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前 보컬 정동하, 김바다 소속사
▶ 현 버스터즈, 보이스퍼, 아이반 소속사 수장
▶ 동아기획 후반기 전속 아티스트 중 하나
▶ 하드록 밴드 ‘모비딕’ 기타리스트로도 활동
▶ 기타리스트이자 음향 전문가 CEO
▶ 프리드먼, 솔다노, 마샬, 펜더 빈티지 등등 다수 앰프 소장
▶ 회사 내 음향 환경/연출 월등한 하이엔드 스튜디오 구비
▶ 보이그룹과 걸그룹, 내년 론칭 예정
▶ “에버모어뮤직, 향후 음악계서 동아기획같은 존재 지향”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록그룹 ‘부활’ 출신의 정동하, ‘시나위’ 출신의 김바다 등이 거쳐 간 에버모어뮤직(Evermore Music)은 현재 버스터즈, 보이스퍼 등의 돋보이는 팀을 비롯해 싱어송라이터 아이반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다. 최근 명 기타리스트 이근형도 소속 아티스트 대열에 합류하며 음악적 깊이와 다양성을 더하고 있다.

2012년 양재시민의숲에서 ‘에버모어스튜디오’로 출발한 에버모어뮤직은 회사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원히 변치 않는 가치를 지향하는 음악과 아티스트에 집중”하는 걸 모토로 빠르게 사세를 확장하며 현재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했다.

몇 년 전 양재역 인근에 신사옥을 마련하고 디테일과 전문성을 더한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로 거듭나고 있는 에버모어뮤직의 권기욱(46) 대표를 만났다.

권기욱 대표는 현재 에버모어뮤직과 주식회사 SJE 두 개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SJE는 전기자재 공사/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전기 기자재 분야 중견업체인 ‘평일기업’ 자회사다.

권기욱 대표는 연예기획사 수장이기 이전에 뮤지션/록 기타리스트이자 음향 전문가다. 2000년 ‘웨이크’라는 2인조 팀으로 동아기획과 전속 계약을 체결한 뮤지션이다. 보석 같은 음악과 아티스트를 발굴하며 한국 대중음악의 지평을 넓힌 바로 그 동아기획 출신으로, 음악 트렌드의 변화에 따른 재정압박으로 동아기획이 폐업하기 전의 마지막 아티스트 중 하나인 것이다. 또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하드록 밴드 모비딕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다.

자신이 뮤지션 출신이라 그런 걸까? 음악인들 사이에선 에버모어뮤직의 업무 방식이 항상 뮤지션을 먼저 챙기려 하는 ‘뮤지션 마인드’가 강하고 뮤지션에 대한 존중도 확실해 소통이 잘 되는 것으로 통한다. 물론 여기엔 “어떠한 가식 없이 언제나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자”를 삶의 모토로 하는 권 대표의 진정성과 순수함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권기욱 대표는 1974년 강릉에서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교육 공무원인 아버지와 학교 선생인 어머니 모두 음악애호가라 어릴 때부터 클래식·팝 등 다양한 장르가 흘러나오는 가정에서 성장했다.

중학교 때 친구가 기타 치는 걸 보고 멋있다고 여겨 악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어머니 또한 “남자가 기타 하나 정도는 다룰 줄 알아야 한다”며 권 대표에게 통기타(어쿠스틱기타)를 선물했다.

처음 배울 때부터 기타가 재미있던 권 대표는 얼마후 생애 첫 일렉기타를 장만하기에 이른다. ‘짝퉁’ 펜더 스트라토캐스터였다. 당시 그는 랜디 로즈와 마이클 솅커(쉥커), 딥퍼플, 화이트스네이크, 도켄, 레인보우 등을 열심히 카피하며 실력을 쌓아갔다.

제대로 된 오리지널 유명 기타를 처음 갖게 된 건 93년이다. 연세대(철학) 합격 선물로 아버지가 아이바네즈(Ibanez) RG770을 사준 것이다. 권 대표는 이 아이바네즈 기타를 98년까지 사용했고 이어 해머(Hamer), 섹터(Schecter), 존 서, 펜더 렐릭, 깁슨 커스텀 등등 여러 기타를 경험했다. 이중 상당수는 아직까지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권 대표는 이미 인생의 방향을 뮤지션으로 정한 만큼 대학 전공도 음악을 더욱 잘할 수 있는 학과를 선택하고 싶었다. 고3(강릉고) 때 이런 문제로 고민하던 그에게 담임이었던 오영동 선생이 “음악 창작 작업을 위해 음대 갈 게 아니라면 철학과가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 조언해 연세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게 된 것이다.

“경영학이나 사회학과 쪽을 생각하고 있던 제게 오영동 선생님의 조언은 정말 큰 힘이 됐고 지금까지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 선생님께 늘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부모는 명문대에 입학한 자식이, 긴 머리에 갈수록 일렉트릭 기타에 몰두하는 걸 보며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혹시나 나쁜 길로 들어서는 게 아닐까 염려한 나머지 어느 날 아버지가 권 대표의 기타를 부숴가면서까지 기타 치는 걸 말리기에 이른다. 결국, 권 대표가 동아기획과 전속 계약을 하는 걸 보고서야 아버지도 음악하는 걸 반대하지 않았다고.

권 대표는 해군(군악대) 복무에 이어 98년부터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블루노트 펜타토닉에 기초한 소위 ‘정통파’ 록 기타를 지향하며 뮤지션으로서 상승세를 누리던 그가 돌연 왜 경영인으로 변신한 걸까?

록밴드 모비딕 기타리스트 시절의 권기욱 대표.
“공연 무대에선 특유의 에너지, 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점에서 제겐 그러한 게 부족하다고 여겼어요. 무대보다는 오히려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일이 더 적성에 맞았거든요.”

권 대표는 2004년 CJ미디어 음악사업부에 입사해 2009년까지 근무했다. 음악비즈니스 제반을 경험할 좋은 기회였음은 물론이다. 퇴사 후 그는 미국 UCLA로 유학 가 2010년까지 ‘뮤직비즈니스’를 전공했다.

미국 유학 기간 현지에서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많은 공연을 접하며 시야를 넓히기에 이른다. 키스 어번 공연도 그 당시 접했는데 콘서트 중 그의 밴드 멤버가 연주하던 벤지타(일렉기타와 벤조의 특성을 합친 악기)를 처음 접하곤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렇게 해서 컨트리 뮤지션들이 주로 사용하는 벤지타를 주문 제작해 지금도 소장하고 있다.

기타에 대한 관심은 경영인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현재에도 여전하다. 해외 출장 때마다 기타 관련 공방이나 매장을 둘러보는 일은 이제 필수 코스가 됐다. 기타 연주에 대한 열정도 여전해 향후 기타리스트로서의 활동도 병행할 예정이다.

권기욱 대표는 앰프에 대한 열정도 대단해 프리드먼, 솔다노, 빈티지 펜더, 마샬 등등 여러 브랜드의 명기를 소장하고 있다.

권기욱 대표의 기타컬렉션
그가 소장하고 있는 앰프 중에서도 프리드먼이 단연 돋보인다. 데이브 프리드먼(Dave Friedman)은 수십여 년간 세계적인 뮤지션들을 위해 앰프 제작/리페어를 해오며 명성을 다졌고 그 노하우를 자신의 앰프 브랜드에 담아내고 있다. 권 대표는 프리드먼 앰프를 2대나 보유하고 있다. 2대 중 하나는 데이브 프리드먼이 직접 제작한 2009년 핸드와이어로 희소가치가 매우 큰 앰프다.

솔다노 SLO-100도 주목할만하다. 솔다노 앰프의 아이콘과도 같은 명기 중의 명기로 마크 노플러, 워렌 디 마티니, 에릭 클랩튼을 비롯한 많은 기타리스트들이 사랑하던, 그리고 반 헤일런의 [For Unlawful Carnal Knowledge] 앨범에서 들을 수 있는 바로 그 탁월한 기타 사운드도 바로 이 앰프에서 나온 것이다.

이외에도 미국 산타모니카에서 구입한 66년 펜더 베이스맨, 마샬 플렉시(핸드와이어)와 마샬 JCM2000, 마샬 DSL 100, 메사부기 듀얼 렉티파이어 등등 다수 앰프를 소장하고 있다. 뮤지션들이 회사에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현재 이 앰프들은 모두 에버모어뮤직에 비치돼 있다.

전기/음향 전문가이기도 한 권기욱 대표에게 마샬 JCM2000이 얼마나 대단한 앰프인지 새삼 깨닫게 해준 일화가 있다.

권 대표는 2019년 버스터즈 영국 투어를 함께 했다. 그런데 영국 무대에서 들을 수 있는 JCM2000은 한국에서 듣던 것과는 전혀 다른 놀라운 사운드였다. 파워풀하면서도 따뜻한 게인 소리는 감동적이었던 것. 같은 앰프인데도 왜 영국에선 그렇게 소리가 더 탁월하게 들렸는지 이유를 분석한 결과, 사용하는 전기의 품질 때문이란 걸 알았다. 영국에서 제작된 마샬앰프는 영국에서 사용되는 전기 규격에 적합하게 설계된 것이라 본토에서 그 특장점이 가장 잘 나타난 것이다.

권 대표의 앰프에 대한 열정을 알 수 있게 하는 컬렉션.
“전기의 품질에 따라 소리도 달라진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사건이었어요.”

“앰프 제작의 ‘마스터’ 데이브 프리드먼이 몇 년 전 제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앰프의 소리 품질을 진공관이 정하는 것이라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케이블로 쏴주는 트랜스가 좌우합니다.”

에버모어뮤직 사옥 지하에 마련된 ‘에버모어스튜디오’는 전기/음향 전문가로서의 권기욱 대표의 식견과 애정이 잘 나타난 하이엔드 스튜디오로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전기 퀄리티가 대단하다. 전기 사용 시 기기/악기 간 서로 간섭받지 않고 다이렉트로 전기를 이용할 수 있게 설계돼 있어 사운드 품질이 월등히 좋고 노이즈도 그만큼 최소로 줄일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다. 이곳을 다녀간 유명 음악인들 모두 엄지척으로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아날로그 콘솔과 디지털 장비의 병행 사용 및 어쿠스틱 환경도 좋다. 스튜디오를 찾는 유명 뮤지션들이 “모니터를 정확하게 할 수 있는 환경과 사운드 잔향도 탁월하다”고 입을 모을 정도. 스튜디오에 비치된 장비 중 하나인 SSL G 콘솔은 ‘서울 스튜디오’에서 매입한 것이다.

에버모어스튜디오는 기기/악기 간 서로 간섭받지 않고 다이렉트로 전기를 이용할 수 있게 설계돼 있어 사운드 품질이 월등히 좋다.
권 대표는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해 앨범 믹싱 작업에 적극 관여하기도 한다.

“현재의 스튜디오 믹싱 트렌드를 중시하려고 합니다. 최근 경향은 베이스 덥스감이 급격히 커지고 있고 보컬 또한 이전처럼 코러스 개념보단 악기처럼 사용하는 경향이죠. 보컬 배음도 최대한 잘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그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엔지니어는 밥 록(Bob Rock)이다.

올해엔 코로나19로 인해 예정됐던 많은 것들이 (잠정) 취소 또는 연기됐다. 에버모어뮤직도 마찬가지다. 기타리스트 이근형 솔로앨범 발매도 내년 초로 연기된 상태. 따라서 내년엔 그간 하지 못한 것들을 포함해서 많은 것들을 해보고 싶다고.

그 첫 번째가 ‘모어(More) 프로젝트’다. ‘모어’는 ‘music on record’의 줄임말로 쉽게 소비되지 않는, 오랜 시간 기록될 다양한 음악과 뮤지션을 소개하는 에버모어뮤직만의 신개념 프로젝트다.

매월 하나씩 에버모어뮤직 소속이 아닌 음악인을 선정해 싱글앨범과 라이브 영상 제작 및 유통과 홍보 마케팅까지 지원한다. 또한 음원 저작권 및 수익은 해당 뮤지션에 귀속된다. 창작(작곡)력이 좋은 유능한 뮤지션을 발굴한다는 취지로 록에서 댄스, 국악 등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선발할 예정이며 내년 1월부터 시작된다.

두 번째는 새로운 팀 론칭이다. 록을 베이스로 하지만 보다 대중적인 음악을 지향하는 보이 밴드를 준비 중인데, 내년 상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내년 중 걸그룹도 론칭 예정이다. 유명 기획사의 안무트레이너와 보컬트레이너 경력의 전문가가 트레이닝하며 착실하게 준비 중이다.

“예전 유학 시절 UCLA 의과대학 건물에 데이빗(데이비드) 게펜 이름이 크게 새겨져 있는걸 보고 놀란 적이 있어요. 그만큼 UCLA 측에 큰 기부를 하고 건물명이 그렇게 결정된 것인데, 음악제작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한없이 부러운 풍경이고 데이빗 게펜은 늘 제겐 닮고 싶은 거장 중 하나입니다.”

“BTS는 제게 아이돌그룹을 대하는 선입견을 바꾸게 했어요. 그 탁월한 실력과 감성, 아이돌 비즈니스의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 것이죠.”

권 대표는 2000년에 처음 만난 아내와 8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했고 현재 아들 셋을 두고 있다. 건강관리를 위해 집 근처 헬스클럽에서 매일 운동을 한다. 자전거 타기, 스키, 수영 등은 그가 특히 좋아하는 종목.

“이제 국내의 음악산업도 특정 인기 장르만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가 유통/공존하는 ‘장르적 밸런스’가 갖춰지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에버모어뮤직이 향후 한국 음악계에서 동아기획 같은 존재가 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당시 동아기획은 이 땅에 숨겨진 다양한 보물과도 같은 아티스트를 소개했으니까요. 에버모어뮤직이 음악성과 대중성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매니아와 라이트리스너 모두 좋아하는 그런 기획사로 남게 되길 바라고 또 그렇게 되도록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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