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민아 /사진제공=에이엠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배우 신민아가 이를 갈았다는 듯 전혀 새로운 변신을 선보였다.

신민아(36)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이미지는 데뷔 당시 패션잡지 표지를 도배하다시피 휩쓸던 시절 경력으로부터 따라 다니는 고양이상의 세련된 외모와 훤칠한 키, 그리고 무결점 몸매 등에서 나오는 외적 아름다움이다.

또 하나의 대표적 이미지는 대표작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2010)와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임찬상 감독) 등에서 선보인 밝고 통통 튀는 로맨틱 코미디 여주인공 그자체다. '달콤한 인생'(김지운 감독)이나 드라마 '이 죽일 놈의 사랑' 등에서는 변주된 비련의 여주인공 캐릭터 또한 능숙히 표현해 냈었다.

활동 초창기 눈부신 외모로 조명을 받고 스타덤에 오르는 대부분의 배우들이 그랬듯 신민아에게도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하거나, 연기력을 인정받지 못한 순간들도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드라마 출연작들이 대부분 로맨틱 코미디물 위주인 것과 달리 저평가된 문제작 '고고70'(최호 감독)이나 여성 로드 무비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부지영 감독), 시네아스트 장률 감독의 '경주'까지 영화 필모그라피에서는 장르나 연출자의 면면, 캐릭터들에서 연기를 향한 신민아의 갈증 혹은 다양성을 향한 욕망 등이 읽힌다. 외부에서 주어진 환경이나 조건 등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마음 속 욕구 같은 것들 말이다. 드라마나 영화의 캐릭터로 그 인물을 연기한 배우를 인식하고 인지하는 것은 얼마나 초보적이고 안일한 행태인가.

배우 신민아 /사진제공=에이엠엔터테인먼트
특히 지난해 방영된 JTBC드라마 '보좌관'에서 강선영 의원 역을 맡아 함께 호흡을 이룬 이정재, 김갑수, 정웅인 등에 전혀 밀리지 않는 강단 있는 연기를 펼치며 대중과 평단 만장일치의 박수를 받은 신민아는 작심했다는 듯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광기 넘치는 에너지와 극과 극의 표정을 내보인 영화 '디바'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신민아가 주연을 맡은 '디바'(감독 조슬예)는 다이빙계의 퀸 이영이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 후, 잠재됐던 욕망과 광기가 깨어나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톱배우들이 여러 명 출연하는 멀티 캐스팅 위주의 영화들 중심으로 흥행을 장악하는 최근 충무로의 경향에서 벗어나 있지만 윤리적 올바름과 인간 본연의 이기심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며 자신의 마음 깊은 곳 심연의 광기에 몰두하는 이영의 폭주와 다이빙이라는 독특한 스포츠가 주는 동적인 비주얼과 영상미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재미를 안겨주는 '디바'로 탄생했다.

"그동안 새로운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는 갈증이 꽤 있었어요. 이번 시나리오를 봤을 때 도전하고 싶었고 끌림이 있었죠. 매우 강렬한 시나리오였고요. 이영의 감정에 공감하며 시나리오를 읽게 됐는데 그녀의 상황 등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매력적인 면도 충분히 있었어요."

워낙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신민아이지만 다이빙이라는 스포츠는 그에게도 매우 생소한 운동이었다. 특히 고공에서 낙하하는 동작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는 설명도 따른다.

"원래 물을 좋아해요. 하지만 다이빙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죠. 촬영 전 3~4개월 정도 다이빙 훈련을 받았고 지상 훈련도 따로 받으며 준비 했어요. 기존과는 전혀 다른 결의 연기를 하기 위해 캐릭터에 몰입하고 싶었어요. 훈련하면서 고생도 했고 높은 위치에서 떨어져 내려야 하기에 무섭고 두렵기도 했지만 훈련을 하고 익숙해지면서 해낼 수 있었어요. 촬영에 들어가고 나서도 동작들을 잊지 않기 위해 훈련은 계속 했죠. 몸 고생은 했지만 물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들에서는 신비롭고 아름답기도 했고 신선했죠. 그런 점들이 마음에 들었어요."

배우 신민아 /사진제공=에이엠엔터테인먼트
'디바'의 이영 역을 맡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신민아는 진짜 다이빙 선수처럼 보여지고 싶다는 욕망이 컸다. 이영의 감정 곡선이 영화 속에서 극대화되는 만큼 진짜 선수로 보여야 한다는 목표 의식을 가졌기에 영화 내내 민낯으로 등장해야 하는 부분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 의식을 가지지 않았다.

"이영은 거의 다이빙대에 있거나 물 속에 있기 때문에 거의 민낯으로 등장하죠. 그런 부분에서 부담스러운 지점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 민낯이 영화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잖아요. 계속 몸을 써야 했으니 촬영하며 작은 부상이라도 입을 수 있지 않았겠나 궁금해들 하시던데 촬영팀이나 제작진에서 그런 부분에 가장 신경을 써 주셨어요. 큰 부상은 없었고 조금씩 훈련하다가 조금 다친 적은 있죠. 물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많기에 코가 아프다던가 귀 압력 때문에 아프다던가 이런 잔고생도 있었고요."

극 중 이영은 만년 2등 선수에서 우연한 사건으로 절친이자 다이빙 1위 선수였던 수진(이유영)을 꺾고 세계적 다이빙 선수로 거듭나는 인물. 친구인 이영에게 1위를 뺏긴 후 늘 경쟁심을 드러내는 수진을 걱정하는 차 교통사고를 겪게 된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30대 중반 나이에 벌써 20년이라는 경력을 지닌 신민아 또한 오랜 시간 톱스타로 지내오며 1등에 대한 불안이나 경쟁심을 겪어보지 않았을까.

"시나리오를 볼 때 이영에게 공감이 갔죠. 이런 구체적 일을 겪진 않았지만 이 사회 자체가 경쟁을 요구하잖아요. 배우는 작품을 하면 늘 끊임 없이 평가를 받아요. 그런 점에서 비슷한 면이 있었죠. 제가 해내야만 완성되고 그걸로 평가를 받으니까요. 이영 캐릭터를 소화할 때 훈련해 놓은 동작을 일정 시간 안에 표현해야 하는데 연습할 때는 잘 됐던 동작들이 촬영시간 중 안나올 때도 있었어요. 그럴 때 긴장감과 압박이 있었죠. 연기할 때도 준비했던 것들이 오케이 사인이 안나오면 안되잖아요. 정신을 잘 부여잡고 집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직업과 상황은 다르지만 비슷한 감정을 느낄수 있었어요. 제 일을 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일하면서 좋은 마음이지만 또 무의식 안에서 질투해 본 경험은 있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런 면이 제게도 있었어요. 이런 심리를 건드렸기에 이 영화가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했고요."

'디바'는 신인 감독인 조슬예 감독부터 제작사 영화사 올의 김윤미 대표, 여성 촬영 감독인 김선령 촬영감독까지 주연배우부터 대부분의 제작진까지 전부 여성이었던 보기 드문 현장이었다. 대부분의 키스태프가 여성인 현장의 장점은 무엇이었을까.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라서 여자들만 모여서 만들어야 한다는 의도는 없었어요. 이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고 잘 찍을 수 있는 분들이 모였죠. 제가 어린 시절 연기할 당시와 비교하면 능력 있고 실력을 지닌 여성 스태프들이 많으시다는 사실에 반갑고 시대도 많이 변했다는 걸 느끼게 한 작품이었어요. 아무래도 이유영 씨와 제가 수영복을 내내 입고 다녀야 하고 몸을 많이 써야 하기에 마음적으로나 여러 면에서 여성 스태프 위주의 현장이라는 점이 도움이 됐죠. 심지어 조감독과 연출부 스태프들이 우리와 함께 다이빙 훈련을 직접 받았어요. 힘든 건 배우들 뿐만 아니라 스태프들도 하겠다는 의미였는데 같이 샤워하고 했던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네요."

신민아의 초기작들 중에는 어리고 젊은 여성의 매력을 강조하거나 남성 캐릭터의 사랑과 보호를 받는 인물들이 위주였다면, '고고70'이나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등의 작품에서는 새로운 세상을 갈구하는 능동형 캐릭터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디바'의 이영은 1등을 향한 욕망으로 인해 자아가 분열되고 파괴 욕구까지 가지게 되는 인물이다. 신민아는 이영을 표현하면서 단색의 수영복과 트레이닝복 상의, 민낯으로 영화내내 등장했지만 욕구불만부터 질투심, 공포심까지 오만가지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평소 사용하지 않았던 얼굴 근육을 최대치로 움직이며 수많은 표정을 지어내는 그녀를 보고 있자면 배우로서의 무한한 야망과 열심이 담긴 신민아 본연의 아름다움에 가 닿는 특별한 순간을 조우하게 된다.

"잡지 모델로 한창 활동할 땐 정말 열정이 가득했어요. 그 이후로 시간이 참 빨리 흘렀네요. 그 때 오랜 시간 활약할 수 있는 힘을 얻은 것 같아요. 시간이 참 빨리 흘렀어요. 어떨 땐 기회가 잘 안 닿을 때도 있었고 힘들어한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저 스스로 태도나 생각을 바꾸고 즐기면서 하자고 마음 먹고 있어요. 제가 출연한 작품 중 대표작으로 꼽는 세 가지가 '고고70'이나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그리고 '경주'인데요. '고고70'은 이번 작품처럼 준비도 많이 했고 캐릭터에 애착도 많이 가졌던 작품이에요. 왜 그럴 때 있지 않으세요? 너무 애착이 가고 아끼는 작품이라 다시 보기가 힘들었어요. 그러다 한참 후에 다시 꺼내 봤는데 제가 캐릭터를 대했던 모습이나 마침 해내고 만 결과들이 '디바'와 많이 닮아 있어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는 버짓은 작은 영화였지만 두 여배우가 끌고 나가는 힘이 있죠. 인상 깊었던 작품이에요. '경주'는 많은 분들께 의외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당시 제 나름 큰 변화가 아니었나 싶어요."

잘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의 경계에서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내딛어 왔던 그가 '디바'를 계기로 좀 더 과감해질 수 있을까. 차기작들에 대한 고민도 궁금했다.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작품들 중 끌리는 쪽으로 고르고 싶어요. 악역도 해보고 싶고 구체적으로 생각나는 캐릭터나 함께 하고 싶은 감독님을 콕 찍어서 이야기 드리기는 어려운데 제가 못했던 결의 연기에 도전하고 싶어요. 장르와 상관 없이 스릴러가 됐든, 휴먼 드라마가 됐든 캐릭터의 감정선을 오롯이 따라가는 작품을 좋아해요. 항상 도전을 즐기는 할리우드 배우 샤를리즈 테론을 보면 어떻게 저런 도전들을 할까 흥미가 가고 호기심 있게 지켜 보게 되더라고요. 항상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그 모습은 저에게도 교감이 됩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