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내가 죽던 날', '애비규환' 포스터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극장가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여성 감독들의 신작들이 관객들을 불러모을 카드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5일 개봉한 '소리도 없이'를 비롯해 11월 개봉을 앞둔 '내가 죽던 날', '애비규환' 등 여성 감독 특유의 개성이 담긴 작품들이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예비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 전형성 깬 독특한 범죄물, 손익분기점 넘고 흥행…'소리도 없이'

사진='소리도 없이' 스틸
지난 10월 15일 개봉한 '소리도 없이'는 유괴된 아이를 의도치 않게 맡게 된 두 남자가 그 아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앞서 단편 '서식지'(2017)로 주목받은 홍의정 감독의 첫 장편 영화로, 홍 감독의 시나리오가 지난 2016년 베니스국제영화제의 '비엔날레 컬리지 시네마 TOP12'에 선정되며 제작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다. 특히 홍 감독만의 스타일로 풀어낸 범죄극이 상당히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시체수습, 아동유괴 등 무거운 소재를 일상적이고 가벼운 터치로 풀어내는가 하면, 장르를 전복시키는 독특한 미장센으로 영화계에서 주목할만한 감독으로 급부상했다. 이에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관객 동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영화는 배우 유아인과 유재명의 열연, 독특한 캐릭터, 허를 찌르는 아이러니, 전형성을 깬 시도로 호평받으며 개봉 12일만인 지난 26일 손익분기점 35만 관객을 돌파했다.

◆ "女캐릭터, 소모되는 역할 아닌 이야기의 핵심으로"…'내가 죽던 날'

사진='내가 죽던 날' 스틸
오는 11월 12일 개봉을 앞둔 '내가 죽던 날'은 여성 감독과 스태프, 여배우들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영화는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이야기를 담았다. 앞서 단편 '여고생이다'(2008)로 호평받은 박지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배우 김혜수, 이정은, 노정의 등 여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라인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혜수는 최근 진행된 온라인 제작보고회에서 "'내가 죽던 날'에서는 여성 인물들이 소모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핵심을 이끌고 간다. 굳이 성별을 따져가면서 보진 않지만, 그간 이야기 속에서 외적으로 어필됐던 여성들이 좀 더 내면을 갖추고 다듬어진 캐릭터로 소개되는 작품이 늘고 있다. 그런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박 감독을 비롯해 많은 여성 감독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이들이 여성 감독으로서가 아닌 단단히 내실을 갖춘 영화인으로서 목소리를 낼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 90년대생 감독의 신선한 도전…'애비규환'

사진='애비규환' 스틸
'내가 죽던 날'과 같은 날 개봉하는 '애비규환' 역시 여성 감독만의 재기발랄한 시선이 돋보이는 영화다. '애비규환'은 똑 부러진 5개월 차 임산부 ‘토일’이 15년 전 연락 끊긴 친아빠와 집 나간 예비 아빠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드라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최하나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우리들', '살아남은 아이', '우리집' 등을 제작하며 한국 웰메이드 영화의 대표 브랜드로 떠오른 제작사 아토ATO의 6번째 작품이다. 특히 걸그룹 에프엑스의 크리스탈로 데뷔해 최근 배우로 활약 중인 정수정이 22살의 임산부 역을 맡아 위풍당당 똑부러진 캐릭터로 색다른 매력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90년대생인 최 감독이 보여줄 신선한 이야기가 영화계에 어떤 자극을 불러올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 여성 영화인들의 이야기, 해외서도 주목…'프록시마 프로젝트''태양의 소녀들'

사진='프록시마 프로젝트', '태양의 소녀들' 포스터
해외 영화 중에서도 눈여겨볼만한 작품들이 쏟아진다. 깊어진 시선, 새로운 감성으로 무장한 여성 스태프, 여배우들의 영화들이다. 먼저 지난 10월 15일 개봉한 영화 '프록시마 프로젝트'는 성차별, 워킹맘으로서의 고충 등을 딛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여성 우주비행사 사라의 이야기를 그렸다. 프랑스 여성 감독 앨리스 위노코가 연출하고 배우 에바 그린이 주연을 맡았다. 10월 22일 개봉한 '태양의 소녀들' 또한 여성들의 서사가 중심인 영화로, 여성 감독 에바 허슨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2014년 8월, 극단주의 무장조직 IS에 참극을 당한 야지디족 여성들이 직접 총을 들고 맞서 싸우는 이야기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앞서 제71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탄탄한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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