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지만 괜찮아'서 남주리 역 맡아

서예지·김수현 배려 덕에 자신감 얻기도

차기작 넷플릭스 '스위트홈', 활발한 활동 기대

배우 박규영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버거운 삶의 무게로 사랑을 거부하는 정신 병동 보호사 문강태(김수현)와 태생적 결함으로 사랑을 모르는 동화 작가 고문영(서예지)은 마침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했다. 두 사람 사이에서 연약하게 흔들렸던 또 한 명의 여인이 있다. 바로 남주리다. 그 역시 상처투성이였지만, 타인을 이해하고 또 이해받으며 자신의 삶을 오롯이 끌어안을 수 있었다. 비록 짝사랑했던 강태의 마음을 얻진 못했어도 시청자들에겐 무한한 지지를 받은 남주리. 사랑스러운 그를 연기한 배우 박규영과 만났다.

지난 9일 방송된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극본 조용/연출 박신우) 최종회는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에서 가구 평균 7.3%, 최고 7.6%를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초반에 주리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선배님들이랑 병원으로 견학을 갔었어요. 병원에서만 일어나는 사건사고들에 익숙해지고 싶었어요. 그래야 일상적인 리액션이 자연스럽게 나올 것 같았거든요. 예를 들어 대본에 '주사제를 챙긴다'고 쓰여있다면 주사제를 어떤 방식으로 챙기는지도 알아야 했으니까요. 또 병원에서 일하는 주변 친구들의 조언도 챙겨 들었죠."

박규영이 연기한 남주리는 7년차 정신 보건 간호사로, 서울의 한 정신요양원에서 1년 가까이 함께 근무했던 강태를 남몰래 짝사랑하는 인물이다. 타인에게 워낙 방어적인 강태에게 차마 좋아하는 티도 못내고 속앓이하던 어느 날, 문영이 나타나 주리를 뒤흔든다. 사랑에 서툴지만 솔직하고 순수한 주리의 모습은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법한 짝사랑의 기억을 소환하며 현실 공감을 자아냈다.

"주리는 미움 받을 용기가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누구나 그렇잖아요. 아무데서나 멋대로 굴 수 없으니까 부정적인 감정들은 숨기고 혼자만의 공간에서만 진짜 모습을 드러내죠. 주리도 혼자일 때, 엄마랑 있을 때, 타인들과 함께일 때 각각 달라요. 술만 마시면 이성을 놓지만, 기본적으로 차분하고 강단도 있고요. 특히 자기 주관이 뚜렷한 모습이 저랑 비슷해서 더 애착이 갔던 것 같아요."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강태와 문영을 중심으로 주변인물들의 플롯 역시 탄탄하다는 점은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최대 장점이었다. 캐릭터들은 저마다 독자적인 서사를 바탕으로 스토리라인을 든든히 지탱했고, 후반부로 갈수록 각자 변주를 거듭하며 성장했다. 특히 강태, 문영과 깊게 얽혀 핵심 전개를 책임진 주리는 박규영의 호소력 있는 연기력으로 적재적소에서 빛났다. 누구보다 많은 연구 끝에 캐릭터를 구축한 박규영의 고민이 깃든 덕이다.

"주리는 순수하고 귀여운 면도 있는 캐릭터이지만, 그렇다고 연기 톤이 통통 튀면 오히려 미움 받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진중하고 차분한 쪽으로 풀어보려고 했죠. 그럼에도 우울해 보이지 않았던 건 의상이나 스타일 덕분이에요. 조상경 의상 감독님, 제작진들 덕분에 수수하면서도 포인트를 잘 잡은 스타일링이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머리는 단발로 과감하게 잘랐어요. 저 나름의 주리를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특히 배우 김수현, 서예지와 함께 호흡을 맞춘 경험은 박규영에게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다. 선배들의 세심한 피드백이 큰 도움이 됐다고. 그는 방송 직후 화제를 모았던 서예지와의 리얼한 몸싸움 장면 뒷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정말 긴장을 많이 했던 신이에요. 하필 날씨도 안 좋고 바람도 많이 불었거든요. 서로 머리채를 잡고 뺨을 때리는 과격한 액션이 필요했고 그런 경험이 없었던지라, 제가 선배님을 다치게 할까봐 걱정했죠. 너무 감사하게도 선배님이 리허설 때부터 편하게 배려해주시고 제 의견도 많이 물어봐주셨어요. 실제로 선배님 덕에 자신감을 얻어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답니다."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연출과 대본, 배우들의 호연이 빛난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첫 방송 이후부터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무엇보다 인간 내면에 대한 섬세한 고찰은 내내 돋보였다. 각자의 아픔이 있는 인물들이 상처를 직면하고, 이겨낼 용기를 얻으며 행복을 찾는 과정이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공감을 얻었다. 박규영은 "드라마는 끝났지만 세상 어딘가에 살고 있을 주리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주리는 참 외로웠을 것 같아요. 끊임없이 강태에게 외면받고 거절당하는 주리를 연기하면서 저조차도 실제로 외로웠거든요(웃음) 그래도 마지막엔 따뜻한 사랑을 주는 사람이 나타났으니까 이젠 그 기분을 만끽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회를 보고 개인적으로는 '괜찮다'는 말이 가슴에 남아요. '당신은 이미 괜찮은 사람'이라는 메시지가 제게도 소중한 힐링이 됐죠."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통해 다시 한번 눈도장을 찍은 박규영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하게 취업을 준비하던 대학생이었다. 연예계 데뷔는 우연한 계기로 이뤄졌다. 연세대학교 의류환경학과 재학 중, '대학내일' 표지모델로 나섰다가 전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의 러브콜을 받았다.

그리고 2016년 가수 조권의 뮤직비디오 '횡단보도'에 출연한 이후 KBS 2TV '드라마 스페셜 - 강덕순 애정 변천사',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 '제3의 매력', tvN '로맨스는 별책부록', SBS '녹두꽃', 영화 '괴물들', '레슬러' 등을 통해 주목받는 신예로 떠올랐다. 차기작은 올해 방영을 앞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이다. 동명의 웹툰이 원작인 '스위트홈'은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이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 180도 다른 분위기로 돌아올 박규영의 매력에 기대가 쏠려 있다.

"드라마 실시간 채팅 댓글을 확인할 때 '그 사람이 그 사람이었어?'라는 반응이 제일 뿌듯하고 좋더라고요. 물론 데뷔 후 힘든 순간들도 있었어요. 근데 어제 난생 처음 팬레터를 받았거든요. 종이 5장에 빼곡하게 응원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어요. 힘들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죠. 그저 화면에 보여지는 게 전부인 직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누군가에게 힘을 줄 수 있다니. 정말 의미있는 일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배우로 인정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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