라 앞에서 제대로 된 배역을 만나서 연기를 해보는데까지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려요. 혼자서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꿈이 이뤄지려면 배역도 있어야 하고 작품도 있어야 하고 선택을 받아야 하잖아요. 그 시작 시기를 두려움으로 늦추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오디션도 많이 보시고 문을 두드리세요. 저는 학교 다닐 때 오디션을 엄청 보고 다녔어요. 친구들 중에는 '배우가 연예인되려고 하네'하는 시선으로 안좋게 보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다들 어렸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는데 지금 연기 관련 신입생 분들, 준비하는 분들께 꼭 이야기하고 싶어요. 지금 오디션을 보셔서 떨어져도 큰 일 안나고 붙어도 바로 스타가 되고 그런 일은 없어요. 가수 크러쉬 씨가 '준비된 때는 없다. 시작을 하고 완성해라'라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는데 정말 맞는 말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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